컨텐츠 바로가기

05.08 (수)

돼지열병 장기화…‘3중고’ 시달리는 접경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안보관광객 줄고, 지자체 재정부담 늘고, 방역인력은 지치고

경향신문

지난 5일 오후 강원 양구군 해안면 해안서화로에 위치한 ‘통일관’의 주차장 대부분이 비어 썰렁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통일관’ 등 관광객 절반 뚝

지역경제에 심각한 악영향

강원, 방역예산 193억 지원

민간 방역인력 고용도 검토


지난 5일 오후 강원 양구군 해안면 해안서화로에 위치한 ‘통일관’의 모습은 다소 썰렁해 보였다. 주차장은 텅 비어 있었고, 단체관광객을 태우고 오가는 관광버스도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었다.

해안면 주민들은 “안보관광의 관문 역할을 하는 통일관이 요즘처럼 한산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양구지역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을지전망대’와 ‘제4땅굴’을 가려면 ‘통일관’ 매표소에서 표를 사고, 출입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 때문에 관광 성수기인 가을철 ‘통일관’ 주변은 인파로 북적였다.

하지만 올해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크게 줄었다. 지난달 14일부터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전파를 차단하기 위해 민간인통제선(민통선) 이북지역에서 야생 멧돼지 포획·사살작전이 본격적으로 전개된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이로 인해 민통선 일대 출입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데다 안보관광지 통제 조치도 간헐적으로 반복되면서 관광객이 급감했다.

지난달 14일부터 31일까지 ‘을지전망대’와 ‘제4땅굴’을 찾은 관광객은 4587명에 불과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9652명의 47.5% 수준에 그친 것이다.

장석민 통일관 관장(59)은 “주민들이 통일관에 마련된 농산물 간이판매대에서 시래기, 사과, 꿀 등 지역 특산품을 판매해 짭짤한 소득을 올렸는데 최근 관광객이 줄어들어 많은 걱정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철원, 화천 등 다른 접경지역 안보관광지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철원군은 야생 멧돼지 폐사체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가 잇따라 검출되자 지난 9월18일부터 민통선 내 제2땅굴과 평화전망대, 월정리역, 승리전망대 등 안보관광지 운영을 전면 중단했다. 화천군도 칠성전망대의 안보견학을 중단한 상태다.

철원군시설관리사업소는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안보관광지를 찾은 관광객은 3만명에 달했으나 올해의 경우 9월 초 3000명가량 다녀간 것이 전부”라며 “안보관광이 언제 재개될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관광객이 크게 줄면서 지역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을 막기 위해 투입되는 방역 관련 예산도 눈덩이처럼 불어나 자치단체들의 재정부담도 커지고 있다.

화천군은 아프리카돼지열병 사태가 연말까지 이어지면 순수 군비 소모액이 8억3290만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는 화천군 전체 예비비 16억원의 절반이 넘는 규모다. 강원도는 아프리카돼지열병 긴급방역을 위해 접경지역 자치단체 등에 현재까지 예비비 159억8300만원을 포함해 모두 193억7400만원을 지원했다. 이밖에 주말과 휴일, 야간 시간대에 방역 지원활동을 벌이고 있는 접경지역 자치단체 소속 공무원들의 피로도 누적돼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강원도 관계자는 “아프리카돼지열병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관광객 감소, 재정부담, 방역인력 피로누적 등 3중고에 시달리고 있다”며 “내년에는 일자리 예산에서 200억원가량을 ASF 방역 예산으로 전환해 민간인력을 고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 최승현 기자 cshdmz@kyunghyang.com

최신 뉴스두고 두고 읽는 뉴스인기 무료만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