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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ICBM 이동식 발사 어렵다?… 기본 팩트도 모르는 靑안보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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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용 안보실장·김유근 1차장 "北기술로 힘들어" 발언 파문

靑 '이동식발사대서 안쏘고, 땅에 내려놓고 쐈다' 해석하는 듯

軍정보본부장은 "北 이동식발사대로 ICBM 발사 가능한 수준"

조선일보

1일 국회 운영위 국정감사에 출석한 정의용(왼쪽) 국가안보실장과 김유근 1차장이 답변 내용을 상의하고 있다. /이덕훈 기자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김유근 1차장의 지난 1일 '북한 옹호' 발언의 파장이 커지고 있다. 정 실장 등이 북한의 초대형 방사포 도발을 감싼 것을 넘어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기술적으로 이동식발사대(TEL)로 발사하기 어렵다"며 사실을 왜곡하는 듯한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군은 3일 "도대체 어디서 그런 정보를 들었는지 모르겠다"며 당혹스러워했다. 앞서 북한은 2017년 ICBM인 화성-14형과 화성-15형의 시험 발사 당시 이동식발사대의 사진을 공개했다. 화성-15형 이동식발사대는 2018년 2월 열병식 때도 등장했다.

◇TEL 개념 왜곡 무리수

청와대 안보 라인이 이 같은 발언을 하게 된 건 북한의 이동식발사대가 ICBM을 땅에 내려놓은 뒤 발사 현장을 이탈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이동식발사대 위에서 ICBM이 발사돼야 진정한 이동식발사대'라는 게 청와대의 생각이란 것이다. 군에서는 이런 인식이 이동식발사대의 개념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됐다는 얘기가 나왔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전문연구위원은 "중국 일부 탄도미사일도 이런 식으로 발사하는데, 분리가 된다 안 된다는 이유로 이동식발사대가 아니라고 하는 건 군사 기본 상식을 모르는 것"이라고 했다.

정 실장이 북한의 '동창리 발사장 폐기' 의미를 과장하면서 무리수를 던진 측면도 있다. 정 실장은 "(이동식발사대에서의 ICBM 발사는 어렵기 때문에)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이 폐기되면 북의 ICBM 발사 능력도 없다고 자신 있게 말씀드린다"고 했다.

이와 같은 인식은 군 정보 당국의 판단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김영환 국방정보본부장은 지난달 8일 국정감사에서 "북한은 현재 이동식발사대로 ICBM을 발사 가능한 수준까지 고도화돼 있는 상태"라며 "북한은 현재 ICBM급은 이동식발사대로 발사하기 때문에 동창리는 다른 용도로 쓸 것"이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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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제타격으로 TEL 제압 가능?

정 실장은 "북한의 미사일 능력이 안보에 위중한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도 했는데 그 배경에는 우리 군의 선제타격 능력에 대한 과신이 깔려 있다는 얘기도 나왔다. 정부 관계자는 "청와대는 유사시 F-35A 등으로 이동식발사대를 선제타격할 수 있기 때문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이동식발사대를 타격하기 위해서는 정찰이 중요한데, 군의 정찰 능력은 9·19 군사합의 이후 저하된 상태다.

◇무조건 北 감싸는 청와대

문제는 청와대의 '안이한 대북관·안보관' 논란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정 실장은 문재인 대통령 상중(喪中) 북한의 도발은 결례가 아니냐는 질문에 "청와대로 복귀하고 난 다음에 발사됐다"고 했다. 노영민 비서실장은 지난 8월 국회 운영위에서 '현 정부 출범 후 북한이 몇 차례 핵실험을 했느냐'는 질문에 "한 번도 안 했다"고 했다가 뒤늦게 정정했다. 노 실장의 발언은 김현종 안보실 2차장이 조언한 것이었다.

최종건 청와대 평화기획비서관은 지난 8월 23일 언론 인터뷰에서 "한반도의 안보 환경이 변하면 변할수록, 우리가 진행하는 평화 프로세스가 순기능 쪽으로 진행하게 된다면 (한·일 간 정보 공유) 수요는 떨어지게 돼 있다"고 했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파기의 정당성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으로, 북의 도발이 줄어 일본에 군사 정보를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북한은 인터뷰 시점을 기준으로 올해에만 미사일·방사포 도발을 8차례 했고, 인터뷰 다음 날 아침에도 함남 선덕에서 '초대형 방사포' 2발을 쐈다.

이 밖에도 청와대와 정부 관계자들은 "우리도 미사일 시험을 자주 하니 북한을 비난할 수 없다" "북한이 9·19 남북 군사 합의를 위반한다고 하는 순간 우리도 군사 합의를 위반하고 있는 것"이라며 북한을 두둔해왔다.

[양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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