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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1 (금)

[기자24시] `ESS구하기` 나선 삼성S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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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배터리가 아닌 시공·설치·운영 등 다른 부분에서 문제가 생겨도 배터리에서 화재가 발생하지 않도록 근원적 대책을 마련하겠습니다."

배터리 공급업체인 삼성SDI가 최근 잇달아 화재가 발생한 에너지저장장치(ESS)에 대해 파격적인 안전 대책을 내놨다. 2000억원가량 자체 예산을 투입해 특수 소화 시스템을 설치하는 것이 골자다. 이미 설치·운영 중인 국내 1000여 개 ESS에는 모두 삼성SDI가 비용을 부담해 시스템을 적용하기로 했는데, 여기에 드는 비용만 1500억~2000억원으로 추산된다. 분기 영업이익과 맞먹는 규모다.

화재의 책임 소재가 아직 불분명한 데다 아직 발생하지 않은 사고에 대해 파격적 조치를 취한 것에 업계가 적잖이 놀랐다. 국내외에 출하하는 ESS 배터리가 동일한 제품인데 국내에서만 화재가 빈발하다는 점에서 국가별 설치·운영 환경과 법규 준수 차이에서 화재가 비롯됐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럼에도 삼성SDI가 고강도 대책을 내놓은 것은 한국이 강점을 갖고 있는 ESS 생태계의 위축을 막고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라는 평가가 나온다. 안전과 관련된 일인 만큼 선제적 조치는 의미와 파급력이 있다. 삼성SDI가 안전조치를 발표하자 다른 업체도 부랴부랴 대책을 내놓기도 했다.

기업의 진짜 실력은 위기 상황에서 드러난다. 위기에서 신속하고 과감한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사태는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든다. 가속페달 결함을 감추고 운전 미숙으로 몰아가다 초유의 리콜 사태를 초래한 도요타 사례가 대표적이다.

태양광이나 풍력으로 생산된 전기를 저장하는 장치인 ESS는 에너지산업의 미래를 이끌어갈 신성장동력으로 정부가 주도해 키운 사업이다. 정부의 안전 대책 발표 이후 추가로 3건이나 화재가 발생했지만 정부는 아직 뚜렷한 원인 규명과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화재 논란 이후 전 세계 시장의 70% 가까이를 점유한 국내 업체들의 ESS 신규 수주 실적은 대폭 감소했다. 또다시 원인 모를 화재가 발생하면 피해는 고스란히 국가 경제에 손해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이제 위기에 대처하는 정부의 진짜 실력을 보고 싶다.

[산업부 = 황순민 기자 smhwang@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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