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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이춘재 살해 ‘화성 실종 초등생’ 30년간 가출 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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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속 드러나는 경찰 부실수사 / 부모 두 차례 수사 요청 묵살당해 / 유류품 발견하고도 가족 안 알려 / 당시 수사담당자들 “기억 안 난다” / 화성 8차 증거물 李 DNA 미검출

세계일보

화성연쇄살인사건 피의자 이춘재(56·사진)가 살해한 것으로 확인된 ‘화성 실종 초등생’이 당시 ‘가출인’으로 분류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24일 화성연쇄살인사건 수사본부에 따르면 1989년 7월 7일 낮 12시 30분쯤 화성 태안읍에서 초등학교 2학년인 김모(8)양이 학교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 실종됐다. 당시 경찰은 김양이 스스로 집을 나갔다고 보고, ‘가출인’으로 분류해 사건을 처리했다. 학교를 잘 다니던 만 8세 여자아이가 갑자기 사라진 데다 유류품까지 발견됐으며 부모가 두 차례에 걸쳐 수사 요청을 했음에도 단순 실종사건으로 처리한 대처는 과거 경찰 수사가 얼마나 부실했는지 보여준다.

화성사건 수사본부는 당시 경찰이 김양을 ‘가출인’으로 판단한 이유에 대해서는 수사기록에서 찾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김양의 실종과 화성사건 사이에 연관성이 있다고 보고 수사한 기록은 일부 남아있어 면밀히 조사 중이라고 부연했다.

김양의 흔적은 실종 5개월여 만인 같은 해 12월 마을 주민들에 의해 발견됐다. 주민들은 김양이 입고 있던 치마와 메고 있던 책가방 등 유류품 10여점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이 중 유류품 7점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감정을 맡기면서도, 유류품 발견 사실에 대해 김양의 가족에게 알리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수사본부 관계자는 “당시 수사관계자들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어서 이런 불일치에 대해 계속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춘재의 DNA가 화성 8차 사건 증거물에서는 검출되지 않았다. 다만, 8차 사건의 증거물은 화성사건 당시에도 유의미한 증거로 분류되지 않아 이러한 결과가 어느 정도 예상됐던 만큼 경찰은 다른 방법으로 이춘재 자백의 신빙성을 검증하겠다는 입장이다. 8차 사건은 1988년 9월 16일 경기도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 박모(당시 13세)양의 집에서 박양이 성폭행당하고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이 사건은 과거 범인이 검거돼 처벌까지 끝났지만 이춘재는 이를 포함해 10건의 화성사건 모두와 충북 청주 등에서 저지른 4건 등 14건의 살인과 30여건의 성범죄를 저질렀다고 지난달 자백했다. 과거 8차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20년간 옥살이를 한 윤모(62)씨는 재심 청구를 준비 중이다.

수원=김영석 기자 lovek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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