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진회계법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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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로 평판에 금이 갔던 안진회계법인이 명예를 회복할 수 있을까. 다음달 ‘감사인 주기적 지정제’ 첫 시행에 맞춰 삼성전자의 외부감사인이 40년 만에 삼일회계법인에서 안진회계법인으로 교체된 것을 두고 논란과 관심이 교차하고 있다.
업계 안팎에선 불과 몇 년 전 초대형 회계 부정에 연루된 안진에게 수십억원의 보수가 보장된 삼성전자를 배정해도 되느냐는 비판 한편으로, 1년 감사영업 정지 등의 중징계로 이미 죗값을 치렀고 이후 성실히 감사 업무를 수행해온 만큼 기회를 줘야 한다는 반론이 공존하는 양상이다.
17일 회계업계에 따르면 지난 15일 금융감독원은 삼성전자를 포함한 220개 기업에 감사인을 지정 통지했다. 기업과 감사인의 유착관계가 형성되는 것을 막아 회계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도입된 감사인 주기적 지정제에 따른 조치다. 이 제도는 상장사 및 대형 비상장 주식회사가 6년 연속 감사인을 자유롭게 선임하면 이후 3년은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지정하는 감사인을 선임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1970년대부터 40년 넘게 감사인 역할을 맡겨온 삼일 대신 안진으로부터 감사를 받게 됐다. 삼성전자 급의 대기업은 감사능력이 가장 높은 ‘가’급 회계법인이 맡을 수 있는데, 여기에 속하는 대형 회계법인 4곳(삼일 삼정 한영 안진) 가운데 교체 대상인 삼일을 제외하고 안진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아 삼성전자를 맡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회계법인 등급 산정 기준. 김경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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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감사보수 지급액은 국내 최대로, 지난해 기준 연간 37억원가량 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위인 LG전자(20억원)과 3위 현대자동차(18억원)와 현격한 차이가 있다. 더구나 회계법인 입장에선 삼성전자 감사인을 맡으면 국내외에서 평판을 높이는 효과를 볼 수 있다. 국내 회계법인 빅4(삼일 삼정 한영 안진) 가운데 삼일이 독보적 성장세를 이뤄온 데에도 이러한 ‘삼성 후광효과’가 상당 부분 작용했다는 평이다.
‘감사 대어’ 삼성전자가 안진에 돌아간 이번 감사인 지정 결과를 두고 회계업계에선 당장 뒷말이 나오고 있다. 이른바 ‘안진 원죄론’이다. 감사인 주기적 지정제가 도입된 계기가 바로 안진이 연루된 대우조선 분식회계 사태인데, 이런 원죄가 있는 회계법인에 국내 최대 대기업의 감사를 맡겨도 되느냐는 비판이다.
한 대형 회계법인 회계사는 “안진은 대우조선이라는 고객을 잃지 않으려 독립적 감사 책임을 저버렸던 곳”이라며 “이를 막고자 시행되는 감사인 주기적 지정제의 첫 지정에서 안진이 ‘가’급 회계법인으로 분류돼 삼성전자와 같은 굴지의 대기업 감사를 맡게 된 건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반론도 있다. 안진의 과오가 크다고 해도 2017년 한 해 동안 회계감사 영업이 정지되는 중징계를 받았는데, 또 다시 과거 잘못을 들어 기회를 박탈하는 건 온당치 않다는 것이다. 안진은 대우조선 분식회계에 연루된 회사계들이 징역형을 선고 받은 것은 물론이고, 그 여파로 소속 회계사 수백명이 이탈하고 매출 하락으로 업계 2위 자리를 내주는 홍역을 치렀다.
안진이 적법 절차를 거쳐 삼성전자 감사인이 됐다는 점을 강조하는 견해도 있다. 이번 삼성전자 지정 감사인 경쟁에서 안진은 다른 대형 회계법인에 비해 감사 업무 관련 벌점이 가장 낮아 유리한 고지에 점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능력 측면에선 서로 큰 차이가 없다 보니 벌점 수준이 승부를 가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안진이 영업정지 이후 빠져나간 회계사들을 지난 2년 동안 꾸준히 수혈해온 점이 주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 회계업계가 새로운 감사인 지정 제도 시행을 감사 능력과 회계투명성을 향상시키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충고도 나온다. 황인태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안진은 이 기회에 과거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며 “그래야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 도입의 의미가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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