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멧돼지도 15km 수영 가능"
바다로 넘어왔을 가능성 제기
"조류나 곤충이 매개체일 수도"
16일 강원 화천군에서 군 장병들이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매개체로 의심되는 멧돼지를 잡기 위한 포획 틀을 화천군으로부터 전달받으면서 사용방법을 익히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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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무장지대(DMZ) 인근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에 감염된 야생 멧돼지 폐사체가 잇따라 발견되자 군 당국이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북한발 ASF 유입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면서 멧돼지가 DMZ 철책을 넘을 수 없다고 군이 밝혀왔기 때문이다.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 현재 상황은.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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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까지 확인된 ASF 감염 야생 멧돼지는 7마리로 모두 강원 철원과 경기 연천의 접경 지역에서 발견됐다. DMZ 내에서 1마리, 민간인 출입통제선(민통선) 안쪽에서 5마리, 민통선 밖(900m 지점)에서 1마리다. 이를 토대로 북한의 ASF가 야생 멧돼지 사이에서 퍼지고 있다는 추정이 나온다. 북한은 지난 5월 30일 세계동물보건기구 측에 ASF 발병 사실을 알린 바 있다. 국정원은 “첫 발병 뒤 북한 대응이 자세히 알려지진 않았지만 북 전역에 ASF가 상당히 확산됐다는 징후가 포착됐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군 당국은 북한 멧돼지가 남쪽으로 넘어올 가능성은 0%에 가깝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멧돼지가 남방한계선의 3중 철책을 넘는 게 이론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이 철책은 높이가 2.5m 이상으로 레이더·감시카메라·열영상 감시장비(TOD)·광망 센서를 갖추고 있다. 야생 동물이 철책을 건드리기만 해도 지휘통제실에 경보가 들어오는 방식이다.
그럼에도 ASF가 퍼지자 여러 시나리오가거론된다. 일각에선 바이러스가 물을 통해서 전파됐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ASF 바이러스가 하천을 통해 남쪽으로 흘러들어 왔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군사분계선이 하천을 지나는 구간엔 수문이 설치돼있다”며 “일종의 철조망으로 사람이나 동물은 못 지나가도 물의 흐름이 가능하다. 만에 하나의 가능성 때문에 최근 (수문) 재점검을 지시했다”고 말했다. 다른 쪽에선 ASF 멧돼지가 서해 연안을 헤엄쳐 넘어왔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군 관계자는 “멧돼지가 15㎞를 수영할 수 있다”며 “1996년에 북한 멧돼지가 연평도에서 발견된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북한 멧돼지 폐사체를 접촉한 조류나 곤충이 매개체가 됐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군 내부에선 방역 당국이 감염경로를 명확하게 밝히지 못하는 바람에 애꿎은 군의 경계태세가 도마에 올랐다는 볼멘 소리가 상당하다. 군 소식통은 “지휘부의 멧돼지 작전은 노이로제 수준”이라며 “농림축산식품부나 환경부 같은 관할 당국이 최소한 ‘북한 멧돼지가 산 채로 넘어올 리 없다’는 점만이라도 밝혀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접경지역 멧돼지 차단 조치를 실시하고 있는 국방부는 17일에도 35개 부대의 병력 2215명을 동원해 대민지원에 나섰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리가 말할 수 있는 건 DMZ 내 철책을 통해 멧돼지가 넘어올 가능성은 없고, 현재까지 그런 적도 없다는 점”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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