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3 (일)

'또' 통미봉남… 北 “美 연말 지혜롭게 넘기는지 볼 것”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세계일보

북한 김계관 외무성 고문.


금강산관광 파기를 사실상 선언한 북한이 미국을 향해서는 유화적인 제스쳐를 취했다. 미국과 협상하고 한국은 배제하는 ‘통미봉남’ 전략을 다시 구사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고문은 24일 발표한 담화에서 “우리는 미국이 어떻게 이번 연말을 지혜롭게 넘기는가를 보고 싶다”고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김 고문은 “나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공식 석상에서 조미(북미)수뇌들이 서로 존중하며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또다시 언급하였다는 보도를 주의 깊게 읽어보았다”며 “내가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우리 국무위원회 위원장 동지와 트럼프 대통령 사이의 친분관계가 굳건하며 서로에 대한 신뢰심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1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친분을 언급하며 북한에 관한 흥미로운 정보가 있다고 밝힌 지 사흘 만에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화답한 셈이다. 김 고문은 “며칠 전 내가 국무위원회 위원장 동지를 만나 뵙고 조미관계문제를 비롯하여 대외사업에서 제기되는 현안들을 보고드리었을 때 국무위원회 위원장 동지께서는 자신과 트럼프 대통령 사이의 관계가 각별하다는 데 대하여 말씀하시었다”고 소개했다.

김 고문은 또 “나는 이러한 친분에 기초하여 조미 사이에 가로놓인 모든 장애물들을 극복하고 두 나라 관계를 보다 좋은 방향으로 전진시킬 수 있는 동력이 마련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식견과 의사와는 거리가 멀게 워싱턴 정가와 미 행정부의 대조선 정책작성자들이 아직도 냉전식 사고와 이데올로기적 편견에 사로잡혀 우리를 덮어놓고 적대시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의 이 같은 메시지는 김 위원장이 시정연설에서 제시한 협상 시한인 연말이 지나기 전에 3차 북·미 정상회담을 성사시키고 싶다는 북한의 의중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외교가 일각에서는 현재 북·미 사이에 추가 실무협상을 위한 회담 장소를 논의하는 단계라는 소문도 돌고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미국과 협상하면서 한국은 배제하는 ‘통미봉남’ 전략을 다시 구사하고 있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지난해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급진전했던 남북관계가 지난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 좀처럼 분위기 전환을 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 정부의 정상회담이나 장관급 회담 제의를 받지 않고 있으며, 대북 식량 지원이나 아프리카돼지열병 관련 방역 협력 등에도 북한이 일절 응하지 않고 있다.

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