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어느 늑대 이야기다
닉 잰스 지음, 황성원 옮김/클·1만8000원
“알래스카 주도 주노시의 경계 끝. 설산을 두르고 있는 집 바로 뒤편 호수에서 나는 늘 하던 대로 스키를 타고 있었다. 멘덴홀 빙하의 파란 덩어리는 파란 겨울 빛을 받아 반짝이고 있었고 인적이라고는 1.6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도보 여행자 한명뿐이었다. 활강에 집중하고 있던 나는 하마터면 줄지어 이어진 발자국들을 놓칠 뻔했다. 손바닥을 덮을 만한 크기, 개보다 더 큰 뒷발 자국…. ‘늑대’였다. 이것이 7년에 걸친 그 녀석과 우리의 시작이다.”
신간 <이것은 어느 늑대 이야기다>는 어느 날 마을로 찾아 온 야생 검은 늑대 ‘로미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저자 닉 잰스는 2003년 12월 겨울 로미오를 처음 만났다. 마을을 위협할 수 있다는 막연한 공포와 달리 그는 자신의 몸집 반도 안 되는 견공들과 겅중겅중 뛰며 2인무를 추기도 하고, 테니스 공을 가지고 놀며 인간 세상과의 경계까지 조금씩 허물어 간다. 늑대를 달갑게 여기지 않는 날선 눈초리들이 쏟아졌지만 그보다 더 위협적이었던 것은 로미오를 위험에 빠트릴 수 있는 ‘호감’이라는 감정이었다. 그랬기에 그 녀석을 사랑하는 목격자들은 ‘공공연한 비밀’이 새나가지 않도록 길들여지지 않은 존재를 지켜나간다. 그렇게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았던 빙하의 늑대는 어느새 그들의 일부가 되었다. 저자는 로미오 관찰일기를 넘어 늑대 생태에 관한 오래된 역사와 오해, 흥미로운 이야기와 함께 광활한 자연을 누비고, 마을로 내려와 어울리는 야생 늑대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았다.
그렇게 몇해 겨울이 지난 2006년 다시 겨울, 남쪽 끝 도로가에서 총알 자국이 벌집처럼 남아 있는 목 없는 늑대 사체가 발견된다. 그것은 과연 로미오였을까.
김세미 기자 abc@hani.co.kr
[▶동영상 뉴스 ‘영상+’]
[▶한겨레 정기구독] [▶[생방송] 한겨레 라이브]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