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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1 (금)

잘 안 들리세요? 난청 놔두면 치매위험 2배 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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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세상]

[조선일보 100년, 100세 행복 프로젝트] 보청기는 귀에 쓰는 안경

난청환자 10년새 15만명 급증… 청력 떨어진 노인 36%는 치매

'보청기=노인' 인식 버리고 난청진단 받으면 망설이지 말고 써야

- 삶의 질 떨어뜨리는 난청

① 직업 갖기를 어렵게 한다 ② 전화 통화를 두려워하게 한다

③ 새로운 만남을 주저하게 한다 ④ 대화 못껴 소외감 느끼게 한다

전직 공무원 최모(72)씨는 성격이 활달하여 은퇴 후에도 사람들과 잘 어울렸다. 그러다 최근 들어 바깥출입이 눈에 띄게 줄었다. 여럿이 어울리는 자리에 있으면 사람들의 대화를 알아듣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비인후과에 가서 청력검사를 받은 결과, 노인성 난청 상태이니 보청기를 끼라는 권유를 받았다. 하지만 최씨는 '보청기=노인'이라는 생각이 들어 차일피일 미뤘다. 그러다 대화할 때 엉뚱한 답변을 자주 하게 됐고, 우울감까지 생겼다. 결국 보청기를 끼고 나서 대화에 자신감을 되찾고 생활의 활기도 살아났다.

◇난청 환자, 10년 만에 15만명 급증

65세 인구가 전체의 15%를 넘어서면서 청력 감소 또는 소실 상태로 진단받는 환자가 크게 늘고 있다. 청력 장애로 진단된 환자는 2008년 22만2000여 명이었으나, 2018년에는 37만3000여 명으로 증가했다. 10년 만에 약 70% 늘어난 수치다. 80세 이상은 53% 정도가 청력 소실을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성인의 경우 양쪽 귀가 모두 60㏈(데시벨) 이상 청력 손실(장애 5급) 또는 한쪽 귀가 80㏈, 다른 쪽 귀가 40㏈ 이상(장애 6급) 청력 손실이 있을 경우 보청기 1개 구입 비용을 최대 131만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이런 지원을 받아 보청기를 구입한 사람이 연간 6만명에 이르고 있다. 60㏈은 세탁기 돌리는 소리 크기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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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치매 위험도 높아져

청력 감소는 그 자체의 문제보다 그에 따른 2차 여파로 삶의 질이 저하되는 더욱 심각한 후유증을 낳는다. 직업을 갖기 어렵고, 의사소통 장애로 사회적 격리가 일어난다. 심한 경우가 아니라도 일상생활에서 전화를 걸고 받기를 주저하고, 낯선 사람과의 만남을 부끄러워하기 쉽다. 노년의 벗 TV를 즐기지 못하고, 여러 사람과 있을 때 대화에 못 껴 소외감을 느낄 수 있다. 청력 감소로 겪는 이런 연쇄적 사회적 고립 현상은 고령일수록 심하고, 남성에게 잦다.

청력 자극 감소와 어울림 상실은 인지 기능을 떨어뜨려 치매 발생 위험도 높인다. 노인 600여 명을 대상으로 청력과 인지 기능의 상관관계를 조사한 연구에서 노인성 난청이 있는 사람의 약 36%에서 치매가 관찰됐다. 이는 같은 나이대 노인보다 치매 위험성이 2배 높은 수치다. 중등도 난청에서는 치매 위험성이 3배, 고도 난청에서는 5배 높게 나온다. 중등도 난청은 보통의 대화를 겨우 알아듣는 정도이고, 고도 난청은 귀 가까이에서 큰 소리로 말해도 대화가 안 되는 정도다. 중등도는 41~70㏈ 정도, 고도는 71㏈ 이상 청력이 손실된 상태다. 그보다 작은 소리는 듣기 어려워진다는 뜻이다. 난청 환자 뇌를 MRI로 찍어보면 청력 자극 감소로 정상인보다 뇌가 위축된 소견을 보인다. 고려대구로병원 이비인후과 채성원 교수는 "난청은 근감소증·평형감각과도 맞물려 있다"며 "결국 청력 감소가 낙상 골절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보청기는 귀에 쓰는 안경

국내에서는 보청기를 끼고 있으면 노인이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강하다. 하지만 시력이 안 좋으면 안경을 끼듯, 고령 사회를 맞아 청력이 떨어지면 보청기를 끼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인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보청기와 청각 재활 치료 등을 받으면, 뇌 인지 기능이 증가하고, 사회 활동도 증가한다. 치매 위험도 줄일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따라 시끄러운 장소에서 상대방 말소리를 잘 알아듣지 못하거나, TV 소리가 크다고 주위 사람들이 자주 말하거나, 두 사람 이상이 대화하면 알아듣기 어려운 경우 등 청력 감소 증상이 있으면 이비인후과를 찾아 청력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청력 감소 자가 진단 항목 참조〉.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송재진 교수는 "노인성 난청은 대개 처음에는 고음역을 잘 못 들어 어린아이나 높은 톤의 여성 목소리를 알아듣기 어렵다"며 "청력이 감소한 고령자에게 말할 때는 입술을 볼 수 있게 가까운 거리에서 정면으로 마주하며 대화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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