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출판박물관이 기획전 ‘책을 펴내다-우리 근현대 출판사 100년’을 열고 있다. 사진은 희귀본인 1924년 출판된 이광수의 ‘무정’. 삼성출판박물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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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희귀본을 통해 한국의 출판, 출판사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전시회가 마련됐다. 100여년 전에 출간된 책을 비롯해 일제강점기의 여러 악조건 속에서 힘들게 빛을 본 서적들, 해방 후 1970년대 까지 나온 갖가지 책들은 저자는 물론 당대 시대상, 나아가 출판사와 출판인들까지 떠올리게 한다. 특히 평소 접하기 힘든 책을 만나고, 이제는 누렇게 변색될 정도로 세월이 녹아든 책들이 풍기는 오묘한 ‘책 냄새’를 맡을 수 있는 귀한 자리다.
삼성출판박물관(서울 구기동)이 ‘책을 펴내다-우리 근현대 출판사 100년’이란 주제의 기획전을 열고 있다.
1910년 회동서관에서 펴낸 지석영의 ‘자전석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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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는 1897년 설립된 회동서관부터 1970년대까지 세워진 우리나라 근현대 주요 출판사 37곳의 출판물 110여 점으로 구성됐다. 시대별로 출판사들을 분류, 해당 출판사들이 펴낸 책들로 전시장을 꾸렸다. 책보다 출판사들에 초점이 맞춰진 듯하다. 김종규 삼성출판박물관장은 “출판의 역사는 곧 출판사의 역사”라며 “격동의 근현대사 속에서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책을 펴내온 출판사들에 대한 헌사라고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먼저 관람객들의 큰 눈길을 끄는 곳은 해방 이전의 책들이다. 회동서관을 비롯해 광학서포(1906) 박문서관(1907) 신문관(1908) 한남서림(1910년 경) 등의 서적이다. 당시 출판사들은 새로운 지식의 수용과 계몽을 강조했다. 전시장에서 만나는 지석영의 ‘자전석요’는 회동서관이 1909년 펴낸 책으로 근대적 체제를 갖춘 최초의 한자 자전이자 당시 베스트 셀러였다.
1965년 삼성출판사에서 나온 ‘한국단편소설선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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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현대 장편소설인 이광수의 ‘무정’은 1918년 초판이 나온 이후 여러 출판사(인쇄소)를 거치며 9판까지 발간됐으나 대부분 사라졌다. 이번 전시회에는 제 5판(1924)이 선보이고 있다. 물론 희귀본이다. 당시 책들에선 일제의 검열 흔적이 엿보이기도 한다. 조명희의 희곡집 ‘김영일의 사’(동양서원·1923)는 대사의 주요 부분이 삭제당한 채 출판됐다. 이외에 육당 최남선의 ‘육전소설’(신문관·1913), 홍난파가 번역한 한 빅토르 위고의 ‘애사’(박문서관·1922) 등도 볼 수 있다.
해방이 되고 1950년대 말까지 여러 출판사들이 생겨났다. 해방 공간의 혼란과 전쟁·전후 복구 속에서도 지식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출판작업은 계속된 것이다. 1945년 세워진 탐구당·을유문화사·현암사·민중서관을 비롯해 계몽사(1946) 신구문화사(1951) 일조각(1953) 현대문학사(1954) 일지사(1956) 어문각(1959) 등이다. 이 시기에 출판된 임화의 시집 ‘찬가’(백양당·1947)를 비롯해 여러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장에서 접할 수 있다.
삼성출판박물관 전시장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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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의 마무리는 1960~1970년대에 세워진 출판사들의 서적이다. 한림출판사(1963) 민음사·범우사·창작과비평사·문예출판사(1966) 지식산업사(1969) 샘터사(1970) 문학과지성사(1975) 한길사(1976) 등에서 펴낸 다양한 책들이 관람객을 맞는다. 김종규 관장은 “출판사들이 지금도 소명의식과 자부심을 갖고 책을 펴내고 있다”며 “이번 전시가 책, 출판계 안팎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전시는 12월 10일까지다.
도재기 선임기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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