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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 (토)

[꿈 키우는 평생 독서] ⑦"토론으로 키운 생각의 힘, 책으로 엮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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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제일고 책쓰기 동아리 '독서의 脈(맥)'

긴 호흡으로 읽고 토론…연말 책 출판 목표

[편집자주]제주도교육청은 학생들이 '평생 독서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창의적으로 생각하고 스스로 행동하는 방식의 다양한 독서교육사업을 펴고 있다. 이는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을 목표로 인문학적 소양 함양과 통합적 독서교육 활동을 강조하고 있는 2015 개정 교육과정과 맥을 같이 한다. 뉴스1 제주본부는 책 읽는 문화가 스며들고 있는 제주 교육계의 모습을 여덟 차례에 걸쳐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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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제일고등학교 학생 책쓰기 동아리 '독서의 맥(脈)'에서 활동하고 있는 유승찬군(17), 문승일군(17), 양지선 교사, 홍현우군(17), 이재용군(17), 정민기군(17). 2019.11.5 /뉴스1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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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뉴스1) 오미란 기자 = 제주제일고등학교 학생 책쓰기 동아리인 '독서의 맥(脈)'은 학년말을 한 달여 앞둔 요즘 집필에 여념이 없다.

올해 초부터 1년 가까이 독서토론을 하며 펼쳐 온 여러 생각들을 모아 책 한 권으로 엮어 내기 위해서다.

모두 2학년인 이재용·문승일·정민기·유승찬·현기성·홍현우군(17)은 국어교사인 양지선 교사의 권유로 동아리를 꾸려 지난 3월 중순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책 한 권을 선정할 때마다 각자 2주 간의 시간을 가졌던 학생들은 이 기간 동안 단순히 책을 읽는 것을 넘어 책과 관련된 사회 현상, 시대적 배경 등 궁금하거나 의문이 드는 것들을 스스로 조사·분석해 하나의 발제문을 작성했다.

이후 학생들은 2주에 한 번 꼴로 돌아오는 자율동아리 활동 시간에 모여 각자 가져 온 발제문을 토대로 한 시간 넘게 집중 토론을 벌였다.

초기에는 각자의 생각을 공유하며 서로 대화를 나누는 수준이었다면 요즘에는 시간이 부족할 만큼 열띤 분위기 속에서 토론하고 있다는 게 학생들의 설명이다.

그도 그럴 것이 학생들이 선정한 책을 보면 수디르 벤카테시의 '괴짜사회학', 코너 우드먼의 '나는 세계일주로 경제를 배웠다', 김승섭의 '우리 몸이 세계라면', 로렌 매크로플린의 '위대한 감시 학교' 등 모두 논쟁적인 주제를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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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제일고등학교 학생 책쓰기 동아리인 '독서의 맥(脈)'이 지난 1년간 읽은 책. 왼쪽부터 수디르 벤카테시의 '괴짜사회학', 코너 우드먼의 '나는 세계일주로 경제를 배웠다', 김승섭의 '우리 몸이 세계라면', 로렌 매크로플린의 '위대한 감시 학교'. 2019.11.5 /뉴스1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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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교사가 추천한 소설 '위대한 감시 학교'의 경우 감시평가제라는 가상의 교육시스템으로 인한 비인간화 현상을 다룬 작품으로, 학생들은 이를 읽고난 뒤 공공 감시체계의 적절성, 최근 중국 정부의 안면인식 시스템 등을 놓고 격론을 벌였다.

몸과 사회, 건강의 관계를 살피며 평등한 건강에 대해 논한 김승섭의 '우리 몸이 세계라면'을 읽은 뒤에는 '작가가 왜 이런 내용의 책을 쓰게 됐는지' 등을 질문하며 작가 탐구 시간을 갖기도 했다.

최근에는 지역 현안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아져 조만간 '제주의 환경'을 주제로 캠페인 활동도 기획·전개하기로 했다.

학생들과 양 교사는 동아리의 목표인 '책 출판'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문승일군은 "혼자 책을 읽다 보면 자신의 가치관에 부합하는 하나의 생각에 매몰될 수 있는데 토론을 하면서 생각이 확장되는 느낌을 자주 받았다"며 "그동안의 많은 생각을 책 하나로 엮고 있는데 많이 기대하면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아리 회장인 홍현우군은 "선생님께서 책을 사 주시는데 '이 책이 내 책이구나'라는 생각이 드니까 밑줄을 긋거나 작은 쪽지를 붙이면서 읽는 습관이 생기기도 했다"며 "고3이 되기 전에 즐거웠던 동아리 활동을 잘 마무리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양 교사는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했던 건 학생들이 책을 읽고 난 뒤 좋은 질문을 통해 좋은 대화를 나누는 것이었다"며 "'내 생각이 옳다' 보다 '넌 어떻게 생각해?'라는 질문을 먼저 건넬 수 있는 학생으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mro122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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