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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2 (토)

불확실성의 공포 확산… 발목 잡힌 기업 투자 [2019년 1%대 성장 경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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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내외 악재에 축소·연기 속출 / SK하이닉스 반도체 경기 부진 / 2020년 생산량·투자금 모두 삭감 / LG디스플레이 2019년 투자 5000억 ↓ / 건설업 실적·투자 감소 특히 심해 / 신사업 추진도 규제에 의욕 꺾여

세계일보

미·중 무역분쟁과 일본의 수출규제, 주52시간제 시행, 소비 부진 등 대내외 악재가 겹치면서 투자계획을 축소하거나 미루는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다.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1%대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대외 악재들이 예상보다 장기화하면서 불확실성의 공포가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24일 3분기 실적을 발표한 SK하이닉스는 내년에 메모리 반도체 생산량과 투자금액 모두 줄일 것이라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이미 지난 7월 글로벌 반도체 경기 부진으로 11년 만에 감산에 돌입했다.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로 글로벌 반도체 수요 회복이 예상보다 늦어지자 내년에도 감산과 투자 축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LG디스플레이도 올해 시설투자 규모를 당초 목표했던 8조원에서 5000억원가량 줄이기로 했다. 중국 업체들의 LCD(액정표시장치) 패널 저가 공세로 수익성이 악화돼 올 들어 세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올해 적자 규모가 1조원을 넘어설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세계일보

박양수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이 2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기자실에서 열린 2019년 3/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 기자설명회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가장 암울한 곳은 건설업계다. 건설업계는 불안정한 국내외 경제여건에서 문재인정부 들어 지속한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축소, 부동산 규제 강화 등의 여파로 실적과 투자가 크게 쪼그라들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건설수주는 지난 7월에 전년 동월 대비 17.6% 감소했고, 8월에도 14.8% 감소함으로써 2개월 연속 10%포인트 이상 하락했다. 공공부문 수주는 0.5% 늘었지만 민간은 20.6%로 감소폭이 유난히 컸다. 재정을 풀어 근근이 성장세를 유지하는 공공과 달리 민간 부문은 긴축과 사업 축소로 힘들게 연명하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 토목과 건축 모두 주력 공종인 도로, 철도, 발전소, 주택, 공장 수주가 부진했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통화기금(IMF) 등이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인 2.0%로 전망했고, 상당수 국내외 민간 예측기관들도 전망치를 1%대로 낮추고 있다. 이 같은 거시경제 부진은 가뜩이나 위축된 건설투자 회복을 더욱 요원하게 만든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이유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7일 경제장관회의에서 주문한 SOC 예산 집행 확대 등에 대한 기대도 크지 않은 분위기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정부가 경기 활력 제고를 위한 건설투자 확대를 강조하는 등 SOC 투자 확대로 정책 방향성을 선회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인 사업 집행까지 시차가 존재한다”며 “여기에 국내외 거시경제 부진도 지속돼 민간 부문의 건설투자 회복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는 미래 먹거리 및 신성장동력 사업 육성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하지만, 규제의 틀이 과거 수준에 머물러 기업의 발목을 잡고 투자의욕을 꺾는 사례도 적지 않다. 전국경제인연합회 홍성일 경제정책팀장은 “신사업에 필요한 법 하나 바꾸는 데 2년 가까이 소요되고, 그러고 나면 또 다른 허들(장애물)이 나타나니 기업들이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도 힘들고 투자 의욕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수미·나기천 기자 leol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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