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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3 (수)

[화제의 책]이유있는 ‘혁명의 유산’이 면면히 이어온, 우리는 지금 공평하고 정의로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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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역은 옳다

알랭 바디우 지음·서용순 옮김

문예출판사 | 120쪽 | 1만3000원

경향신문

‘68혁명’ 당시 프랑스 생제르맹 거리에서 경찰과 투석전을 벌이는 학생들. 경향신문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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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8년 5월 프랑스의 거리는 수많은 사람으로 뒤덮였다. 학생들의 시위로 시작해 프랑스 전역으로 퍼진 ‘68혁명’은 사회의 낡은 관습과 체제, 문화를 바꾸고, 전 세계적인 저항의 분위기를 촉발했다. 하지만 50년의 세월이 지나면서 혁명은 ‘박물관에 전시되는, 기념축사의 대상’이 됐다. 더 이상 혁명의 급진성은 사라지고, ‘안전’하게 여겨진다는 의미다.

2018년 5월 프랑스 철학자 알랭 바디우(82)는 68혁명 50주년을 맞이해 <반역은 옳다>를 펴냈다. 다시 1년이 지나 한국에 번역됐다. 철 지난 혁명을 왜 오늘에 소환했을까. 당시 혁명에도 참가한 이 노철학자가 향수에 젖어 당시를 회고하는 책은 아니다. 오히려 “상투적인 전망들…매도와 향수로서의 기념을 틀림없이 강화하게 될 전망들과 단절해야 한다”고 말한다. 바디우는 이 얇은 책에서 68혁명의 유산을 분석하고 오늘날의 의미를 살펴본다.

68혁명은 이전과 달랐다. 이름부터 혁명의 주인공이나 성격을 드러내지 않는다. 공장과 대학의 점거, 점거된 해방 공간에서 일어나는 축제와 토론 등 투쟁 방식도 과거의 혁명과는 전혀 달랐다. 혁명에 참가한 주체 역시 뚜렷한 조직도, 지도부도 없었다. 젊은이들의 반역, 성적 해방, 나부끼는 깃발과 독특한 구호 등 파편적인 이미지들이 빛나는 신기루처럼 남았다.

68혁명의 ‘모호함’은 이 혁명의 독특한 성격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파악하기 어렵게 만든다. 바디우는 서로 다른 세 가지 ‘68년 5월’이 존재한다고 설명한다. 첫째는 대학생과 고등학생, 둘째는 노동자, 셋째가 자유지상주의자의 68년 5월이다. 젊은 학생들의 눈부신 저항과 열광, 거대 노조 조직 바깥에서 벌어진 노동자들의 파업, 새로운 삶의 태도와 무정부주의적 경향 등은 혁명의 이질적 구성 요소들이다. 바디우는 잘 알려진 이들 세 가지 요소 외에 미래를 규정하는 네 번째 ‘본질적인’ 68년 5월을 이야기한다. 책에서 뚜렷하게 설명되지 않는 이 모호한 요소는 혁명이 제시한 방향에 대한 것으로 읽힌다.

경향신문

바디우가 68혁명을 다시 소환하면서 주목하는 것은 결국 ‘정치’이다. 온전한 삶의 변화를 실질적으로 만들어내는 힘은 정치의 영역에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68년 5월 이후, 대다수의 정치조직은 해체됐다. 혁명의 주역들은 하나둘 의회정치에 투항했고, 혁명적 정치는 포기되었다. 현재로선 자본주의의 모순이 누적된 사회를 돌파하게 만드는 혁명이 무엇인지 알 수 없지만, 바디우가 68혁명에서 주목한 모호한 새로움이 그러한 차원과 연결되어 있을 것이라고 옮긴이는 전한다.

책 제목 ‘반역은 옳다’는 중국 문화대혁명을 촉발한 마오쩌둥의 ‘조반유리(造反有理, 반란에는 이유가 있다)’에서 가져온 것이다. 마오주의자였던 바디우는 새로운 정치의 자리에 20세기 각국에서 망가지기 전 본래적 의미의 ‘공산주의’를 가져다둔다. 바디우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어떠한 새로운 가능성으로서의 혁명적 이념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책을 읽다보면 자연스레 한국도 겹쳐진다. 한국에선 4·19혁명으로부터 5·18민주화운동과 1987년 6월항쟁을 거치는 혁명의 유산이 면면히 이어지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적폐청산을 촉구하는 ‘촛불혁명’이 한국 사회에 새로운 변화를 일으켰다. 한국에서도 과거 노동운동과 사회운동에 앞장섰던 지도자들은 고스란히 제도 정치권으로 옮겨 활발한 정치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의회정치에 투항하는 ‘개량’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바디우와 달리 이들 지식인의 행보에 대한 평가는 엇갈릴 수 있다. 다만 사회적, 경제적 모순이 심화되는 2019년 현재 한국 사회는 혁명 이후에 얼마나 공평하고 정의로워졌는지 생각해보게 한다. 그리고 새로운 변화를 바라는 사람들에게 강한 울림을 이끌어낸다.

배문규 기자 sobbel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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