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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2 (토)

외식업 직업탐구: 레스토랑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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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윤의 미식탐구-31] 레스토랑을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요리사의 존재를 꼽겠지만, 고객의 식사 경험을 만드는 데는 매니저의 역할을 결코 빼놓을 수 없다. 유려한 식사 경험을 위해 매니저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청담동의 카페 겸 이탈리안 레스토랑 코르테(CORTE)의 이창근 매니저와 대화를 나눴다.

매일경제

이창근 레스토랑 코르테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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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저의 핵심 역할은, 레스토랑을 원활하게 운영하는 것

이 매니저= 레스토랑의 총괄 매니저로써 챙겨야 할 중요한 업무가 여러 가지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레스토랑이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운영" 하는 부분입니다. 레스토랑의 대표가 경영을 신경 쓰는 사람이라면, 레스토랑을 이용하는 고객들이 즐겁고 불편함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편안한 시간을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죠.

고객의 편안하고 즐거운 시간을 위해서는 다양한 책임과 관리 포인트가 파생됩니다. 계절이나 시기, 레스토랑의 콘셉트에 맞는 각종 프로모션을 비롯해 주류를 담당하는 소믈리에와의 협업도 포함됩니다. 많은 경우 레스토랑의 운영 효율상 매니저가 소믈리에를 겸하는 경우도 빈번한데, 이때에는 적절한 와인 지식도 중요합니다. 만약 와인을 다루는 매장이 아니라면 음식과 어울리는 주류에 대해 셰프와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하겠지요.

때로는 손님에게 친구가 되어주는 일 역시 중요한 업무 중 하나입니다. 단순히 끼니를 때우기 위해 잠시 방문하는 식당이 아니라 특별한 시간을 기대하며 찾게 되는 레스토랑이라면, 고객의 입장에서도 자신을 잘 알아주고 다정하게, 때로는 격식 있게 대해주는 매니저를 통해 편한 시간을 보내고 싶어하기 때문입니다.

한편 함께 일할 좋은 직원을 구하는 것도 정말 중요합니다. 어떻게 해야 레스토랑의 분위기와 스타일에 맞는 적절한 서비스를 할 것인가 끊임없이 고민하고, 직원들을 교육해 한 방향으로 호흡을 맞추는 것도 필요합니다.

◆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커뮤니케이션 능력

이 매니저= 위의 언급한 내용이 모두 중요하지만, 가장 신경 쓸 부분은 역시 매장의 원활한 운영을 위한 커뮤니케이션입니다. 하루하루 큰 문제상황 없이 레스토랑 각 분야의 전문 인력들이 호흡을 맞추며 굴러가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지요.

매니저는 손님과 가장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입니다. 또한 경영자, 셰프와 레스토랑의 운영에 대해 실질적인 고민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셰프가 보여주고 싶은 음식, 경영자가 레스토랑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니즈를 고객의 반응에 맞추어 합리적으로 현실화하는 조율자 역할을 하는 것이지요.

매장 운영에 관한 매니저의 결정 하나하나에 손님의 식사 경험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만큼 매니저는 여러 주체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매장을 만들어내는 일종의 프로듀서로서 결정에 따른 책임까지도 충분히 검토해야 합니다. 매니저의 권한에 따른 결정이 레스토랑 매출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 음식을 더 맛있게 즐길 수 있도록, 매니저의 몫

이 매니저= 국내외에서 전문적인 경력을 쌓아 온 베테랑 셰프라고 하더라도 지금 활동하게 된 레스토랑을 찾는 고객의 특성이나 선호를 모두 맞추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때로는 주방에서 창조한 멋진 요리가 고객들에겐 낯설기도 하고, 음식 재료가 생소한 경우도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조리 상태에 대한 크고 작은 불만족은 늘 생겨나게 마련입니다.

매니저는 셰프가 이끄는 키친의 의도와 고객의 욕구를 잘 조율해야 하는 사람입니다. 주방에서는 익숙할 수 있는 식재료에 대한 정보를 매니저 선에서 먼저 찾아보기도 하고, 어떤 맛이 나는지 확인한 뒤 손님에게 미리 안내해 드리는 것도 중요합니다. 대중적으로 보편화되지 않은 향신료에 대해 미리 설명하고, 고객이 예상치 못하게 놀랄 수 있는 부분을 줄여 보는 것이지요.

음식과 관련된 설명도 고객의 분위기에 맞게 조절하는 센스도 필요합니다. 그 요리가 탄생한 지역의 이야기 등 일화를 흥미롭게 듣고 싶어하는 고객도 있고, 간단한 설명과 함께 고객이 직접 요리를 먼저 맛볼 수 있도록 간단한 설명을 원하는 분도 있을 것입니다. 이런 부분은 고객을 직접 보고, 소통하며 조절하는 센스가 필요합니다.

◆ 셰프를 비롯한 주방 인력과의 팀플레이

이 매니저= 가장 본질적인 팀플레이 포인트는 '어떻게 하면 고객에게 이 요리를 좀 더 맛있게, 흥미로운 방식으로 전달할 것인가'입니다. 매니저, 셰프, 경영자 등 레스토랑의 각 담당자들은 모두 레스토랑이 만족하는 고객으로 활기가 넘치는 모습을 꿈꿉니다. 하지만 그 방향에 대해서는 의견이 같을 수 없기에 충돌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홀에서 직접 고객을 대면하며 서비스를 하는 입장과 주방에서 정말 맛있는 음식을 만들고자 하는 사람은 서로 보는 포인트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셰프는 기본적으로 염도가 제법 높아야 맛있는 음식을 준비했는데, 경영상의 이유로 짠 음식과 어울리지 않는 와인을 프로모션 해 고객들에게 제안해야 할 때 소믈리에와 경영자 사이의 불협화음이 생길 수도 있고요. 혹은 홀에서 고객이 음식 먹는 속도를 주방팀과 잘 맞추지 못한다면 컴플레인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하나의 기준이 있어야 합니다. 레스토랑에 따라 셰프의 색이 가장 우선순위가 될 수도 있고, 고객의 니즈에 꼭 맞는 서비스와 음식을 기준으로 맞추어 갈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각 담당자가 공통적으로 삼는 가치 기준이 팀플레이에 큰 도움이 됩니다.

◆ 좋은 레스토랑, 음식만 맛있게 만들면 되는 것 아닐까?

이 매니저= 주방에서 음식을 만드는 것과 홀에서 서비스를 하는 것 둘 모두 뭐가 더 중요하다고 말할 수 없을만큼 양쪽 모두 고객이 느끼는 핵심적인 가치를 만듭니다. 흔히 오해하지만, 좋은 홀 서비스란 단순히 음식을 나르고 그릇을 치우는 일이 아닙니다. 홀 서비스의 본질은 레스토랑을 방문하는 고객에게 이 공간을 좀 더 편안하게 느끼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길잡이의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또한 들어오는 순간부터 나가는 순간까지 길잡이와 안내자 역할을 자처하며 고객을 보호하는 보호자이기도 합니다.

고객의 입장에서 "Feel so Good!"이라는 경험의 모든 것을 담당하는 것이 바로 홀 서비스입니다. 어느 유명 셰프의 말처럼, 홀 서비스는 계주의 마지막에 골인하는 러너와 같은 존재입니다. 즉 레스토랑 서비스의 완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부분이고, 고객과 함께 움직이는 주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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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및 음식에 대한 가이드를 제공하는 것이 매니저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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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님을 기억하고, 개별 주체로서 대하는 것

이 매니저= 손님은 '표준화' 될 수 없습니다. 모두 레스토랑을 찾는 상황도 다르고, 사람마다 성향이나 원하는 것도 다릅니다. 매니저는 여러 가지 요소를 통해 고객을 잘 파악하고 센스 있게 고객의 즐거움을 먼저 제안하는 사람 역할을 해야 합니다.

먼저 홀에서 손님과 가볍게 대화를 나누며 연령대나 기호, 어떤 상황으로 레스토랑을 찾은 것인지 등을 보고 꼭 맞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서울 중심부에 위치한 저희 매장은 외국인 고객도 꽤 많은데, 어느 지역의 고객인지, 혹시 종교나 알레르기, 신념 등 다양한 이유로 무엇을 못 먹는지 등을 사전에 체크해야 합니다. 아랍계 고객은 본인들의 문화권에서 돼지고기나 술이 기본적으로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못 먹는 음식이라고 말을 안 하는 경우도 있는데, 미리 매니저 선에서 한 번 더 확인한 뒤 음식을 준비해 줄 수 있지요. 매니저 입장에서는 몇 마디 말을 더 하는 것에 불과할 수 있지만, 한국을 방문한 고객 입장에서는 감동 포인트가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추후 본인의 친구나 지인들에게도 꼭 방문할 만한 곳으로 소개를 해 주기도 하는데, 그럴 때 큰 보람을 느낍니다.

다시 온 손님의 선호를 기억해 주는 것도 특별히 좋은 인상을 줄 수 있습니다. 훨씬 더 대우받는 느낌은 물론 단골이 된 듯한 즐거운 기분도 느낄 수 있지요. 누군가가 자신을 잘 기억해준다는 것은 언제나 좋은 일입니다. 이처럼 손님을 기억하고, 또 개별 주체로써 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매니저의 입장에서 주류 매출을 이끄는 것

이 매니저= 저희 매장은 와인을 다루고 있고, 다른 레스토랑에서는 꼭 와인이 아니어도 다양한 주류를 구비해 둘 수 있습니다. 매니저는 레스토랑의 매출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고객이 더 부드럽고 즐거운 시간을 즐길 수 있도록 적절한 술을 추천하는 역할도 담당해야 합니다.

매니저의 관점에서 음식이건 와인이건 가장 중요한 가치는 손님의 욕구입니다. 즉, 손님이 어떤 스타일의 주류, 어떤 맛을 경험하고 싶은지 아는 것에서 주류 서비스가 시작합니다. 소믈리에나 매니저도 취향이 있는 개인이기 때문에 특별히 좋아하는 와인이나 맛의 밸런스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개인적인 취향이 고객과는 전혀 다를 수도 있으므로 은근한 강요를 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사전에 고객과 대화를 하며 귀담아 듣는 것이 제일 중요하죠.

우선 음식을 먼저 고객이 고르도록 하거나, 추천해드린 뒤 이후에 여기에 어울리는 와인을 제안합니다. 보편적으로 잘 어울리는 와인을 기준점으로 삼아 고객의 특성을 가감해 선택지를 드리는데, 적당히 짧은 정보를 설명해 드리면 고객의 판단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일부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에서는 고객이 소믈리에에게 전적으로 와인을 맡기는 경우도 있지만, 저희 레스토랑을 포함해 많은 곳에서는 대부분 고객분들이 최종적으로 주류를 선택합니다. 언제나 그 선택이 실망스러울 가능성은 있겠지만, 아직까진 큰 문제가 없었고, 고객에게 최대한의 설명을 제안하는 것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 같습니다. 특히 와인에 대한 짤막한 이야기, 잘 어울리는 식재료에 대한 정보를 전달해드리면 이번이 아니라 다음 방문에라도 시도해 보시는 경우도 많습니다.

◆ 기본에 충실한 서비스, 모든 것의 출발

이 매니저= 저는 저희 레스토랑에서 매니저로써 '친절하고 친근한' 서비스를 지향합니다. 하지만 친근한 스타일이든, 격식있는 스타일이든 시작점은 동일합니다. 기본에 충실한 것이지요.

좋은 서비스의 기본은 '좋은 음식'의 '즐거운 경험'입니다. 음식의 퀄리티가 큰 그림이라면, 매니저가 이끄는 홀 서비스 팀에서는 섬세하고 작은 디테일로 그림을 완벽히 완성해내는 것입니다. 고객의 입장에서 세세한 포인트에 신경을 많이 쓰는것이 매니징의 기본입니다. 우리 레스토랑을 방문하고 돌아설 때 고객의 기억에 좋았던 추억으로 간직할 수 있게끔 하는 것, 그래서 다시 찾고 싶은 곳으로 남는 것이 목표입니다. 매니저와 홀 팀에서는 끊임없이 고객 만족을 위해 세세한 부분까지 노력하는 것이 기본이며, 완성인 것이지요.

[이정윤 콘텐츠디렉터(다이닝미디어아시아 대표) julialee@diningmediaasi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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