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 떠나 12월 중앙박물관 전시
아유타국서 배에 싣고 왔다는 탑 "한반도 남부에 없는 암석" 밝혀져
"고려 때 만들어진 허구" 반론도
경남 김해시 수로왕비릉에 있는 파사석탑. /국립중앙박물관 |
신령스러운 이야기를 품은 이 석탑이 처음으로 김해를 떠나 17일 서울로 왔다. 국립중앙박물관(관장 배기동)은 오는 12월 3일 개막하는 특별전 '가야본성―칼과 현'에서 파사석탑을 공개한다고 밝혔다. 박물관은 "전날 김해 수로왕비릉에서 파사석탑 이전을 알리는 고유제를 지내고 서울로 옮겼다"고 했다.
학계에서는 허황옥을 설화 속 인물일 뿐 실존 인물이 아니라고 본다. 경남문화재자료 제227호인 파사석탑은 원래 김해 호계사(虎溪寺)에 있었는데 절이 폐사하자 1873년 김해부사 정현석이 수로왕비릉으로 옮겼다고 전한다. 바다를 항해할 때 균형을 잡기 위해 배의 바닥에 실었던 것으로 추정하는 견해도 있다.
삼국유사에는 "돌에 미세한 붉은 반점이 있고 그 질은 무르니 우리나라에서 나는 것이 아니다"라는 구절도 있다. 실제로 박물관이 지난 7월부터 국립김해박물관, 고려대 산학협력단과 함께 과학적 분석을 진행한 결과, 한반도 남부에 없는 암석이라는 게 밝혀졌다. 윤온식 학예연구사는 "파사석탑 재질은 엽납석을 함유한 석영질 사암이고, 사암 균열 부위에 마그마 활동이 남긴 산화철 광물이 불규칙하게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며 "향후 인도를 비롯해 남방 아시아의 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분포하는 석재와 비교할 예정"이라고 했다. 박물관은 "원산지를 분석하고 삼국유사에 전하는 파사석의 이동 경로를 확인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러나 설화를 역사적 사실인 양 접근하는 박물관에 대해 황당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내 가야사 연구를 대표하는 김태식 홍익대 교수는 "파사석탑을 허황옥이 싣고 왔다는 삼국유사 속 설화는 고려 초기에 만들어졌을 것으로 본다"며 "서역과 교역이 활발했던 고려 때 실제로 인도에서 가져온 석탑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허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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