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청년들 일자리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군인이 귀한 휴가시간을 쪼개 전역 후 일자리 박람회 자리에 왔을 정도다. “군 생활에 큰 어려움은 없는데 제대하면 뭘 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최대 고민”이라는 병장의 말이 요즘 취업난을 실감나게 한다. 군에서도 장병들 취업 문제를 걱정해주기 때문에 취업박람회에 가겠다고 하면 충분한 외출 사유가 된다고 한다.
▷‘리스타트 잡페어 2019’가 16, 17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렸다. 한때는 촛불로 덮였고 며칠 전까지 조국 사퇴 집회가 열렸던 바로 그 광장이 일자리를 찾고 정보를 제공하는 부스들로 정치의 광장에서 민생의 광장으로 변했다. 잡페어 부스를 찾은 박모 병장은 12월 전역 후 복학하는데 전공을 살려 게임회사 취업을 희망하고 있다. 군대 동기인 최모 병장은 요새 뜨는 사물인터넷 회사에 가고 싶지만 쿠팡맨도 좋다고 했다.
▷청년취업도 큰일이지만 여성취업은 국가의 노동력 확보 차원에서도 큰 과제다. 작년 기준으로 결혼 임신·출산 육아 등의 이유로 직장을 그만둔 ‘경력단절여성’이 184만 명이나 된다. ‘어쩔 수 없이 자발적으로’ 회사를 그만둔 여성이 대부분이다. 재취업을 원하지만 ‘원하는 임금이나 조건에 맞는 일거리가 없을 것 같아서’ 구직을 단념하고 있다.
▷시간을 가리지 않고 일자리를 찾는 ‘인생 다모작’ 신중년층도 많다. 전문성을 살려 짧은 시간 일하고 자신만의 시간을 갖고자 하는 청년층도 점차 늘고 있는 추세다. 이런 수요에 맞춰 정규직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1, 2시간짜리 단기 알바가 아닌 중간 성격의 근로 형태가 얼마든지 생겨날 수 있다. 기업도 당사자도 원하지만 정규직 보호 위주의 경직된 고용시장 탓에 제대로 자리 잡고 있지 못할 뿐이다.
▷네덜란드에는 ‘고용시간에 따른 차별금지법’이 있다. 일주일에 15∼30시간 근무하는 시간선택제 근로자와 전일제 근로자에 대해 근로조건을 차별하지 말라는 내용이다. 시간당 임금, 휴가기간 보장 등에서 동일한 권리와 대우를 보장한다. 네덜란드 근로자 3명 중 1명이 시간선택제 근무를 하고 있다. 특히 여성 근로자는 4명 중 3명 정도가 자발적 시간제 근로자다.
▷우리나라는 정규직-비정규직, 대기업-중소기업, 남성-여성의 임금 수준 및 근로조건 격차가 가장 심한 나라 가운데 하나다. 경직된 고용시장을 개혁해서 차별 없는 다양한 근로형태가 생겨나야 한다. 그래서 일자리를 찾는 잡페어가 아니라 사람을 구하는 잡페어가 더 많아지기를 기대해본다.
김광현 논설위원 kk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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