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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8 (월)

‘화성사건’ 피의자 특정 한 달…경찰 성과와 과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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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14건·성폭행 30여건 자백 끌어낸 경찰

그러나 부실수사 정황도 속속 드러나 곤혹

피의자 자백 사건 상당수 증거물도 폐기돼

경찰 “모든 과정 재조사해 실체적 진실 규명”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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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1991년까지 온 국민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화성연쇄살인 사건’(이하 화성사건)의 피의자가 특정된 지 18일로 한 달을 맞는다. 잔혹하고 충격적인 범행이 서서히 드러나고, 희대의 미제 사건으로 묻혔던 이유까지 한 꺼풀씩 벗겨지면서 사건의 진상이 온전히 밝혀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숨 가빴던 한 달…살인 등 40여건 범행 자백 화성사건의 피의자 이아무개(56·부산교도소 복역 중)씨를 32년 만에 특정할 수 있었던 것은 디엔에이(DNA) 분석이라는 과학수사의 개가다. 또 공소시효가 끝나 강제수사를 할 수 없었던 상황에서도 이씨의 자백을 끌어낼 수 있었던 경찰 수사력도 높이 평가받고 있다.

이씨가 자백한 살인 사건은 화성사건 10건을 비롯해 화성 초등생 실종 사건 1건, 수원·청주 여고생 피살사건 2건, 청주 주부 피살사건 등 모두 14건에 이른다. 성범죄도 30여건을 저질렀다고 털어놨다. 이 가운데 화성 3·4·5·7·9차 사건의 증거물에서 이씨의 디엔에이(DNA)가 검출돼 그는 사실상 ‘진범’으로 확정된 상태다.

여기에, 이씨는 이미 ‘모방범죄’로 결론 났던 8차 사건(1988년 9월)도 자신이 저질렀다고 밝혀, 경찰은 이 사건의 남아 있는 증거물과 애초 디엔에이가 검출되지 않았던 10차 사건(1991년 4월3일)에 대한 증거물 분석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 분석을 의뢰한 상태다.

8차와 10차 사건의 디엔에이 검출과 분석이 실패한다 해도 경찰은 화성사건 가운데 절반을 해결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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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실수사 ‘오욕’ 경찰…이제 무엇을 하나? 이씨의 자백대로라면 그는 군대를 제대한 1986년 1월부터 처제를 성폭행·살해한 혐의로 붙잡힌 1994년 1월까지 40여건에 이르는 강력범죄를 저질렀다. 2~3개월에 한 번꼴로 살인과 성폭행을 반복한 것이다.

그런데도 이씨가 꼬리가 잡히지 않은 것은, 그의 치밀함보다는 경찰의 주먹구구식 수사가 더 문제로 보인다. 이씨는 6차 사건(1987년 5월)에는 유력한 용의자로 꼽혔고, 이후에도 2차례 이상 용의선상에 올랐다. 하지만, 경찰은 범인 혈액형이 B형일 것이라고 ‘예단’을 하는 바람에 그를 번번이 풀어줬다. 이씨의 혈액형은 O형이다.

특히 경찰은 ‘어떻게 든 사건부터 털고 보자’는 조급증으로 철저한 범행 분석과 조사를 외면했다. 이 때문에 수사는 가혹 행위로 연결됐고 애꿎은 사람들이 고초를 당했다. 화성사건의 수사대상자는 2만1280명, 용의자는 3천명에 달했다. 이 가운데 최소한 4명은 억울함을 견디지 못해 극단적 선택을 했다. 8차 사건의 범인으로 특정돼 20년 동안 옥살이를 한 윤아무개(52)씨는 당시 경찰의 강압수사를 폭로하며 재심 청구 절차를 밟고 있기도 하다.

여기에 경찰은 화성사건 범인은 피해자의 신체를 묶는데 속옷 등을 사용했다는 특징을 보이는데도, 수원 등 다른 지역에서 일어났다는 이유로 제대로 공조수사를 하지 않거나 연결하지 않는 우를 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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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수 수사본부장은 지난 15일 브리핑을 통해 “공소시효가 완성됐다 하더라고 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 규명하기 위해 피의자의 모든 범죄사실은 재조사하고, 수사과정에서 제기되는 모든 문제점에 대해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이씨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는 것은 물론, 과거 수사행태에 대해서도 철저하게 조사해 과오를 씻겠다는 각오로 들리는 대목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이씨의 디엔에이가 검출된 사건의 증거물 이외에는 다른 사건의 증거물은 모두 폐기된 상태다. 미제 수사 기록은 25년만 보관한다는 내부 수사 규칙 때문이다.

따라서 경찰은 이씨 자백과 진술의 신빙성을 확보하기 위해 방대한 수사기록 등을 정밀 분석하고 남아 있을 가능성이 있는 관련 사건 증거물을 확보하기 위해 수사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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