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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4 (월)

‘저소득층 합격’은 학종이 수능보다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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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학종 실태조사 발표



기존 사회인식과 다른 학종 실태

소득 8구간 이하 받는 국가장학금 비율

학종 입학생 35%…수능은 25%에 그쳐

지역별 격차도 학종보다 수능이 더 커

특별시-읍·면 지역 합격자 비중

학종은 1.8배 차이…수능은 4.4배 차이

읍·면 지역 학생에게 학종이 유리

“수능전형 학종만큼 고교서열화

정시확대 신중해야 할 이유 충분”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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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교육부가 발표한 학생부종합전형(학종) 실태조사 결과, 학종이 이른바 ‘금수저 전형’이라는 기존의 평가와 인식이 있지만 13개 대학의 합격자 결과를 보면 되레 그러한 인식이 사실과 다르다는 점이 드러났다. 학종으로 입학한 학생과 수능으로 입학한 학생을 나란히 놓고 봤을 때, 저소득층 합격자 비율이 학종으로 입학한 학생들에서 더 높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교육부 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조사 대상인 13개 대학 신입생 부모들의 소득수준은 전체 대학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입생 가운데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차상위 계층을 포함한 소득 8구간(평균 소득 468만원) 이하만 받을 수 있는 국가장학금 Ⅰ유형 수혜자 비율을 비교해보니, 13개 대학은 최근 4년(2016~2019) 평균 30.1%인 데 반해 전국 모든 대학은 평균 48.2%(지난해 기준)였다.

이런 점을 고려하더라도 13개 대학의 대입 전형별로도 국가장학금 Ⅰ유형 수혜자 비율은 크게 차이가 났다. 학종으로 입학한 학생 가운데 국가장학금 Ⅰ유형 수혜자 비율은 35.1%, 학생부교과전형은 42.3%까지 올라가지만, 수능으로 입학한 학생은 25%, 특기자전형은 25.9%에 그쳤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를 뜻하는 소득 0구간으로 좁히면 학종은 2%, 수능은 0.5%로 수혜자 비율이 약 4배 정도 차이가 났다.

교육부는 수능보다 학종에 저소득층 위주로 뽑는 기회균형전형이 많이 포함된다는 점을 참작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지만, 기회균형전형을 제외해도 수능보다 학종에서 저소득층 학생 비중이 높게 나타나는 점은 같았다. 기회균형전형을 제외하고 계산한 결과, 학종으로 입학한 학생 가운데 소득 0~3구간에 해당하는 학생 비율이 12.6%, 소득 4~8구간이 18.2%인데 수능은 각각 10.2%, 14.4%에 그쳤다. 이에 대해 전경원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참교육연구소장은 “학종이 ‘금수저 전형’이라는 사회적 편견이 강하지만, 이번 조사 결과는 그 반대를 가리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역별 격차도 학종보다 수능에서 더 크게 나타났다. 각 전형 안에서 고교 소재지별 최초 합격자 비중이 얼마나 차이 나는지를 살펴보니, 학종의 경우 특별시가 27.4%, 읍·면이 15%로 약 1.8배 차이 나는 반면, 수능의 경우 특별시가 37.8%, 읍·면이 8.6%로 4.4배까지 차이가 났다. 이를 근거로 전경원 소장은 “수능 비중을 확대했을 때 가장 유리한 순서가 특별시>중소도시>광역시>읍·면이라면, 학종 확대 때 가장 유리한 순서는 읍·면>광역시>중소도시>특별시”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사 결과가 학종 운영상의 문제점을 드러내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이 조사 결과를 근거로 ‘정시 확대’를 펼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전대원 실천교육교사모임 대변인은 “오늘 발표는 고착화된 고교 서열화 등 기존에 알려진 내용을 공식화하는 수준”이라며 “정부가 이 조사로 정시 확대를 위한 ‘밑밥 깔기’를 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전경원 소장은 “학종이 정시보다 계층별·지역별 격차를 완화하는 데 더 유리하다는 결과가 나왔는데도 정부는 여전히 정시를 확대하려 들 것”이라며 “결과를 정반대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정의당 정책위원회도 이날 논평을 내고 “수능 전형은 학종만큼 고교 서열화가 있었고, 학생부교과나 학종보다 저소득층이 적었다. 정시 확대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이유로 충분하다”고 밝혔다.

반면 유성룡 에스티유니타스 교육연구소 소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평가 기준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는 등 ‘깜깜이’ 전형 의혹이 이번 실태조사에서 사실로 드러났다”며 “그동안 정부가 학종을 급격하게 늘리는 데에만 급급했는데 학종의 부실 운영이 드러난 만큼 정시 확대 요구의 근거가 될 수도 있다”고 짚었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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