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4 (일)

이슈 '위안부 문제' 끝나지 않은 전쟁

한국사 배우러 온 일본 10대들 “위안부 피해, 직접 들으니…”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고교생 40명, 한국 근현대사 학습차 방한

평화의 소녀상·남영동 대공분실 등 찾아

“제대로 몰랐던 아픈 역사 이제야 알게 돼

아베 총리, 과거사 언제 인정할지가 중요”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트위터 등 인터넷에서는 한국의 아픈 역사에 대해 알 수 없었어요. 틀린 정보가 많기 때문에…. 한국에 와서 직접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 이야기를 들으면서 굉장히 괴로웠어요.”

22일 서울 용산구 남영동 민주인권기념관(옛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만난 일본의 한 대학 부속고등학교 2학년 ㄱ(17)군은 종로구에 있는 평화의 소녀상과 마주한 순간을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혔다. 충격적인 역사를 이제야 알았다는 사실에 일본인으로서 미안함을 느꼈는지 그의 시선은 줄곧 아래를 향했다. 말하는 내내 왼쪽 가슴을 어루만지기도 했다.

최근 아베 정부의 경제보복 조처 등으로 한·일 관계가 경색된 가운데, 일본 고등학생 40명이 지난 21일부터 3박4일동안 ‘한·일 역사 연구 투어’를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이들은 자발적으로 ‘교양 종합’에서 ‘한국역사 여행’ 수업을 선택한 학생들이다. 이 수업은 이 대학 부속고등학교 일본어 교사인 재일교포 고아무개(43)씨가 지난해 개설했다. 역사 여행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해 일제강점기 역사 기록들을 중심으로 방문했던 것과 달리 올해는 남영동 대공분실 등 한국의 현대사를 공부할 수 있는 장소들이 추가됐다. 한국의 민주화 운동을 이해하기 위해 방한 전 영화 <1987>도 함께 시청했다. 고씨는 “지난해는 일본의 식민지배가 있었던 일본강점기만 공부해 아쉬웠는데, 1980∼90년대 군사정권이 이어지는 과정에서 친일파가 지배하는 등의 역사를 학생들이 알면 너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남영동 대공분실은 한국의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중요한 공간”이라고 강조했다.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남영동 대공분실을 찾은 40명의 일본 학생들은 겸허한 표정으로 한국 민주화 운동의 역사에 대해 경청했다. 대공분실 5층에 있는 고문 장소를 말없이 바라보던 ㄴ(17)양은 “이틀 동안 한국의 역사에 대해 공부하며 몰랐던 이야기들을 알게 됐다”며 “특히 ‘위안부’분들이 일본군에 당했다는 이야기는 여성으로서 국적과 상관없이 너무 싫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이 나쁘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에, 앞으로 아베 총리가 언제 (과거 사실을) 인정할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국 음식 등 한국을 좋아한다는 ㄱ군도 “주변에서 ‘위안부’ 등 아픈 한국의 역사에 대해서 ‘돈을 받았으니 어쩔 수 없다’는 등 과격한 이야기를 하거나,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며 “일본인의 습격을 대비해 평화의 소녀상 옆에서 텐트를 치고 소녀상을 지키는 학생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학생들을 보니 일본인들의 행동은 정말 좋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서)들은 것을 조금 더 제대로 공부해서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들은 대공분실을 방문하기에 앞서 민족문제연구소가 마련한 강제동원 피해자 증언 영상을 보고 아버지가 일본 야스쿠니 신사에 합사된 일본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유족 이희자씨를 만나 이야기를 듣는 시간도 가졌다. 한국 걸그룹 오마이걸을 좋아한다는 ㄷ(17)군은 지난 이틀 동안 가장 인상 깊은 순간으로 ‘이희자씨와의 만남’을 꼽았다. 타카츠는 “전쟁으로 소중한 가족의 목숨을 잃은 이야기는 국가와 상관없이 가족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정말 좋은 시간이었다”며 “이희자 선생님 이야기를 듣고 일본이 예전에 했던 일들을 저희가 모르는 것은 정말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 당장은 저희가 할 수 있는 것이 없지만, 어른이 돼가면서 문제 해결을 위해 조금이라도 힘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지난 21일 방한한 이들은 첫날 명성황후 시해 현장인 경복궁 건청궁과 평화의 소녀상을 답사했고, 23일엔 서대문형무소 역사관과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등을 둘러본 뒤 24일 삼성미술관 관람을 마지막으로 일본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한·일 역사 연구 투어’는 일본에 돌아간 뒤 야스쿠니 신사 문제를 다룬 한·일 공동제작 다큐멘터리 <안녕, 사요나라> 단체관람으로 마무리한다.

권지담 기자 gonji@hani.co.kr

▶동영상 뉴스 ‘영상+’
▶한겨레 정기구독▶[생방송] 한겨레 라이브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