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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악플은 간접살인”…'선플 운동' 하는 이순재‧인순이의 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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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순이(본명 김인순) 해밀학교 이사장이 후원자 이름이 새겨진 벽 앞에서 웃고 있다. [사진 위스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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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딸아이 정도의, 아직 앞길이 구만리 같은 아이가 스스로 그런 길을 택한 게 너무 가슴이 아파요.”

가수 인순이는 얼마 전 세상을 떠난 가수 설리(본명최진리‧25)의 극단적 선택에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딸을 생각하는 어머니의 마음이 느껴졌다. 그는 “얼마든지 실수도 하고, 투정도 부릴 수 있는 나이에 이런 일이 벌어져서 더 안쓰럽다”며 “다들 조금만 너그러운 마음으로 바라봐 주셨다면 어땠을까 싶다”고 말했다.

인순이는 자신이 설립한 ‘해밀학교’ 아이들과 함께 선플 운동을 벌이고 있다. 해밀학교는 공교육 테두리에 들어가기 힘들어하는 다문화학생을 위한 기숙형 대안학교다. 그는 “사춘기를 겪는 우리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의무적으로 선플 달기를 하며 아이들도 변했다고 한다. 인순이는 “다른 사람들이 단 악플을 보며 ‘좋은 말로 말하는 게 필요하다’ ‘우리는 앞으로 댓글 쓸 때 조심해서 쓰자’며 아이들 스스로 깨닫더라”고 전했다.



“악플은 간접살인이나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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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플운동본부 공동대표인 배우 이순재. [일간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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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플운동본부 공동대표를 맡은 배우 이순재는 “좋은 취지의 운동이어서 뜻을 같이한 지 여러 해가 됐다”며 “아끼던 최진실도 악플 때문에 세상을 떴고, 아까운 사람들이 스스로 감당 못 하고 세상을 뜨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어릴 때부터 학생들에게 ‘악플은 범죄 행위다’ ‘심한 경우 간접 살인이 될 수도 있다’고 강하게 경고해야 한다”며 “자신이 다는 악플이 엄청난 결과를 가져온다는 걸 인지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악플러들을 끝까지 추적하고 찾아내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악플로 끝나는 게 아니라 세상을 뜨는 경우가 자꾸 생기는데 개인의 자유라고 넘어갈 상황은 아닌 것 같다”며 “너무나 상식적인 이야기고, 우리 사회의 수준도 높은데 왜 문명의 이기를 그렇게밖에 사용하지 못하나”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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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플운동본부 공동대표인 방송인 서경석. [일간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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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인 서경석 역시 선플운동본부의 공동대표다. 그는 “너무나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요즘처럼 개인도 자신의 채널을 만들 수 있는 시대에 선한 의미의 댓글이 아닌 것들은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맹목적 비난이 어마어마한 무기로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어 “4~5년 전 학생들과 함께 선플 운동 캠페인에 참여했을 때 ‘미래는 깨끗한 세상이 올 것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아직도 아픈 일이 일어나는 현실에 마음이 좋지 않다”며 “악플이 사라질 때까지 선플 운동을 할 것”이라고 했다.



민병철 “선플운동, 학교폭력도 없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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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선플달기 국민운동본부 발대식에서 참석자들이 선플을 상징하는 해바라기를 들고 밝게 웃고 있다.오른쪽 부터 고승덕 변호사, 영화배우 안성기, 민병철 대표, 탤런트 유동근, 개그맨 김재동.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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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순이, 이순재, 서경석이 몸담은 선플운동본부의 이사장은 민병철 한양대 특훈교수다. ‘민병철 생활영어’로 유명한 그가 선플 운동을 시작한 건 2007년 한 젊은 여가수가 악플에 시달리다 스스로 세상을 떠나면서다. 이후 그의 뜻에 동참하는 연예인들이 함께하면서 12년간 선플 운동을 이어오고 있다.

소기의 성과도 거뒀다. 2013년 울산시교육청과 함께 1년간 선플 운동을 한 결과 울산지역 학생의 언어폭력 피해율이 40.7%에서 5.6%까지 감소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학교폭력으로 검거된 인원은 이전보다 59.4%가 감소했고, 학폭위 개최 건수도 69.8%가 줄었다. 민 이사장은 “의무적으로 성교육을 실시해야 하는 것처럼 1년에 한 시간씩이라도 선플 달기 의무교육을 시행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 이사장은 또 미디어와 포털의 책임도 강조했다. 그는 “비판과 악플의 경계를 구분할 수 있는 수준의 인공지능을 이용한 악플 제거 검색엔진을 개발할 것을 제안한다”며 “방송이나 기사도 악플보다는 선플을 달 수 있는 긍정적인 내용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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