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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4 (월)

멀베이니의 천기누설, "대가 없었다"던 트럼프 궁지 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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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서버 조사, 우크라이나 원조 보류한 이유"

정보수사당국 "DNC 해킹, 러시아 대선 개입 증거"

트럼프 "전체 상황 우크라이나 기획" 음모론 믿어

논란일자 성명내고 "원조 관련 일절 대가 없었다"

중앙일보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이 17일 회견에서 "우크라이나 군사원조를 보류했던 부분적 이유는 민주당 전국위 서버 때문"이라고 말했다.[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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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미 G7 정상회의…트럼프 마이애미 리조트 개최 논란



믹 멀베이니 미국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의 한마디가 17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궁지에 몰았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민주당 관련 수사를 청부한 것과 관련 지금까지 "대가(quid pro quo)는 없었다"는 트럼프 대통령과 부인과 반대로 멀베이니 실장이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서버(조사)도 4억 달러 군사원조를 보류한 이유의 일부"라고 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가 통과한 군사원조를 보류했다가 지난 7월 25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통화한 뒤 지출을 승인했다.

예산국장을 겸직중인 멀베이니 실장은 이날 백악관 회견에서 "원조를 보류했던 명확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유럽 국가들이 우크라이나 군사원조엔 정말 인색했기 때문에 대통령이 좋아하지 않았다"며 "이것이 강력한 이유"라고 했다. 이어 덧붙인 자문자답이 화근이 됐다. "그가 과거 DNC 서버와 관련한 부패에 대해서 언급한 적이 있느냐고? 물론이다. 그건 의심의 여지가 없고, 우리가 그 이유로 자금을 보류한 것"이라고 했다.

멀베이니 실장은 "민주당에 대한 수사 요구가 우크라이나 지원 보류를 지시한 부분적 이유라는 건가"라는 데 "2016년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되돌아보는 것은 확실히 대통령이 그 나라와 관련해 걱정한 부패 문제의 일부였고, 그건 전적으로 적절했다"고 했다. "민주당 서버를 조사하지 않으면 자금을 지원하지 않는 게 대가성이 아니냐"고 추궁하자 "우리는 항상 외교정책으로 그렇게 한다"며 "중미 북부 삼각지대 국가(과테말라·온두라스·엘살바도르)에게도 이민정책을 바꿀 것을 요구하며 원조를 보류하고 있다"고 했다.

대선수사 청부 대가라는 지적에 대해 외교정책상 흔한 일이라며 뒷수습을 하려 한 것이다. 그러면서 "그만 넘어가자. 외교정책에 정치적 영향이 있을 수 있다"며 "선거는 결과가 뒤따르기 마련이고, 오바마 정부에서 트럼프 정부로 바뀌면 외교정책도 따라 변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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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이 2020년 6월 10~12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개최장소로 발표한 플로리다 마이애미 트럼프 내셔널 도럴 리조트.[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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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DNC 서버는 2016년 미 대선 당시 러시아에 의해 해킹됐고, 미 정보·수사당국이 러시아 대선 개입의 결정적 증거로 꼽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 수사와 함께 "우크라이나에 서버가 있다. (2016년) 전체 상황과 관련, 우크라이나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알아봐 달라"고 했다. 우크라이나가 2015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을 보복하려 러시아의 대선 개입을 기획했다는 음모론을 믿으면서 벌어진 해프닝이다.

멀베이니 발언이 나오자 민주당은 범죄 자백이라며 반색했다. 에릭 스월웰 하원 정보위원회 위원은 트위터에 "멀베이니가 트럼프 대통령의 범죄 자백에 공동 서명을 했다"고 적었다. 공화당에서도 "완전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대통령과 모두가 그런 일이 없었다고 했던 것을 있었다고 시인했다"고 말했다. 파장이 커지자 멀베이니 실장도 회견 뒤 성명을 내고 "언론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마녀사냥을 위해 내 발언을 왜곡했다"며 "우크라이나 군사원조와 2016년 대선 수사 사이에는 아무 대가가 없었다"고 발언을 뒤집었다.

멀베이니 실장은 이날 2020년 6월 10~12일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플로리다 마이애미의 '트럼프 내셔널 도럴 리조트'에서 개최하기로 했다고 발표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그는 트럼프 소유 리조트에서 국제 행사를 개최하기로 한 것에 대해 "도심에서 떨어져 한 곳에서 모든 행사를 할 수 있고 비용도 다른 후보지에 비해 수백만 달러, 50%가량 절약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그곳이 개최지로 최적이라고 믿지만, 트럼프의 부동산이란 사실을 절대 극복하지 않을 사람들도 있을 것"이라며 "우리는 거기서 (G7 정상회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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