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6 (수)

[만났습니다]①이금로 前법무차관 "사법과잉 문제…영역별 갈등해결시스템 절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지난달 법무법인 솔 대표변호사로 새 출발

"檢개혁 시작도 끝도 국민…국민과 함께 아니면 존재이유 없어"

"살아있는 권력 수사, 최단기간 내 효율적으로 끝내야"

이데일리

지난 7월 30년 5개월 간의 공직 생활을 마치고 법무법인 솔 대표변호사로 `제2의 삶`을 시작한 이금로(54·사법연수원20기) 전 법무부 차관은 “검찰개혁의 시작도, 마지막 도달점도 국민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김태형 전문위원)




[대담=이데일리 이정훈 사회부장, 정리=이성기 기자] 서울 서초중앙로에 있는 블루원 빌딩 5층. 건물 외벽이 전면 유리로 된 회의실 맞은 편으로 서울중앙지법 동문이 보인다. 왕복 6차로 길 건너 서울법원청사 (서울고법·중앙지법)와 서울검찰청사 (서울고검·중앙지검)가 한 눈에 들어온다. 논어에 나오는 `민무신불립`(民無信不立·국민의 믿음이 없으면 서지 못한다)을 인용, 신뢰 회복을 강조하면서 30년 5개월 간의 공직 생활을 마친 이금로(54·사법연수원 20기) 전 법무부 차관의 새 터전 법무법인 솔이다.

문재인 정부 첫 법무부 차관과 올해 개청한 수원고검 초대 고검장을 지낸 뒤 지난 7월 사의를 표명한 이 전 차관은 사직 인사글에서 “검찰이 국민의 사랑을 받기 위해 어떻게 해야할지 늘 고민해 진정으로 공정하고 정의로운 검찰로 거듭나 국민의 사랑의 받기 원한다”고 당부했다. 검사로서 내부 게시판에 처음 올린 글이자 마지막 인사였다.

지난달 26일 정식 개업소연 이후 변호사로 제2의 삶을 시작한 이 전 차관은 지난 11일 이데일리와 만나 “국민과 함께 가지 않으면 검찰의 존재 이유가 없다. (검찰 개혁의) 시작도, 마지막 도달점도 국민이어야 한다”면서 “검찰이 능동적으로 변화에 적극 대응하고 시대 흐름에 따라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달 가까이 이어진 `조국 정국`에서 검찰개혁 이슈가 최대 화두로 떠오른 지금, `친정`을 바라보는 이 전 차관은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30여년을 검찰에 몸 담은 데다 본인 설명대로 현 정부 들어 요직을 한 측면이 있는 만큼, 구체적인 말은 아끼면서도 정치적 중립성 확보와 인권 옹호를 검찰 개혁의 `알파와 오메가`라고 지적했다. 그는 검찰 개혁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분출한 배경에 공정하고 불편부당하지 못했던 과오에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정치적 중립성 확보를 위한 세심하고 구체적인 방안에 대한 논의는 잘 안 되고 있어 아쉽다”고 했다. 이어 “개혁의 대상이지만 검찰 역시 개혁의 주체로 실제 인정해줘야 참다운 개혁이 성공할 수 있다”고 주문했다.

공직자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이 전 차관에게 조국 정국 및 검찰 개혁에 대한 견해와 법무법인 솔 경영 청사진, `개인 이금로`로서 앞으로의 계획을 들었다.

-`조국 정국`으로 광장의 민심은 분열됐고 검찰은 개혁 거부 세력처럼 인식되고 있다.

△최근 법무부뿐 아니라 대검찰청에서도 특별수사부(특수부) 최소화와 심야조사 폐지 등 여러 개혁 방안을 내놓고 있다. 시대적 과제인 검찰개혁에 반대하거나 거부하지 않는다는 모습이다. 대다수 검사와 검찰 직원들도 변해야 하고 개혁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수뇌부 간부들의 생각도 같다고 본다. 검찰개혁은 하되 수사는 수사대로 한다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검찰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위상을 재정립 할 수 있는 길이 있다면.

△공정성을 잘 지키고 원칙과 정도에 따라 실체적 진실을 발견, 법에 따라 처리하는 등 정의를 실천해야 한다. 무엇보다 국민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국민 눈높이로 봐야 한다. 구호 만이 아니라 국민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업무를 수행한다면 신뢰를 넘어 사랑받는 조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왜 검찰개혁을 하자고 그러겠나.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지 못했다는 지적이 가장 큰 이유였던 점을 감안해 세밀하고도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는 방식으로 개혁이 돼야 한다.

둘째는 특수수사 등 직접수사를 최대한 줄여 인권침해 소지를 최소화 해야 한다. 수사와 기소, 공소유지와 형 집행까지 직접수사 보다는 법적 통제를 해서 인권감독기구로서의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검찰만 바뀐다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 같다.

△개인 소견은 법에 의해 해결은 최후의 수단이 돼야 한다. 정치적 사건, 정치인 관련 문제는 정치적 해결이 가장 좋다. 여야가 싸우고 고소·고발 하다가도 합의하면 취하하고, 검찰도 이를 존중해 정무적 판단으로 기소유예 하였던 적도 있다. 여러 상황을 종합 판단해 좀 더 미래지향적으로 해야 한다. 경제적 문제도 마찬가지다. 아파트 층간소음 문제마저도 검찰로 넘어오고 있는 형편이다. 정치·경제·사회 각 영역에서 자체적으로 갈등을 해결하는 시스템이 돼야 한다. 수사나 사법기관으로 다 넘어와선 안 된다.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 제 식구를 겨냥한 수사 등 사회적 관심이 집중된 현안 수사에 있어 지켜야 할 소신이나 덕목은 무엇인가.

△수사 과정이나 결과가 국민의 신뢰에 부합해야 한다. 법과 원칙에 따라 실체적 진실을 밝혀야 하고 불편부당하지 않게 엄정한 잣대로 처리해야 한다.

다만 강제수사(압수수색·체포·구속 등)를 동원하는 만큼, 최단 기간 내 효율적인 방법으로 끝내야 한다. 사소한 것까지 모든 걸 다 파려하면 끝이 없다. `진경준 특임검사` 때 당시 수뇌부에는 2개월 정도 걸릴 것이라 했지만 수사팀한테는 한 달 내를 목표로 하자고 했다. 길어지면 수사하는 사람들도 언론들도 국민들도 싫어한다.

-후배에게 당부하실 말씀이나 `개인 이금로`로서의 계획이 있다면.

△퇴임 후 두 달여밖에 지나지 않았는데도 공직에 있는 동안 우물 안에 산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좀 더 세상을 넓게 보고 적극적으로 임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정의 실현뿐 아니라 신속한 사건 처리도 중요하다. 분쟁의 종국적 해결이라는 관점에서 사건을 처리하려는 안목을 가졌으면 좋겠다.

공직 기간 직장과 국가에만 충실하다 보니 개인적 삶이 없었다. 변변한 취미 생활도 없을 정도인데 주위에서 후배들 신망이 두텁고 검사로선 성공한 것 아니냐고 해 줘 다행이다.

차를 안 타고 다니고 많이 걷다보니 3㎏ 정도가 빠졌다. 우선은 솔이 자리를 잡는데 집중하고 조만간 가족과 여태 한번도 가보지 못한 동남아라도 한 번 여행을 가고 싶다. 자유롭고 홀가분 해 지면 하려던 것들이 머리 속에 몇 개 있는데 우선 순위를 정해 하나씩 시도하려 한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