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 김혜식이 오랜 친구 나태주 시인에게 사진편지를 보낸다. 코카서스 산맥 아래 세 나라, 아르메니아, 조지아, 아제르바이잔을 여행한 이야기다. |
10월 초에 6박 7일 일정으로 아르메니아 예레반을 다녀왔다. 예레반에서 열린 WCIT라는 테크 분야 연례 행사를 취재하기 위해서였다. 출장을 마치고 출근을 하니 책상에 ‘코카서스 사진 편지’가 놓여 있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한다. 아르메니아라는 연결점이 ‘코카서스 사진 편지’를 펼치게 했다. 코카서스 3국중 아르메니아편을 펼쳐 숨 가쁘게 읽었다. 조금 숨을 고른 후 수도 예레반 편을 손으로 종이에 분해매핑을 하면서 차분하게 읽었다.
이번 아르메니아출장에서 예레반만 방문했기에 아르메니아의 다양한 초기 기독교 관련 유적 여행기에선 연결점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혜식 사진작가는 조지아, 아제르바이잔, 아르메니아로 구성된 코카서스 3국을 여행하면서 나태주 시인에게 편지를 보내는 형식으로 기행문을 썼다. 김작가는 충남 공주에 살면서 공주를 테마로 사진을 찍고 글을 쓰고 있다. 그는 그동안 ‘공주, 옛날 이야기 옛 사진전’을 열었고, ‘공산성’ 등 여러 책을 출간했다.
나태주 시인은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에 걸린 풀꽃 시(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로 유명하다. 나시인도 공주에 오랫동안 뿌리를 내리고 교육과 문학활동을 하면서 김작가와 함께 ‘비단강을 건너다’ ‘금강은 언제나 아침이다’ 등 공주 소재 책을 썼다.
김작가의 여행법은 방문한 도시의 공연 정보를 미리 챙기는 것이다. 그는 또 재래 시장, 도서관, 서점을 필수 방문 코스로 삼는다. 아울러 시내 버스와 지하철을 타면서 그 도시의 일상을 관찰하는 여행 루틴을 갖고 있다. 여행하는 도시의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 그들의 눈높이에서 삶을 보려는 것이다.
김작가는 길을 걷다가 비둘기를 든 소년을 담은 사진을 보고 그 사진을 촬영한 아틀리에를 방문했던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그는 새 사진을 통해 새를 사랑했던 아버지와 함께 나눈 추억을 떠올린다.
여행은 추억거리를 만드는 과정이지만, 옛 추억을 다시 불러오는 행위이기도 하다. 머나먼 낯선 땅에서 우연히 목격한 사진 한장에서 아버지와 형제와 쌓았던 오랜 기억을 다시 불러온 것이다.
코카서스 3국중 아르메니아의 수도 예레반 편을 손으로 종이에 분해매핑한 기록. |
김작가의 예레반 여행기중에서 캐스케이드(Cascade Complex) 전경 부문에선 나의 시선이 오랫동안 머물렀다. 숙소가 캐스케이드 근처에 있어 예레반에 머무는 동안 가장 많이 눈에 담은 곳이었기 때문이다.
캐스케이드는 높은 언덕에 큰 조형물을 세우고 그 곳을 기점으로 시내까지 긴 계단으로 연결한 형태다. 캐스케이드 언덕에 서거나 앉으면 예레반 전체 풍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특히 전면에 아르메니아의 영산인 아라라트(Ararat)산이 두 팔을 벌리고 예레반을 품고 있다.
예레반 방문 첫날 저녁 캐스케이드 계단에서 앉아 예레반 전경을 느긋하게 감상했다. 그러다
문득 가방에서 노트를 꺼내 펜으로 눈앞에 보이는 모습을 그리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졸업한 이후 처음 풍경화를 그렸기에 구도도 맞지 않고 선도 삐뚤삐뚤했다.
둘째날 캐스케이드 광장 양쪽으로 줄지어 들어서 있는 카페를 찾아 맥주와 간단한 안주를 시켰다. 맥주를 마시면서 노트를 꺼내 펜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캐스케이드 아래쪽에서 위를 바라본 풍경이었다.
아르메니아 수도 예레반의 명소인 캐스케이드 모습을 스케치하여 픽사트(Picsart)로 편집한 이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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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나먼 나라의 수도 한복판에서 누구의 시선도 의식하지 않았다. 아마도 완전한 이방인으로서 느낀 자유로움이 한번도 해보지 않았던 행동을 하게 만든 듯 하다.
서울로 돌아와 ‘코카서스 사진편지’를 읽는 동안 예레반에서 쌓았던 추억이 모락모락 솟았다. 특히 그림을 그리는 동안 관찰하고 생각한 예레반의 속살이 머리에 생생하게 떠올랐다.
여행기는 내가 가지 않았던 곳에 대한 호기심때문에 읽는다. 그런 책을 읽으면 언제가 그곳에 갈 것이는 희망을 품는 재미를 얻는다. 또 내 발길이 닿은 곳을 다룬 여행기를 읽으면 추억을 되새김하는 즐거움을 만끽한다.
코카서스 사진편지속 조지아와 아제르바이잔은 내게 아직 미지의 땅이다. 언제일지 모르지만 김작가의 글 숲을 걸으며 그 상상의 땅을 밟는 꿈을 꾼다.
[우병현 IT조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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