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가 지난 6월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 교수연구자 협의회’(이하 민교협)로 명칭을 바꿨다. ‘평등사회’와 ‘연구자’라는 단어가 새롭게 포함됐다. 1987년 창립 이후 33년간 유지해온 명칭을 바꾸는 중대한 결정을 내린 배경은 무엇이었을까.
15일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에서 만난 김진석 민교협 상임공동의장은 “갑자기 내린 결정이 아니고 지난 3년 가까이 논의해온 과정이 있었다”고 운을 뗐다.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이기도 한 그는 “창립 당시엔 사회적 의제를 민주화란 이름만으로도 포괄할 수 있었다. 하지만 1997년 아이엠에프 사태와 2008년 금융위기를 거치며 신자유주의가 굉장히 빠르게 확산하였고, 불평등이 현시대를 규정하는 가장 중요한 갈등 구조가 됐기에 명칭에 반영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6월 민교협에선 2년 임기의 공동의장 6명을 추대했고, 이중 김 교수를 포함한 3명을 상임으로 두기로 했다.
조직 차원에선 명칭에 ‘연구자’란 말이 들어간 것은 더 큰 변화를 의미한다. 민교협은 전체 1400여명의 회원 중에서 정규직 교수가 80%를 넘는 조직이다. 하지만 대학사회에선 다양한 종류의 비정규 교수가 양산됐고, 대학 바깥의 독립연구자 집단도 적지 않은 숫자가 생겨났다. 민교협이 2013년부터 학교 밖 연구자들까지 함께하는 연구공간 ‘연구자의 집’을 만든 것도 이런 맥락에서였다. 재생산 문제도 빼놓을 수는 없다. 정규직 교수로 임용되는 숫자가 적어지다 보니, 민교협도 회원 숫자가 정체됐고, 연령도 고령화됐다. 김 의장 같은 50대 초반의 교수가 민교협에선 젊은 층으로 분류될 정도다.
전국교수노동조합과 한국비정규교수노조 등 기존의 정규직 교수 외의 연구자 조직이 있는데 민교협이 외연을 넓히는 것은 어떤 이유가 있을까. 김 교수는 “노동조합은 원칙적으로 조합원들의 복리를 우선해야 하는 조직이다. 하지만 민교협이란 협의체는 사회정치적 문제에 개입하고자 만들어졌다. 노조에 가입했더라도, 자신을 진보적 지식인으로 규정하고 더 활발히 목소리를 내려는 사람들은 민교협 회원으로 활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김 의장은 민교협이 기존의 사회 참여에 더해서 주력해야 할 사업으로 두 가지를 꼽았다. 첫째는 학술정책과 고등교육에서 공공성 강화다. 특히 사립대 비중이 80%를 넘는 한국에선 ‘공영형 사립대’를 확대하는 작업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다만, 사립대가 정부에서 지원만 받고 설립자 쪽의 경영 사유화를 고수하는 상황을 우리 사회가 수용하기는 어렵다. 이런 문제를 피하기 위해 부패 사립대는 과감하게 정리하고, 남은 곳은 민주적 운영이 이뤄지는 지역사회 성인들의 직업교육기관으로 전환하는 등의 변화가 전제되어야 한다.” 두 번째는 성평등 운동이다. “성평등이 학술과 교육, 사회 전반에 내재화되는 작업이 필요하고, 비정상적으로 남성이 많은 학계의 성비도 정상화되어야 한다.”
대학에서 강사법을 빌미로 강사들을 대량 해고하는 상황에 대해서도 민교협에선 주시하고 있다. “강사법 시행 자체는 바람직하다. 강사를 줄이고 초빙·겸임교수를 늘리는 대학의 꼼수 대응은 너무나 졸렬하다. 하지만 교육부도 너무 준비를 안 했다. 강사 공채에 따른 행정적 과부하, 강사 급여 지원 예산 부족 등이 예상됐지만 거의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
정규직 교수들이 주축이 된 단체에선 ‘정규직 교수들의 억대 연봉을 줄여서 정규직 교수 채용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했다. 김 의장은 본인이 민교협 사무처장이고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민교협 상임의장(2011~2013년)일 때, 몇몇 회원들과 자발적 임금 삭감을 두고 논의를 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그는 “한국은 연공에 따른 임금 격차가 세계에서 가장 심한 나라다. 민교협 회원 중에서 200명 정도라도 의기를 모아서 사회적 선언을 할 수 있다면 파급력은 분명히 있을 것이다. 민교협 회원들과 더 논의를 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동영상 뉴스 ‘영상+’]
[▶한겨레 정기구독] [▶[생방송] 한겨레 라이브]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