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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9 (일)

이슈 물가와 GDP

경기둔화→수요위축→물가하락…"디플레 위협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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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소비자물가상승률 0.0%…마이너스 벗어났지만

농식품·에너지 가격 상승 때문

한은 물가 지표는 수요 부진으로 물가 하락 증명

아시아경제

[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 소비자물가상승률(전년동기대비)이 석달만에 마이너스 늪에서는 빠져 나왔지만 전문가들은 마이너스 물가 여부 자체보다는 저물가 상태가 상당히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경기둔화로 인한 수요 부진 탓에 나타난 저물가 현상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경제에 짙게 드리워진 디플레이션 우려를 씻어낼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3일 통계청의 '10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5.46(2015=100)으로 전년 동월보다 0.0% 상승했다. 지난해 10월 소비자물가지수(105.46)와 소수점 둘째 자리까지 동일해 통계청은 '보합' '변동없음'으로 공식 발표했다. 다만 두 달 동안(8월 -0.04%ㆍ9월 -0. 4%)계속된 소비자물가 하락세는 멈춘 셈이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 전망총괄 연구위원은 "10월 물가가 마이너스는 벗어났지만 반등 수준이 0% 보합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여전히 낮은 수준이고 이는 경기가 수축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저물가가 지속되고 있는 배경에는 농수산품 가격과 정부 정책 같은 공급 요인도 있지만 경기 부진에 따른 수요 위축의 영향도 있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교수는 "최근에 외식 물가가 많이 올라서 국민들이 체감하는 물가 수준과는 온도차가 있겠지만, 경기 악화로 제품이 안 팔리고 공장 가동률도 떨어지고 재고율은 올라가면서 물가가 하락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오정근 건국대 교수 역시 "마이너스 물가를 탈출했다고 안심하긴 이르다"며 "투자와 소비 지표가 부진하고 9월 생산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대비 0.7% 하락하는 등 디플레이션 압력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근원물가상승률만 봐도 '수요 위축에 의한 물가상승률 저하'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는 것을 알수 있다. 근원물가는 소비자물가에서 날씨나 국제정세에 따라 변동폭이 큰 식료품ㆍ에너지 품목을 제외해 물가의 기조 흐름을 보여주는 지표다. 근원물가의 상승률은 10월 0.6%를 기록했다. 올 3월부터 0%대 상승률에서 못 벗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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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만드는 물가지표도 같은 신호를 보낸다. 한은은 수요 요인으로 인한 물가상승률을 좀 더 정확하게 보여주기 위해 두가지 지수를 내놓는다. 식료품ㆍ에너지는 물론 정부의 복지정책에 영향을 받는 품목까지 뺀 근원물가가 첫번째다. 올해 1분기 1.5%, 2분기 1.2%, 3분기 1.3%를 기록했다. 2016~2018년 연평균 2.1%, 2017년 1.8%, 2018년 1.5%였던 것에 비하면 하락세가 뚜렷하다.


두번째는 개인서비스와 공업제품으로만 구성된 '경기민감물가지수'다. 이 지수의 상승률은 올해 1ㆍ2ㆍ3분기 각각 1.9%, 1.6%, 1.6%였다. 역시 과거 3년간 연평균 상승률은 2.0%, 1.7%, 2.0%로 올해 큰 폭으로 하락했다.


지방의 경우 물가 하락 충격이 더 심하다. 나라 전체로 보면 8월부터 소비자물가가 마이너스로 떨어졌지만, 울산은 이미 9개월째 미끄러지는 중이다. 충남은 4개월 연속, 광주·대전·전북·전남·경북·경남은 3개월 연속 마이너스 물가다. 내수 위축이 집세와 개인서비스 물가에 영향을 미치면 전국이 '울산화(化)'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태열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올해들어 울산의 경우는 집세와 개인서비스 부분에서 타 지역 대비 심각한 저물가가 나타나면서 물가 하락세가 장기화 되고 있다"고 밝혔다.


집세와 개인서비스는 농축수산물이나 공공서비스 같은 일시적 공급요인에 의해 달라지거나 정책적으로 개입할 여지가 적기 때문에 구조적인 문제로 여겨진다. 이 선임 연구위원은 "올해 전국 단위 소비자물가도 울산과 유사하게 집세와 개인서비스 부문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어 부동산 시장과 자영업 업황 같은 시장 동향에 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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