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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3 (일)

① 권력형 비리 수사·기소 독점, 세계 어디에도 없는 '수퍼 공수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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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법안 논란] 여당 공수처 법안 들여다보니

② 대통령이 공수처장 임명, 민변 출신 등 親與 인사 발탁 가능성

③ 정권에 불리한 사건, 수사우선권 이용해 가져온뒤 덮을 수도

④ 판·검사 직권남용도 수사 가능, 검찰·사법부 독립 침해 우려

정부·여당이 신설하려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두고 법조계에선 "정권 입맛에 따라 권력기관과 공무원들을 표적 수사할 수 있는 '수퍼 사정기관'이자 '옥상옥(屋上屋)'이 출현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여권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를 '견제·간섭'하는 발언이 잇따라 나오면서 이런 우려는 확산하고 있다. 대표적 독소 조항은 대통령이 처장을 임명하게 되고, 공수처 검사 역시 정권 입맛에 맞춰 뽑을 수 있다는 점이 꼽힌다. 정부 설명과는 반대로 '견제받지 않는 수사기관'이 탄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①대통령이 처장 지명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이 대표 발의해 현재 신속 처리 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장은 15년 이상의 변호사 경력이 있으면 된다. 현 정권의 강력한 지지 세력 중 하나인 민변 출신도 바로 공수처장이 될 수 있다. 국회의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가 2명을 추천하고 대통령이 그중 1명을 지명하는 방식이다. 법무부 장관,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협 회장이 당연직이고 여야 추천 인사가 2명씩 들어간다. 친여 인사가 추천받을 가능성이 큰 구조다. 김상겸 동국대 법대 교수는 "결국 대통령이 지명하는 구조로, 정치적 독립성을 보장하기 어렵다"고 했다. 야당은 공수처가 청와대의 '하명수사 기관'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함께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바른미래당 권은희 의원안은 처장 임명 전에 국회 동의를 거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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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野 공수처 법안 논의 회동 -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이 16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법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첫 회동을 갖고 있다. 왼쪽부터 권은희 바른미래당 의원, 송기헌 민주당 의원,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권성동 한국당 의원. /이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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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인적 구성 편향 우려

공수처가 특정 성향 인사로만 채워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여당안은 검사 출신이 전체 공수처 검사의 50%를 넘지 못하도록 하고 있고, 수사와 재판 경력 대신 '조사' 경력이 있는 사람도 들어갈 수 있게 했다. 이호선 국민대 법대 교수는 "세월호 특조위, 검찰 과거사위 등에서 활동한 인물을 대거 투입하기 위해 이런 규정을 미리 만들어 놓은 게 아닌가 의심된다"고 했다. 절반 이상의 공수처 검사가 '민변' '세월호 특조위' 출신으로 구성되는 것도 이론상 가능하다. 자유한국당 소속인 여상규 국회 법사위원장은 "정권이 공수처 검사들을 자기 성향 사람들로 채우게 되면 악용될 소지가 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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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수사 우선권 행사

이처럼 '편향' 구성이 가능한 공수처가 검찰·경찰에 비해 우월적 지위를 가지면서 별다른 통제는 받지 않는다는 점도 논란이다. 해당 법안은 다른 기관과 공수처가 같은 범죄를 수사할 경우, 공수처장이 이첩을 요구하면 다른 기관이 의무적으로 응하도록 규정했다. 공수처가 이런 지위를 이용해 현 정부에 불리한 사건들을 가져온 후 처리하지 않거나, 그 반대로 움직일 가능성도 있다. 당장 공수처가 설치되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건에도 이런 방식이 적용될 수 있다. 한 검찰 간부는 "예컨대 정권에 불리한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을 공수처에서 이첩 요구한 뒤 해를 넘기도록 처리하지 않는 식으로 '뭉갤' 수도 있다"고 했다. 국회 법사위 소속 자유한국당 권성동 의원은 "특수부 축소로 검찰의 수사 기능을 무력화하면서 공수처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주는 것은 자기 모순"이라며 "이대로면 공수처가 '수퍼 사정 기관'이 된다"고 했다.

④판·검사도 '직권 남용' 수사 가능

공수처가 사실상 판·검사에 대한 사찰 기구로 악용될 가능성도 있다. 직권 남용, 피의 사실 공표 등이 공수처의 수사 대상으로 법안에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법무 법인 동인 김종민 변호사는 "사법부와 검찰 독립에 위협이 우려된다"며 "수사나 재판에 불만을 품은 사람들이 각종 이유를 들어 고소·고발을 하거나 진정서를 제출했을 때 공수처가 판사와 검사를 불러 조사하기 시작하면 법원과 검찰이 정상적으로 기능할 수 없다"고 했다. 당장 윤석열 검찰총장과 수사팀이 직권 남용, 피의 사실 공표 등 혐의로 공수처 수사를 받을 수 있다.




[양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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