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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2 (토)

[사설] '경제 챙긴다' 쇼 아니라면 탈원전 폐기 등 정책 대전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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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예정에 없던 경제장관회의를 소집해 재정 지출을 더 늘리고 건설 투자를 확대할 방침을 밝혔다. 세계경제가 나쁘다며 "엄중한 상황"이라고 했다. 불과 얼마 전 "경제가 튼튼하다"던 문 대통령이 "엄중하다"고 해 어리둥절하지만 상황 인식을 바로 하게 됐다면 큰 다행이다. 그런데 내놓은 처방은 '세금 더 쓰라'는 게 골자였다. 반(反)경제 정책과 반기업 기조를 바꾸겠다는 말은 전혀 하지 않았다.

60대 이상 세금 알바를 빼면 고용은 늘어난 적이 없다. 투자와 산업생산이 위축되는 등 경제 침체가 시작된 것은 이미 오래전 일이다. 하지만 어느 기업인의 '버려진 자식'이란 말처럼 이 정부에서 경제는 늘 뒷전이었다. 정부 출범 초 전 세계가 호황을 누릴 때도 우리만 경기와 고용이 동반 침체했다. 수백만 서민이 실직과 소득 감소에 시달리고 수십만 자영업자가 줄폐업하는 등 민생 경제가 파탄에 빠졌다. 그런데도 "경제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손 놓고 있더니 갑자기 산업 현장을 찾고 긴급 경제장관회의를 소집한다.

많은 사람이 의아해하지만 대통령이 경제를 챙기기 시작했다면 좋은 일이다. 문제는 그것이 절박한 진심이냐는 것이다. 진심인지 아닌지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고치느냐에 달려 있다. 탈원전 하나만 폐기해도 시장의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그러나 탈원전은 물론이고 주 52시간제, 환경·화학물질 규제, 기업 지배구조 개입 같은 반기업 정책을 손보겠다는 얘기는 일절 없었다. 그러면서 어떻게 민간의 활력을 살리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문 대통령은 "정책 일관성을 지킨 결과 고용 개선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도 고용 증가 숫자가 60대 이상 세금 알바를 양산해 억지로 만든 숫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도 잘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회의도 '경제 챙긴다'는 모습을 보여줘 지지율 관리나 하려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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