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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이슈 홍콩 대규모 시위

홍콩 시위 사태 촉발한 '여자친구 살인범' 풀려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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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의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대규모 시위를 촉발한 살인범이 그의 신병 처리를 둘러싼 홍콩과 타이완 정부의 실랑이 탓에 결국 석방되고 말았습니다.

2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명보 등에 따르면 지난해 2월 타이완에서 여자친구를 살해하고 홍콩으로 도주한 찬퉁카이(20)가 이날 오전 홍콩 픽욱교도소에서 출소했습니다.

찬퉁카이는 교도소 앞에 몰려든 많은 취재진 앞에서 허리를 숙이며 사죄의 뜻을 나타낸 후 "피해자의 가족에게 용서받을 수 없는 잘못을 저질렀으며, 타이완으로 가서 죄값을 치르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홍콩 사회와 홍콩인에게도 죄송한 마음을 금할 수 없으며, 홍콩인들이 속죄할 기회를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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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퉁카이는 지난 6월 초부터 다섯달째 홍콩 사회를 뒤흔들고 있는 송환법 반대 시위를 촉발한 장본인입니다.

홍콩 정부가 지난 4월부터 범죄인 인도 법안을 추진하게 된 것은 지난해 2월 그가 타이완에서 저지른 살인사건에서 비롯됐습니다.

당시 찬퉁카이는 타이완에서 임신한 여자친구를 살해하고 시신을 타이완의 한 지하철역 부근에 유기한 후 홍콩으로 도망쳐왔습니다.

하지만 홍콩은 '속지주의'를 채택하고 있어 영외에서 발생한 범죄에 대해서는 처벌하지 않습니다.

찬퉁카이에게 적용된 것은 여자친구의 돈을 훔쳤다는 절도와 돈세탁방지법 위반 혐의뿐이었고, 재판 결과 그에게는 29개월의 징역형이 선고됐습니다.

홍콩 정부는 찬퉁카이를 타이완으로 인도하길 원했지만, 타이완과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아 이를 실행할 수 없었습니다.

이에 홍콩 정부는 중국을 포함해 타이완, 마카오 등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나 지역에도 사안별로 범죄인들을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범죄인 인도 법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이는 홍콩 야당과 시민단체의 강력한 반발을 불렀습니다.

이들은 중국 정부가 반체제 인사나 인권운동가를 중국 본토로 송환하는 데 이 법을 악용할 수 있다면서, 범죄인 인도 법안이 홍콩의 민주주의와 표현의 자유를 결정적으로 침해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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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맞서 홍콩 행정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과 친중파 의원들은 홍콩 사법체계의 허점을 더는 방치할 수 없다며 법안 추진을 강행했고, 이는 송환법 반대 시위로 이어졌습니다.

지난 6월 초부터 다섯달 동안 이어진 송환법 반대 시위에 연인원 수백만 명에 달하는 홍콩 시민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고, 시위대와 경찰의 격렬한 충돌은 이제 홍콩의 일상과도 같은 모습이 됐습니다.

29개월 징역형을 선고받은 찬퉁카이는 모범수로 형 감면을 받아 18개월만 복역한 후 이날 출소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최근 심경 변화를 일으켜 홍콩 정부에 서한을 보내 살인죄에 대한 자수 후 타이완에서 복역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콩과 타이완 정부는 찬퉁카이의 신병처리를 놓고 실랑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홍콩 정부는 타이완이 찬퉁카이의 신병을 인수할 것을 요청했지만, 타이완 당국은 '정치적 조작'이라며 그의 인수를 거부했습니다.

공식 사법 협조가 이뤄지지 않고서는 신병을 인수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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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잉원 타이완 총통과 매튜 청 홍콩 정무사장(총리 격)은 전날 기자회견 등을 통해 상대방이 정치적 목적으로 사건을 악용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습니다.

전날 오후 타이완 정부가 "우리 경찰을 홍콩으로 보내 찬퉁카이를 데려가겠다"고 밝혔지만, 홍콩 정부는 "홍콩의 사법권을 존중하지 않는 것으로, 전적으로 수용할 수 없다"며 이를 거부했습니다.

홍콩은 찬퉁카이가 자수할 명백한 의지가 있다는 점에서 타이완이 찬퉁카이에 대한 입경 금지 조치를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타이완 당국은 그가 개인 자격으로 비자를 신청할 수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결국 홍콩과 타이완 정부의 실랑이 속에서 찬퉁카이는 이날 석방됐고, 살인죄에 대한 처벌을 받을지도 불투명해졌습니다.

하나의 국가임을 주장하면서 사법권을 행사하고 싶어하는 타이완 정부의 입장과 타이완을 국가가 아닌 중국 영토의 일부로 보는 홍콩 정부의 시각이 충돌한 결과가 이런 상황을 빚은 것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이기성 기자(keatsle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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