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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3 (일)

미성년자 논문 794건 적발… '연구 不正' 판정은 30건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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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적발 후 검증 지지부진… 입학 취소는 그중 3건에 그쳐

검증 인력 적고 강제 조사권 없어… 대학들 자체 조사도 부실 심해

교육계 "수사 의뢰해 빠른 조치를"

교육부가 2017년 12월부터 2년 가까이 미성년자를 공저자로 올린 대학교수 논문에 대한 대대적인 실태 조사를 벌여 전국 대학에서 총 794건을 적발했지만, 공저자인 미성년자가 아무런 기여가 없었다고 확인해 '연구 부정'으로 결론 내린 것은 30건(3.8%)에 불과하고, 실제로 국내 대입에 활용한 것까지 확인한 것은 단 3건(0.4%)에 그친다. 교육계에서는 "나머지 760여 건은 사실상 교육부가 '면죄부'를 주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계 일부에서는 "보여주기식 조사로 시간 끌지 말고 입시 부정 의혹이 있으면 바로 수사 의뢰해 공소시효가 7년인 업무방해 적용을 받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수 징계 공소시효 3년에 불과

조선일보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794건 전체를 모두 파악한 후 검증 결과와 후속 조치를 발표하겠다"고 했지만, 조사를 담당하는 교육부의 학술진흥과는 12명에 불과하다. 연구 부정으로 판정된 30건도 해당 교수의 진술이나 해당 대학에서 제보가 있었기 때문에 결론을 내릴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성년 공저자 논문이 연구 부정 판정을 받더라도 교육공무원법상 징계 시효(3년)를 지난 경우 각 대학에서 징계조차 할 수 없다. 조사 대상 논문은 2007~2017년 논문이라, 연구 부정 판정이 내려지더라도 대부분이 징계 시효를 넘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2007년과 2008년 자신의 논문 3건에 고교생 아들을 공저자로 올려 '부당한 저자 표시' 판정을 받은 서울대 의대 교수도 3년 시효가 지나 징계받지 않은 경우다. 그의 아들은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연세대 생명공학과에 합격했지만, 교육부는 입학 관련 자료가 보존 기간(4년)이 지나 폐기돼 대입 활용 여부를 확인하지 못했다.

품앗이 의심 598건 제대로 밝혀야

문제가 된 논문 794건 가운데 자신의 미성년 자녀를 공저자로 등재한 경우는 196건(25%)이다. 598건(75%)은 자녀 이외의 미성년 공저자인데 상당수가 동료 교수의 자녀인 것으로 입시 전문가들은 추정한다. 자신의 자녀를 공저자로 올릴 경우 적발될 가능성이 높고, 도덕적으로도 비난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친분이 있는 교수들 간에 서로의 자녀를 공저자로 이름을 올려주는 '논문 품앗이'를 한다는 것이다. 한 입시업계 관계자는 "자녀 이외의 미성년자가 교수와 어떤 관계인지 교육부가 제대로 밝혀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교육부 감당 어렵다면, 수사 의뢰해야

연구 부정으로 결론이 난 30건을 제외한 764건은 제대로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지만, 12명에 불과한 교육부 학술진흥과로서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다.

앞서 각 대학이 벌인 자체 조사는 부실이 심한 것으로 드러나 교육부는 이르면 내년 3월까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다른 부처와 함께 미성년 공저자 논문 794건에 대한 검증을 벌여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하지만 부처 간 협조를 하더라도 전수조사가 이뤄질 수 있을지 등에 대해 교육계는 회의적이다. 교육계에서는 "외부 전문가를 투입해 전담 조사반을 꾸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교육부는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교육부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 입시 비리 의혹으로 대입 공정성 논란이 일자 외부 전문가 등으로 '학생부종합전형 실태조사단'을 구성했지만, 미성년 공저자 논문에 대해서는 이런 움직임이 없다. 검경 수사 의뢰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서울의 한 대학교수는 "현재까지 교육부 조사는 입시 자료가 남아 있지 않고 징계 시효도 지났다는 이유로 면죄부를 주는 꼴이 되어가고 있다"며 "논문 끼워넣기라는 입시 비리의 업무방해 공소시효가 7년인 점을 감안하면, 교육부가 붙들고 있을 것이 아니라 한시라도 빨리 수사 의뢰해야 한다"고 말했다.

[곽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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