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외교 당국이 미국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 철거 압박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미국에서 최초로 평화의 소녀상이 설치된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북쪽 소도시 글렌데일의 시 의원이자 전 시장인 프랭크 퀸테로가 한 달 전 LA 주재 일본 총영사에게서 소녀상을 철거하라는 압박을 받았다고 폭로했다.
퀸테로 전 시장이 28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 노스리지대에서 개최된 위안부 다큐멘터리 영화 '주전장(主戰場)' 상영회 후 질의응답에서 "올해 부임한 무토 아키라 LA 주재 일본 총영사가 '총영사로서 내 임무는 글렌데일 소녀상을 철거하는 것뿐'이라고 말했다"고 폭로했다고 위안부행동(CARE·대표 김현정) 측이 이날 밝혔다.
퀸테로 전 시장은 "무토 총영사가 글렌데일 시의원들에게도 이 같은 압박을 가했다"며 "그는 무역(갈등)에 대해서도 얘기하지 않았다. 자신은 의심의 여지없이 일본 정부가 수년간 추진해 온 그것, 그 상징물(소녀상)을 없애는 것을 얘기하고 싶다고 했다"고 말했다. 퀸테로 전 시장은 글렌데일에 소녀상을 설치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물이다. 그의 폭로는 일본 정부가 이미 설치된 소녀상까지 없애는 데 외교력을 총동원하고 있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글렌데일 중앙도서관 시립공원에 세워진 소녀상은 올해 건립 6주년을 맞았다. 한인단체가 3만달러를 모금해 2년간 준비한 끝에 미국은 물론 해외에 처음 세운 소녀상이다. 그는 "소녀상 설치 이후 1000통이 넘는 '증오 편지'를 받기도 했다. 내 아들도 그런 편지를 받았다"고 말했다.
전날에는 미국 워싱턴DC 인근 애넌데일에 미국 내 다섯 번째 소녀상이 세워졌다. 이 소녀상은 2016년 설치될 예정이었지만 일본 방해로 설치 용지를 찾지 못해 창고에 보관했었다.
이번 소녀상 설치와 관련해 주미 일본대사관 측은 "일본 입장과 상충되는 극히 유감스러운 일"이라는 입장을 내놨다고 요미우리신문이 전했다.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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