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많지 않다고 보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정당마다 의견이 달라 절충에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는 점이 가장 크다. 민주당 백혜련, 바른미래당 권은희 의원 발의 법안을 중심으로 논의될 공수처 설치 이슈는 특히 그렇다. 민주당과 바른미래당은 각기 '백혜련안'과 '권은희안'의 원안 관철을 최선으로 보고 있는 반면, 한국당은 공수처 설치 자체를 아예 반대한다. '백혜련안'은 공수처가 자체 수사한 사건 중 판·검사, 경무관급 이상 경찰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기소권을 갖고 나머지 사건에 대해선 검찰이 기소권을 보유토록 했다. 공수처장은 추천위원회에서 5분의 4 이상의 찬성으로 2명을 추천하면 대통령이 그중 1명을 지명하고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치도록 했다. 추천위는 국회(여야 각 2명), 법무장관,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호사협회 추천인 7명으로 구성된다. 이에 비해 '권은희안'은 공수처의 공소 제기 여부를 결정하는 기소심의위원회를 구성하고 공수처장은 국회 동의를 받아야 임명이 가능하도록 했다. 공수처의 생명인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성·중립성 확보와 권력 비대화에 대한 처방전이 다른 것이다. 양당은 그러나 합의 도출을 시도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고 하니 향후 협상 추이를 지켜봐야 할 듯하다.
이 과정에서 여당이자 원내 제1당인 민주당의 태도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민주당은 무엇보다 공수처 설치가 곧 검찰 개혁이라는 항등식 함정에서 탈피할 필요가 있다. 이견이 상대적으로 적은 검경 수사권 조정을 통해 검찰의 직접수사를 줄이고 수사지휘권을 억제한다면 검찰 개혁의 큰 부분은 완성되는 거라는 견해를 참고해야 한다. 또 공수처 신설이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사항이니까 무조건 이행해야 한다는 강박에서도 벗어나 신축적이고 열린 자세로 임하길 기대한다. 한국당 역시 과거 독재정권 시절 대통령이 좌지우지하던 사정기관과 다를 바 없다는 식으로 공수처 성격을 단정한 채 결사반대만을 외쳐서는 자기 당의 입장을 관철하기 더 어렵다는 점을 인식하기 바란다. 양보 없는 비타협은 의회주의가 경계해야 할 적이다. 조국 전 법무장관 사태를 계기로 급격하게 정국 화두로 부상한 검찰 개혁 문제가 지금처럼 조명받은 적은 일찍이 없었다. 여야는 이 호기를 살려 대화와 타협이라는 의회정치의 정수를 보여주기 바란다. 오는 19일부터 주말마다 국회 앞에선 검찰 개혁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린다고 한다. 집회 참석자들의 요구는 절차에 따라 패스트트랙 법안을 처리하라는 것일 테다. 이젠 국회가 응답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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