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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서류 위주 어린이집 평가인증 탓에…보육일지 대행업까지 횡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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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춘숙 의원 자료 분석…점수 높이려 건당 1만~2만원 거래

작년 41곳·올 19곳 인증 취소…현장 방문 등 방식 개선해야

일부 어린이집이 정부의 평가인증을 받기 위해 필요한 보육일지를 대행업체에서 건당 1만~2만원에 사들여 제출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부실한 평가인증 때문에 아동학대가 적발된 어린이집 중에는 인증취소 직전까지도 ‘최우수’ 점수를 받은 곳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보육진흥원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보육일지를 허위로 작성했다가 적발돼 인증취소가 된 어린이집은 지난해 41곳에 달했고 올해도 현재까지 19곳인 것으로 집계됐다. 보육일지에는 어린이집에서 반별로 매일 어떤 주제의 활동을 하고 원아들이 무엇을 먹었는지, 하루 활동이 어떤 의미인지 등을 적어야 한다. 적발된 어린이집은 판매 사이트에서 다운받은 내용을 토씨 하나 고치지 않고 그대로 복사해서 붙여넣기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모든 어린이집이 의무적으로 평가인증을 받도록 올 6월 영유아보육법을 개정한 후부터 이러한 보육일지 대행 알바는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카카오톡 공개채팅방에서 ‘보육일지 대행’을 검색하자 ‘보육교사 서류대행’ ‘일지대행’ 등이 쓰여진 채팅방 10여개가 검색됐다. 채팅방에 들어가서 가격을 문의하자 “1만원에서 2만원 사이”라며 “입금 후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대행 알바는 아이들의 연령, 서류 마감 기한 등을 물어보더니 이에 맞게 일지를 작성해주겠다고 설명했다. 정 의원은 “대행업체가 거짓으로 만든 서류로 어린이집이 평가인증을 받는 현실이다 보니 평가인증제를 신뢰할 수 없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보육진흥원에서 평가인증을 받은 어린이집 중 아동학대가 발생해 인증이 취소된 어린이집은 2014년 16곳에서 2018년 71곳으로 4배 이상 증가했다. 아동학대로 인증이 취소된 어린이집이 받은 평균 평가인증점수는 2014년 91.18점에서 2019년 95.11점으로 상승했다. 지난해 부정수급을 저지른 어린이집 124곳의 평균 인증점수도 94.2점으로 ‘우수등급’ 수준이었다.

이 때문에 서류 위주의 평가 방식을 현장방문식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의 김정덕 공동대표는 “매일 적는 보육일지로 교사의 업무량만 늘어나게 하는 평가인증은 ‘인증을 위한 인증’일 뿐”이라며 “교사들이 아이와 눈을 한 번이라도 더 맞출 수 있는 근로여건이 잘 조성됐는지를 현장 방문을 통해 제대로 살피는 방향으로 인증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혜인 기자 hye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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