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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삶]“기계가 생각할 수 있을까?” 현재도 유효한 60년 전의 공상적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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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런 튜링 지능에 관하여

앨런 튜링 지음·노승영 옮김

HB PRESS | 160쪽 | 1만5000원

경향신문

천재 수학자 앨런 튜링(1912~1954)은 오늘날 컴퓨터의 아버지로 일컬어진다. <앨런 튜링 지능에 관하여>는 인공지능의 가능성을 선구적으로 탐구한 튜링의 주요 논문과 강연을 한국어로 처음 번역한 책이다.

책에는 최초의 인공지능 선언문 ‘지능을 가진 기계’(1948) 등 인공지능에 관한 글 다섯 편을 담았다. 과학 논문들이지만 너무 겁먹을 필요는 없다. 애초 철학 학술지에 게재된 것들도 있다.

곽재식 작가가 쓴 해제의 도움을 받으면 인식의 지평을 넓히는 에세이처럼 따라갈 수 있다.

“기계가 생각할 수 있을까?” 글들은 질문으로 시작한다. 튜링은 ‘인공지능’이라는 단어 자체가 없던 시대에 머신 러닝, 알고리즘 등 현대 인공지능의 토대가 되는 개념들을 탐구했다.

‘튜링 기계’의 경우 대단히 복잡하고 어려운 작업도 세세하게 쪼개면 아주 간단한 장치가 처리할 수 있다는 개념을 제시한다. 0과 1의 이진법으로 처리하는 컴퓨터가 그렇다. 다만 그런 작업을 아주 많이, 엄청 빠르게 수행할 뿐이다.

기계가 지능을 갖고 있는지 아닌지를 시험해 보는 ‘튜링 테스트’에 대한 글에선, ‘빅스비’나 ‘시리’ 등 인공지능 서비스들도 떠오른다. 튜링의 시대에 공상처럼 여겨진 발상들이 60여년이 지나 현실로 구현된 것이다.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탄압받은 튜링은 청산가리를 주입한 사과를 먹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에서 공주가 독이 든 사과를 먹는 장면을 좋아했다고 한다. 애플 로고가 튜링을 기렸다는 얘기도 있다.

2009년 영국 정부는 튜링에게 공식 사과했고, 2019년에는 50파운드 신권 지폐 인물로 선정됐다. 구권 인물은 산업혁명의 아이콘 제임스 와트.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이뤄진 뒤늦은 복권이었다.

배문규 기자 sobbel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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