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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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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와 다문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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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무슬림 국가 인도네시아에서 만날 수 있는 세계적 불교 유적 보로부두르 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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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몰랐던 아시아-41] 한국과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의 대화관계 수립 30주년을 기념해 부산에서 개최되는 '2019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가 2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동티모르를 제외한 동남아시아 10개 나라로 이뤄진 지역협력기구 아세안의 회원국들은 몇 가지 특징을 공유한다. 학계에서는 대체로 벼농사 중심의 농경 문화와 유럽 열강에 의한 식민 지배 경험, 권위주의 정부 주도의 성장 모델 도입 등을 아세안 국가들의 공통점으로 설명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이 꼽는 아세안 지역의 가장 큰 특징은 단연 다양성이다. 다양성에 기반한 다문화(한 국가나 한 사회 내에 다른 계급, 민족, 인종 등 여러 집단의 문화가 공존하는 현상)야말로 아세안 사회에서 보편적으로 발견되는 현상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예를 들어, 아세안 대륙부에 위치한 미얀마에는 135여 개 인종이 거주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한편 인접한 태국 전역에서는 24개 이상의 언어가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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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의 국가 모토인 `Bhinneka Tunggal Ika(다양성 속의 통일성)` /출처=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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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는 아세안 내에서도 다문화에 관한 한 둘째가라면 서러운 선진국으로 불린다. 사실 전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많은 2억6000만명 인구를 보유한 인도네시아는 지구촌에서도 몇 손가락 안에 드는 대표적 다민족·다언어 국가다. 실제 해외 연구기관들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는 캐나다와 인도, 사하라 사막 이남의 아프리카 나라들과 함께 가장 '문화적으로 다양한(culturally diverse)' 국가 리스트 상위권에 빠짐없이 이름을 올려 왔다. 이는 700여 개 언어를 사용하는 300여 개 종족이 1만7000여 개 섬으로 구성된 1개 나라에 삶의 터전을 마련해 온 역사적 맥락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협치와 연정의 전통을 바탕으로 국가 모토인 'Bhinneka Tunggal Ika(다양성 속의 통일성)'을 실천하면서 "어떻게 하나의 국가를 형성하고 유지해 나갈 수 있을까"라는 외부의 의구심을 해소해 왔기 때문이다. 심지어 언뜻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온건 성향의 이슬람과 민주주의가 공존하는 독특한 정치 모델은 남다른 이목도 끌어 왔다. 물론 무슬림(이슬람 신자)이 절대 다수인 인구 구성 특성상, 종교적 갈등 등에서 비롯된 정치적 소란도 심심치 않게 목격된다. 하지만 국가 탄생 배경에서 유래한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다문화 국가 인도네시아의 버팀목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해 왔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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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슬림 국가 인도네시아에서 만날 수 있는 세계적 힌두교 유적 쁘람바난 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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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에 따르면, 2018년 말 기준 국내에는 외국인 약 237만명이 체류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국내 전체 인구 대비 4.6%에 달하는 수치다. 2007년 처음 100만명을 돌파한 체류 외국인 숫자는 불과 9년 뒤인 2016년 200만명을 넘어섰다. 그리고 길거리에서 다문화 가족을 마주치는 일이 낯설지 않을 정도로 이방인들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체류 외국인 300만명 시대 또한 눈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즉, 글로벌화의 거센 물결 속에 한국 사회 역시 천천히 다문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음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단일 민족, 순혈주의에 유달리 집착해 온 관습적 사고를 근본적으로 뒤흔들 거센 변화의 바람이 불어오는 것이다. 인도네시아를 필두로 일찌감치 다문화 국가를 선언한 아세안 10개국 정상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국제 행사가 한국 사회에 특별한 의미를 갖는 또 다른 이유다. 거스를 수 없는 시대 흐름인 다문화 사회의 도래를 맞이하는 한국 사회 인식이 조금이나마 바뀔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방정환 아세안비즈니스센터 이사/'왜 세계는 인도네시아에 주목하는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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