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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오감으로 느끼는 생생한 사운드 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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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청각만이 아닌 오감으로 체험할 수 있는 새로운 음악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독일 유명 음반 레이블 ECM(Edition of Contemporary Music)의 첫 한국인 프로듀서 정선이 17일 서울 이태원 현대카드 스토리지에서 열린 'RE:ECM' 전시장에서 매일경제와 만나 "이번 전시를 통해 오감으로 확장한 음악 가능성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단순히 '듣는 음악'을 넘어, 보고 듣고 느끼고 체험하는 음악으로서의 가능성을 실험하는 것이다.

ECM은 음악가 만프레트 아이허가 새로운 음악 가능성을 구현하고자 독일 뮌헨에서 설립한 레이블이다. 2012년 그의 제안으로 ECM에 합류한 정 프로듀서는 세계적인 지휘자 정명훈의 둘째 아들이기도 하다.

정 프로듀서는 "청각만이 아닌 시각과 공감각으로 ECM 음악에 몰입하게 한다는 목표로 전시장을 배치했다"고 했다. 그의 말처럼 체험하는 음악으로서의 정체성은 전시장 곳곳에서 묻어났다. 6팀의 초대 작가가 ECM 사운드를 통해 경험한 영감을 구현해 낸 작품이 자리했다. 영국 출신 작가 샘 윈스턴은 ECM 음악가 존 케이지 음반을 듣고 그에 따른 반응을 드로잉했다. 서현석·하상철 작가는 ECM의 아버지인 아이허가 익명의 음악가와 나누는 상상의 대화를 그린 가상현실(VR) 영상 작품을 선보였다. 그야말로 미술(시각), 음악(청각), VR(공감각)가 한데 섞여 이지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융합은 독특하나 어색하지 않다. 다양한 감각은 한데 어우러져 새로운 경험으로 승화한다.

정 프로듀서는" 우리 레이블은 순수한 소리가 전체 공간과 아우러지는 '융합'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서 "소리들이 각자 공간에서 분열되지 않고 하나로 융합되는 음악을 상상하고 구현한다"고 했다.

'융합'은 프로듀서로서 그가 추구하는 음악 목표 중 하나다. 최근에는 한국적인 소리가 서양 음악 안에서 벌어지는 '화학반응'을 지켜보는 데 빠져 있다.

드럼, 퍼커션, 색소폰, 기타 사운드 위에 국악을 얹어 독특한 사운드를 연출하는 밴드 '니어 이스트 쿼텟(NEQ)'을 아이허 대표에게 소개한 것도 정 프로듀서다. 그의 소개로 ECM은 지난해 8월 NEQ의 3집 앨범을 발매했다. 한국인으로만 구성된 밴드로는 최초다. 3집 앨범 수록곡 '바람'은 국악에 기반을 둔 드럼과 퍼커션 리듬 위에 춘향이 이몽룡에게 보내는 편지를 내러티브 형식으로 차용해 화제를 모았다. 정 프로듀서는 "NEQ가 내는 독특한 사운드는 우리 레이블이 추구하는 융합과 맞닿아 있다"면서 "다음 앨범도 ECM과 함께 작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그의 눈과 귀는 모든 사운드에 열려 있다. 세계적 신드롬이 된 대중음악 'K팝'도 예외는 아니다. 그는 "신선한 마케팅 전략과 중독성 있는 소리로 K팝이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면서 "K팝 아티스트 중 훌륭한 사운드를 내는 음악가들이 있다면 소개시켜 달라"며 웃었다. ECM을 체험할 수 있는 'RE:ECM' 전시는 내년 2월 29일까지 서울 이태원 현대카드 스토리지에서 진행된다.

[강영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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