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CEO세미나 폐막연설서 이같이 밝혀
최 회장 “딥체인지 위해 창의적 사고” 주문
행복 성립하려면 CEO들 헌신 필요 강조
AI·디지털 전환…일하는 방식 혁신 가속화
SKMS 개정·SK유니버시티 교육 운영키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6일부터 사흘간 제주 서귀포시 디아넥스 호텔에서 열린 ‘2019 CEO세미나’ 첫날 토론에 참여해 이야기하고 있다(사진=SK그룹). |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각 계열사 최고경영진(CEO)들에게 그룹의 경영전략인 ‘딥체인지’(Deep Change·근본적인 변화) 가속화를 위해 디자인 역량을 발휘해 줄 것을 주문했다. 비즈니스 모델(BM)과 일하는 방식의 혁신을 위해서는 CEO들이 기존 관행에서 벗어나 창의적 문제를 해결하는 ‘디자인 사고’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최태원 회장은 18일 제주 서귀포시 디아넥스 호텔에서 열린 ‘2019년 CEO 세미나’ 폐막 연설을 통해 “지금까지 CEO는 ‘결정권자’, ‘책임자’로만 인식됐으나, 앞으로는 딥 체인지의 ‘수석 디자이너’(Head Designer)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비즈니스 모델 진화·전환·확장, 자산 효율화, 인적자본(Human Capital) 확보 등 딥 체인지의 모든 과제들이 도전적인 만큼 기존의 익숙한 생각으로 접근해서는 안된다”며 디자인 사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1995년부터 시작한 CEO세미나는 6월 확대경영회의, 이천포럼과 함께 SK그룹의 성장 전략을 논의하는 자리다. 지난 확대경영회의에서 최 회장이 주문한 내용에 대해 각 계열사별 실천방안을 마련하고, 이를 CEO세미나에서 공유하고 토론하는 구조다.
지난 16일부터 사흘 간 열린 이번 CEO세미나는 ‘딥 체인지 실행, 구성원들이 함께 만드는 행복’을 주제로 치러졌으며 최 회장을 비롯해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 조대식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과 수펙스추구협의회 7개 위원회 위원장, 각 사 CEO와 임원 등 총 8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최 회장은 ‘성공한다고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지만 행복해지면 성공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행복경영의 가설’을 예로 들면서 “이 가설을 성립시키기 위해서는 CEO들이 상당히 강력한 헌신을 해야 한다”고도 역설했다. 이어 “기업이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 치밀한 전략을 세우듯, 행복을 추구할 때도 정교한 전략과 솔루션이 필요하다”며 각 사가 수립 중인 ‘행복 전략’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해 줄 것을 당부했다.
특히 사람에 대한 투자를 강조했다. 최 회장은 “불확실성의 시대에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고, 모두의 행복을 지키려면 만반의 대비를 해야 한다”면서 “딥 체인지를 이끌 디지털 전환 속도, 그리고 사람에 대한 투자를 통한 인적자본 강화에 SK 미래가 걸려 있다”고 했다.
이번 세미나에 총출동한 CEO들은 인공지능(AI)·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활용, 사회적 가치 추진 등을 통해 고객과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는 혁신 전략을 한층 가속화하기로 합의했다. 또한 SK 구성원이 행복해야 고객 등 이해관계자의 행복도 키울 수 있다는 점을 재확인하고, 그 실천 방안인 ‘행복 전략’ 실행과 인적자본 강화에도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CEO들은 “4차산업혁명, 지정학적 불안정성 심화 등 경영환경 변화에 대응하려면 ‘딥 체인지’ 가속화 외에 다른 해법이 없다”는 데 공감하고, △‘행복 전략’ 고도화 △SKMS(SK경영관리체계) 개정 △사회적가치 성과 가속화 △SK유니버시티를 통한 딥 체인지 역량 육성 등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먼저 지난 6월 확대경영회의 때 발표한 각 사별 ‘행복 전략’을 1차 업그레이드한 개선안을 공유하고, 향후 중점 추진할 개선 방향과 실행 방안 등을 집중 토의했다. 나아가 특정산업 영역 내 공급자에서 ‘고객 및 이해관계자 니즈 충족 및 문제해결 주체’로서 기업의 정체성을 바꿔 나가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지난 8월 미국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에 참여한 많은 기업들이 앞으로는 주주이익 극대화가 아닌 모든 이해관계자를 위한 경영을 하겠다고 결의했다”며 “기업 목표가 돈이 아니라 이해관계자 가치라는 선언이 나온 것은 놀라운 일로, SK의 행복 경영이 올바른 길이라는 확신을 갖고, 자신감 있게 추진해 SK를 더 행복한 초일류 기업으로 만들어 나가자”고 강조했다.
현재 모든 관계사들은 CEO 직속으로 행복 전략을 전담하는 조직을 발족했거나 구성 중이다. △구성원 서베이 등을 통한 행복 수준 진단 △인사평가방식 개선 등 행복추구 과제 도출·실행을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그룹 측은 전했다.
아울러 그룹 경영관리체계인 SKMS(SK Management System)의 14차 개정 시 사회적 가치가 곧 이해관계자의 행복임을 명시하고, 사회적 가치에 기반한 비즈니스 모델 혁신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반영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1979년 첫 제정된 SKMS는 경영환경 변화 등을 반영해 지난 2016년까지 13차례 개정된 바 있다.
비즈니스 모델 혁신 가속화를 위해 SV(사회적 가치)위원회는 사회적 가치 비전과 중점 추진 영역, 핵심 원칙 등을 담은 그룹 차원의 ‘사회적 가치 추진 체계’를 내년 3월경까지 완성해 공표하기로 했다.
내년 1월 출범하는 ‘SK 유니버시티’ 밑그림도 공유했다. SK유니버시티는 인적 자본 축적 및 확보를 위한 그룹 차원의 통합 교육인프라가 필요하다는 최태원 회장의 제안에 따라 지난 7월부터 설립 준비를 해왔다. 교육과정은 AI, 디지털 전환, 사회적 가치, 글로벌, 리더십, 매니지먼트, 행복, 디자인 등 8개 분야에 걸쳐 450여개 과정이 1차 개설된다. 내부 임원, 외부 교수진, 실무 전문가, 상근 연구원 등이 교수진으로 투입될 예정이다. 딥 체인지를 위한 구성원의 역량 강화를 위해 업무시간의 10%, 연간 200시간 이상 학습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설계 중이다.
이항수 SK수펙스추구협의회 PR팀장은 “이번 세미나를 통해 ‘행복 전략’ 등 그룹 차원의 경영 현안 추진 전략에 대한 CEO 간 공감대가 확장됐다”며 “앞으로 딥체인지 실행력이 한층 속도감 있게 전개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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