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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2 (화)

‘포스트 조국’ 출구 못 찾는 한국당…중도층 앞에 두고 우클릭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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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사퇴한 지 2주가 지났지만 자유한국당이 ‘포스트 조국’ 이후의 방향을 찾지 못하고 갈팡질팡하고 있다. 황교안 대표는 보수단체의 ‘문재인 대통령 하야’ 집회와 박정희 전 대통령 추도식을 찾아 연일 우클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조 전 장관 낙마의 두 번째 공이 ‘보수 유튜버’였다”며 보수 유튜버 끌어안기에 나섰다. ‘조국 사태’로 다수의 중도 성향 유권자가 문재인 정부에 등을 돌렸지만 정작 한국당은 우클릭으로 거꾸로 나가고 있다.

◆박정희·보수 유튜버 구애 나선 황교안·나경원

황 대표는 지난 26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박정희 전 대통령 40주기 추도식에 다녀온 사실을 언급하며 “박 전 대통령은 우리가 세계사에 주도적으로 등장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한 최초의 인물”이라며 “세계사에서 유례없는 독보적인 성취와 성공의 기적을 일구어낸 분”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처절한 배고픔을 극복한 산업화 과정이 없었다면 우리가 어떻게 선진국을 꿈꿀 수 있었겠냐”며 “‘박정희 정신’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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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전 대통령 40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이야기 나누는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오른쪽)와 나경원 원내대표. 연합뉴스


황 대표와 나 원내대표를 비롯한 한국당 지도부 10여명은 이날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박 전 대통령에 참석했다. 한국당 지도부가 박 전 대통령 추도식에 참석한 것은 2015년 김무성 전 대표 이후 4년 만이다. 우리공화당 조원진·홍문종 공동대표와 무소속 이언주 의원 등 보수성향의 정치인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황 대표가 ‘박정희 향수’를 자극했다면 나 원내대표는 극우 성향 보수 유튜버를 끌어안았다. 나 원내대표는 27일 국회 헌정기념관 앞마당에서 열린 ‘문재인 정권 전반기 정책평가 토크 콘서트’에 보수 유튜버 ‘신의 한 수’, ‘토순이TV’, ‘세이렌코리아TV’ 진행자들과 김태우 전 검찰 수사관 등을 초대했다. 나 원내대표는 “조국 전 장관을 낙마시킨 건 첫 번째가 국민의 힘이었고, 두 번째가 유튜버들의 힘이었다”며 격려했다. 보수 유튜버들은 조 전 장관을 둘러싼 의혹을 제기하고 알리는 데 일정 부분 역할을 했지만 자극적인 방송과 더불어 허위 사실 유포 창구라는 비판도 받았다.

한국당은 지난 2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유튜브 노란 딱지,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긴급전문가 간담회를 열어 보수 유튜버의 광고 수익이 차단되는 구글 정책을 비판하고 나섰다. 나 원내대표는 “지금 이 노란 딱지는 마치 한마디로 정치적 아이콘같이 되면서 ‘우파 유튜버들도 이미 블랙리스트가 있는 것 아닌가’ 하는 그런 생각을 하게 한다”며 “구글의 노란 딱지가 굉장히 우리 우파 유튜버를 위축하게 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구글을 압박했다.

◆‘패트 수사 대상 가산점’…설익은 공천룰 논의로 엇박자낸 황교안·나경원

설익은 공천룰 논란에서 보여준 당 지도부의 엇박자도 한국당의 발목을 잡았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수사 대상 의원들에게 공천 가산점을 주자”는 나 원내대표의 제안은 공개 제안은 불과 이틀 만에 황 대표에 의해 거부당했다. 나 원내대표는 “올바르게 정치 저항에 앞장선 분들에게 가산점을 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했지만 황 대표는 “가산점을 생각해본 바 없다. 결정된 것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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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오른쪽)자유한국당 대표와 의원들이 지난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자유한국당 회의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황 대표 측은 최근 부산의 한 일간지에서 보도된 ‘동일지역 3선 이상 공천 배제’에 대해서도 불쾌한 반응을 드러냈다. ‘동일 지역구 3선 이상 의원’ 기준은 부산을 중심으로 한 영남과 충청·수도권 일부 지역이 해당된다. ‘3선 배제’ 보도 이후 일부 중진의원들을 공개인 반발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한국당 핵심 관계자는 “절대 사실이 아니다”며 “설익은 공천룰을 언급하면 당무 감사를 벌여서라도 조치하겠다”고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한국당 초선의원은 “‘조국 정국’에서 중도층이 문 정부 지지를 철회했지만 여전히 한국당의 비호감도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지도부의 노선이 조국 이전과 달라진 게 없다. 아무리 좋은 대안을 만들고 공정 문제를 지적해도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창훈 기자 coraz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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