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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목선 건조 역사’ 신일철공소 철거 강행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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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강행 시 온몸으로 막아 설 것”
한국일보

지난 7월 인천 동구 만석동 신일철공소 건물 앞에 철거에 반대하는 팻말이 세워져 있다. 인천도시공공성네트워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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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와 일부 주민들의 반대 속에서도 국내 목선 건조와 수리 기술의 역사를 간직한 인천 신일철공소의 철거가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갔다.

16일 인천 동구 등에 따르면 동구 만석동에 위치한 신일철공소는 목선을 만들고 고칠 때 쓰는 철제 못인 ‘배못’ 원천기술의 마지막 소유자로 알려진 고 박상규 장인이 배못과 보도(볼트) 등을 만들던 대장간이다. 1974년 문을 연 이후, 박 장인이 세상을 떠난 2007년 문을 닫았다. 1922년생으로 13세에 부산 환금철공소에 견습공으로 들어간 뒤 4년 후인 1938년부터 배못을 만들어온 박 장인은 생전 국내에서 하나뿐인 배못 원천기술 보유자였다.

논란은 도시재생사업 소식이 전해지면서 불거졌다. 대장간 시설과 장비, 배못, 보도 등이 그대로 보존된 이 철공소는 10년 넘게 방치되다가 지난해 해당 지역이 만석쭈꾸미 더불어마을(인천형 저층주거지 도시재생사업) 사업 대상지에 포함됐다. 사업 추진에 나선 동구는 철공소를 매입한 데 이어 철거까지 강행키로 결정하자, 시민단체와 일부 주민들은 “우리 조선사(造船史)를 품은 철공소를 보존해야 한다”며 반대 의사를 분명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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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동구 만석동 신일철공소 내부 모습. 인천도시공공성네트워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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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구는 철공소 철거 계획을 잠정 보류한 채 지난 7월과 9월 전문가와 주민이 참여한 도시유적위원회를 2차례 열고 철거 여부를 논의했지만 합의점 도출에 실패했다. 이후, 주민들의 의견을 모아 철거 여부를 결정키로 한 동구에선 최근 건물은 철거하되 내부 유물의 경우엔 별도 공간에 옮겨 보존하는 방안을 비중 있게 검토하고 있다. 12년간 방치된 철공소 건물은 블록 벽에 균열이 생기고 철 기둥이 겨우 떠받치고 있는데다 슬레이트 지붕에 구멍이 나는 등 구조적으로 취약한 상태로 알려졌다.

동구의 이런 방침이 알려지자, 인천도시공공성네트워크와 문화인천네트워크 등 12개 시민단체는 공동성명서를 내고 “신일철공소는 근현대 산업유산으로 보수와 단장을 거쳐 역사교육과 문화체험의 현장으로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는데 주민들도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라며 “동구가 이런 의견을 무시하고 철거를 강행하려 한다면 온몸으로 막아 설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동구에선 신일철공소와 관련, 철거 이외엔 뾰족한 해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구 관계자는 “철공소 건물과 맞닿아 있는 어린이집 측에서 안전과 환경 문제를 이유로 꾸준히 철거를 요구해왔고 만석동 주민자치위원회도 최근 만장일치로 철거를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라며 “의견을 더 모아 빠른 시일 내에 철거 여부를 결정하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철거하는 방향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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