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당국 한 관계자가 아프리카돼지열병 감염 여부를 검사하기 위해 돼지의 피를 뽑고 있다. /조선일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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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사율 100%로 알려진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지역축제를 망치고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비단 양돈농가 뿐만 아니라 지역 축제까지 망쳐 다른 농부들에게도 피해를 끼치는 셈이다.
16일 전국 지방자치단체 등에 따르면 아프리카 돼지열병 바이러스가 발견된 경기도와 강원도는 물론이고, 충남·전남·경남 등 돼지 사육농가가 많은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들이 연이어 축제를 연기하거나 취소하고 있다.
양돈이 지자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결코 작지 않고,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한번 발생하면 다시 돼지를 사육할 수 있을 때까지 최소 3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지자체들이 아프리카돼지열병을 차단하기 위해 지역 축제를 연기하거나 취소하는 것이다.
전국에서 돼지를 가장 많이 키우는 충남은 ‘광천토굴새우젓축제’와 홍성 ‘한우축제’, 논산 ‘강경젓갈축제’ 등 모두 13건의 지역축제가 취소됐다. 이들 행사는 예상 방문 인원만 50만명에 달해 축제 행사 취소로 인한 경제적인 손실로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광천 토굴새우젓·광천김 대축제는 이달 11일 열릴 예정이었다.
충남이 축제 취소에 적극적인 이유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돼지를 키우기 때문이다. 충남은 모두 1227개 농가에서 240만여 마리의 돼지를 키운다. 특히 홍성군은 돼지 사육 두수가 58만5000마리로 전국 기초자치단체 중 가장 많다.
전남도는 ‘담양 한우축제’와 ‘광양 숯불구이축제’, ‘신안 섬우럭축제’, ‘한돈인의 날’, ‘전남 한우경진대회’, ‘농업인의 날’ 등 아프리카돼지열병 전파 우려가 있는 지역축제와 관련 행사를 모두 취소했다. 보성군의 경우 5월부터 매주 토요일 진행하던 ‘율포해변 활어 잡기 페스티벌’을 조기 종료했다. 율포해변 활어잡기 페스티벌은 맨손으로 물고기를 잡을 수 있는 체험 행사로 당초 이달 말까지 열릴 예정이었다.
사진은 김해 분청도자기 축제 포스터. /김해시 제공 |
경남도는 ‘허황후 신행길 축제’를 비롯해 지역 대표 가을 행사인 ‘분청도자기 축제’, ‘김해 화훼축제’, ‘진영단감 축제’를 연기하거나 취소했다.
진영 단감축제의 경우 다음 달 초순 3일간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최근 시와 농민들이 토론회를 열고 취소를 결정했다. 이달 17~20일 열기로 한 김해 화훼축제도 지난 1일 일찌감치 취소됐다. 합천군 의회의 경우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에 따라 다음달 예정된 국외 연수를 전격 취소했다. 경남에서 돼지 사육이 가장 많은 김해는 187가구가 18만마리의 돼지를 기르고, 합천군은 농가 92곳에서 15만5634마리 돼지를 키운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한 경기도의 경우 2년마다 경기도 이천과 여주에서 열리는 '경기 세계 도자 비엔날레'가 전격 취소됐다. 또 안성시 지역 최대 행사인 '바우덕이 축제' 역시 이미 취소가 결정됐고, ‘남한산성 문화제’와 ‘개성인삼축제’, 인천의 ‘소래포구 축제’ 등도 내년을 기약하게 됐다. 경기도는 강화도, 김포, 연천, 파주 등 북서부 지역 양돈농가에서 사육 중인 돼지가 아프리카돼지열병에 감염돼 모두 이들 지역에서 사육하던 15만마리쯤의 돼지를 전량 살처분했다.
강원도는 철원 민통선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에 감염된 멧돼지 폐사체가 발견되자 이달 한 달간 예정된 ‘DMZ 관광의 달’ 프로그램 중 ‘철원 DMZ 관광 프로그램’을 전면 취소했다. 또 양구군은 26∼27일 개최 예정인 ‘2019 DMZ 펀치볼 시래기 축제’와 다음 달 2∼3일로 계획된 ‘2019 양구 사과 축제’를 취소했다. 화천군은 이미 전국 배스낚시대회를 취소한데 이어 오는 20일 열리는 전국의 자전거 DMZ 랠리 리버스 대회도 취소했다. 이 행사에는 동호인 2000여명이 참여할 예정이었다.
문화체육부 한 관계자는 "지역문화축제가 지방 경제에서 작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지만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확산할 경우 미치는 피해는 이보다 훨씬 크다고 생각해 지자체들이 행사를 적극적으로 연기하거나 취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지환 농업전문기자(daebak@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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