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지난 19일 이탈리아 로마영화제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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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한 영화제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상영이 취소된 것을 두고 일본 영화계를 중심으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자이자 일본을 대표하는 영화감독인 고레에다 히로카즈(是枝 裕和 )까지 나서 “있어서는 안될 판단”이라고 일갈했다.
30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도쿄 인근 가나가와(神奈川)현 가와사키(川崎)시에서 내달 4일까지 열리는 ‘가와사키 신유리 영화제’에선 위안부 문제를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 <주전장>이 상영될 예정이었지만, 주최 측이 지난 27일 상영을 보류했다. 공동 주최자인 가와사키시 측에서 이 영화에 등장하는 일본 우익 일부가 상영 금지를 요구하는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것을 이유로 들었다. 주최자인 ‘가와사키 아츠’는 “상영 때 일어날 수 있는 사태를 상정해 상영을 보류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주전장>은 일본계 미국인 미키 데자키 감독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진보적 지식인·활동가는 물론, 일본 자민당 의원과 극우 논객, 친일 미국인 등 우익 세력의 주장을 담아 논쟁의 실체를 추적한 다큐멘터리다. 지난 4월 일본에서 개봉하면서 화제를 모았고,한국에서도 상영됐다. 그러나 영화에 출연한 우익 논객들이 지난 6월 상영 중지를 요구하는 소송을 하는 등 일본 우익 세력의 반발에 부딪히기도 했다.
<주전장>의 상영 보류 소식이 알려지면서 “표현의 자유 침해” “과잉한 손타쿠(忖度ㆍ윗사람이 원하는 대로 알아서 행동함)” 등 비판이 쇄도했다. <11월 25일 자결의 날, 미시마 유키오와 젊은이들> 등을 제작한 와카마쓰 프로덕션은 “명백한 공권력에 의한 검열”이라고 항의하면서 출품작 2편의 상영을 취소했다. 지난 8월 국제예술제 ‘아이치 트리엔날레’가 우익 세력의 압박으로 ‘평화의 소녀상’ 전시를 중단하자 다른 참가작가들이 잇따라 출품을 취소하고, 예술계를 중심으로 연대의 목소리를 낸 것과 닮은 꼴이다.
29일에는 ‘어느 가족’으로 지난해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고레에다 감독도 항의의 목소리를 냈다. NHK에 따르면 그는 이날 무대 인사에서 “주최자로서 있어서는 안될 판단으로, 만든 사람에 대한 경의를 결여하고 있다. 어떤 선후책을 취할 수 있을지 생각했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그는 “상영에 따르는 위험은 주최자뿐만 아니라 영화제를 만드는 모두가 지는 것”이라며 “아직 아무 것도 일어나지 않는데도 행정의 우려만으로 상영이 취소되는 것은 언어도단”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가와사키시는 우려를 표명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 주최자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행동해야 했다”고 했다.
함께 무대 위에 오른 배우 이우라 아라타(井浦新)도 “형편이 나쁘다고 상영을 중지한다는 생각은 영화를 즐기는 사람도, 만드는 사람도 자유를 빼앗길 위험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도쿄|김진우 특파원 jw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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