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뱅킹 고객확보 경쟁
신예대율 규제 대비 예수금 확보
'0%대 예금금리' 부담
"은행권, 금리인하 먼저 못 나서"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 설치된 주요 시중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사진=연합뉴스) |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한국은행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한지 3주가 지났지만 시중은행들이 예금금리를 낮추지 않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IBK기업 등 주요 시중은행은 지난달 16일 기준금리 인하에도 이날까지 기존 예금상품 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통상 기준금리가 내려가면 시중은행들이 1~2주 정도의 시차를 두고 예금금리 인하조치를 해온 것을 고려할 때 이례적이다.
지금까지 한국씨티은행과 SC제일은행 등 외국계은행과 BNK부산은행·경남은행·DGB대구은행 등 지방은행만 예금금리 인하에 나섰다.
은행권에선 지난달 말 시작한 오픈뱅킹으로 고객확보 경쟁이 치열해진 것을 주요 원인으로 꼽고 있다.
은행들은 하나의 플랫폼으로 금융권 서비스 전반을 이용할 수 있는 오픈뱅킹 시대를 맞아 기존고객 지키기와 새 고객 유치에 여념이 없다. 고객에게 현금과 고가 경품 제공 등 대대적인 이벤트를 벌일뿐 아니라 일부 은행은 직원별 유치 할당량까지 설정했다. 이런 경쟁상황에서 선도적인 예금금리 인하가 자칫 고객 이탈의 불씨가 될 수 있는 만큼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다.
내년부터 시행될 신(新)예대율 규제를 앞두고 예수금 확보가 중요한 것도 이유로 꼽힌다.
지난 9월 기준 은행별 신예대율 수치를 보면 우리은행(99.3%)을 제외한 국민, 신한, KEB하나 모두 100%를 웃돌고 있다. 금융당국의 예대율 권고치가 100% 이하인 만큼 분자인 대출금을 줄이거나 분모에 해당하는 예금액을 늘려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달 5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증가액은 13조4476억원으로 올 들어 월별 기준 증가 폭이 가장 컸다. 국내외 경기 둔화와 사모펀드 부실 사태 등으로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강해진 데다 은행들이 예수금 확보 영업을 강화한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0%대 예금금리’에 대한 은행권의 고민도 있다.
현재 시중은행 1년 만기 적금상품 금리는 1% 중반에서 2%대에 형성돼 있다. 정기예금 금리는 이보다 낮은 1% 초·중반대를 이룬다. 지난달 기준금리 인하폭(0.25%포인트) 등을 감안할 때 예금금리 인하 시 일부 상품에서 1% 미만 금리가 등장할 수 있는 셈이다.
은행권에선 연간 수십조원대의 이자이익을 거두고 있는 가운데 고객들이 0%대 예금금리를 받아들일 수 있을지 우려된다는 말이 나온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이 내부적으로 예금금리 인하를 검토하고 있지만, 먼저 나서지 못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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