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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아프리카돼지열병 국내 상륙

겨울 멧돼지, 여름 사육돼지…돼지열병 유럽식 확산 막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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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오전 강원 철원군 갈말읍 지포리 거점소독시설에서 일반차량들이 소독을 받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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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엔 여름엔 사육 돼지가 감염되고, 겨울은 야생 멧돼지끼리 병을 옮기고….

국내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병이 유럽처럼 자리 잡는 것일까.

덴마크 코펜하겐대학교 동물복지·질병관리과의 르네 보커 선임연구원은 최근 중앙일보와 가진 이메일 인터뷰에서 "유럽 사례를 보면 야생 멧돼지 사이에서 ASF 감염은 연중 일어나지만, 사육 돼지의 ASF 감염은 여름철에만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겨울철 야생 멧돼지 사이의 전염을 차단하지 않을 경우 여름이 돌아오면 다시 사육 돼지에서 발병한다는 것이다.



양돈농가 발병 잠복기 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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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한 지 1개월을 앞두고 있는 16일 경기도 파주시에서 방역당국 관계자들이 ASF 살처분이 완료된 양돈농가의 시료 채취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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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국내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양돈 농가에서 가장 최근에 ASF가 발병한 것은 지난 9일이다.

통상 ASF의 잠복기를 4∼19일로 보기 때문에 28일은 국내 양돈농가의 발병은 모두 잠복기가 지난 셈이다.

앞으로도 양돈농가에서 발병할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당분간 관심은 멧돼지로 옮겨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야생 멧돼지의 경우 지난 24일 강원도 철원군 원남면 죽대리에서 발견된 폐사체에서 ASF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진현리를 포함해 이곳 원남면에서만 지난 11일 이후 6건의 폐사체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돼, 야생 멧돼지들 사이에서 바이러스가 여전히 전파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경기도 파주의 경우는 지난 23일, 연천에서는 지난 20일에도 폐사체가 발견돼 추가 발병 우려가 높다.



멧돼지 이동 차단에 주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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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돼지열병에 대비한 광역 울타리 설치 계획 (흰색선) [자료 환경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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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당장 야생 멧돼지 사이에 지속해서 이뤄지는 감염을 차단하는 것이 과제가 됐다.

ASF 중앙사고수습본부가 27일 밤 ASF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강화된 대책을 내놓은 것도 멧돼지 이동으로 인한 바이러스 확산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수습본부 측은 "접경지역 멧돼지 사이에 이미 ASF가 광범위하게 퍼져있을 가능성이 있고, 멧돼지끼리 감염되는 상황이 장기화할 가능성에 있다"고 밝혔다.

이번 긴급대책의 핵심은 이동성이 증가하는 번식기를 앞두고 야생 멧돼지를 여러 겹의 울타리로 가둬 이동을 차단한 뒤 포획하겠다는 내용이다.

특히, 경기도 파주부터 강원도 고성까지 광역 울타리를 구축, 멧돼지의 남하를 차단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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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강원 화천군에서 군 장병들이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매개체로 의심되는 멧돼지를 잡기 위한 포획 틀을 화천군으로부터 전달받으면서 사용방법을 익히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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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그동안 멧돼지 총기 포획이 금지됐던 완충지역 5개 시·군(포천·양주·동두천·고양·화천)에서도 28일부터 총기포획을 허용하기로 했다.

대신 멧돼지를 남에서 북으로 몰아가는 방식이다.

ASF 발생지역인 강화·김포·파주·연천·철원에서도 다음 달 6일까지 2차 울타리를 설치하고, 제한적인 총기 포획을 추진하기로 했다.



폐사체 조기 발견이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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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돼지열병에 걸려 죽은 멧돼지 폐사체 [사진 환경부]


멧돼지를 집중적으로 포획한다고 해도 정작 돌아다니는 멧돼지는 ASF에 감염됐을 가능성은 작다.

ASF는 한번 감염되면 90%가 죽을 정도로 치사율(lethality)은 높지만, 바이러스가 전파되는 전염성(contagiousity)은 구제역이나 전통적인 돼지 열병에 비해 낮은 편이다.

구제역의 경우 치사율이 2%, 전통적인 돼지 열병은 50% 수준이다.

체코의 사례를 보면 감염지역 내에서 3758마리를 포획했지만, 이들 중 ASF에 감염된 멧돼지는 18마리로 0.5%에 불과했다.

또, 감염지역 바깥에서 포획한 2만3906마리 중에서 ASF에 감염된 것은 한 마리도 없었다.

대신 감염지역 내에서 발견된 폐사체 444마리 중 47%인 212마리에서는 ASF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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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돼지 폐사체. [사진 환경부]


이 때문에 멧돼지 서식 밀도를 낮추기 위해 살아있는 멧돼지를 포획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멧돼지 폐사체를 조기에 발견하고, 적정 처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환경부와 산림청도 28일부터 합동으로 3주간 매일 총 440명 규모의 정밀수색팀을 발생지역에 집중적으로 투입해 멧돼지 폐사체를 촘촘하게 수색할 계획이다.

환경부 박찬용 ASF 총괄대응팀장은 "이번에는 안전 문제 때문에 미확인 지뢰지대는 폐사체 수색 대상지에서 제외했지만, (낙엽이 진 다음에는) 드론을 활용해 수색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이와 함께 폐사체 신고포상금을 5만원에서 10만원으로 올리고, 바이러스 확진 시에는 100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사육돼지 감염은 침파리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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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파리. 영어로는 축사파리(stable fly)로 불린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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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커 박사는 지난 7월 발간된 국제 수의학 학술지 '월경성·신흥 질병(Transboundary and Emerging Diseases)'에 게재된 논문에서는 침파리(축사 파리, 학명 Stomoxys calcitrans)의 ASF 매개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그는 이 논문에서 "ASF 바이러스에 노출된 침파리를 먹은 돼지가 쉽게 ASF에 감염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 침파리는 국내에도 서식한다.

보커 박사 등은 논문에서 "방역이 철저한 동유럽 농장에서도 ASF가 발생한다는 사실과 여름철에 감염이 많이 늘어난다는 점에 착안해 실험을 진행했다"며 "ASF 바이러스가 든 돼지 피를 먹은 파리를 먹인 결과, 일부 돼지가 바이러스에 감염됐다"고 밝혔다.

그는 "ASF 바이러스에 감염된 야생 멧돼지의 피를 먹은 침파리가 축사로 들어가고, 돼지 먹이에 파리가 들어갈 경우 ASF에 감염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인터뷰에서 "침파리는 돼지 사체는 먹지 않고 살아있는 돼지 피만 빤다"며 "파리가 아주 멀리까지 날아가지는 못하지만, 야생 멧돼지의 바이러스를 가까운 축사로 옮길 수는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야생 멧돼지끼리 감염이 계속된다면 이동 차량 등에 대해 아무리 철저하게 방역하더라도 내년 여름 다시 사육 돼지에서 ASF가 발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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