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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확신과 과신] 다름과 불협화음의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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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학계도 여느 사회처럼 끼리끼리 모이는 경향을 보입니다. 미국인, 중국인, 러시아인, 한국인, 각자 끼리끼리 모여서 연구를 합니다. 같은 인종끼리 더 편하게 느끼고, 쉽게 의사 소통하며, 효과적으로 협력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버드대 경제학자 리처드 프리먼은 미국에서 출판된 250만개 과학 논문의 공동 저자 성씨를 분석한 후 끼리끼리 경향을 실제로 확인했습니다. 더욱 중요한 발견은 논문집의 영향력 지표와 논문의 인용 수에 따라 끼리끼리 정도가 다르다는 점입니다. 비슷한 인종끼리 모여 쓴 논문은 낮은 수준의 논문집에 발표됩니다. 반면 인종과 출신 지역이 다른 공동 저자의 논문은 높은 수준의 학회지에 발표되고 인용 수가 훨씬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양성이 성과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는 경영학과 사회심리학 등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집니다. 여성 임원 비율이 높은 기업이 더 좋은 실적을 보인다거나, 외국인과 연애를 하는 학생이 더 창의적인 학업 성과를 보여준다는 연구가 많이 발표됩니다.

다만 대다수 연구는 인과관계와 상관관계를 구분하지 못하는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모험적 성향을 지닌 이들이 다른 인종과 함께 일을 하고 동시에 높은 성과를 보여주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인과관계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무작위로 나뉜 두 그룹을 서로 다른 조건에서 일하도록 하고, 두 집단의 성과를 비교하는 실험을 해야 합니다.

결속력이 강한 사교 클럽 소속인 대학생을 실험에 초대합니다. 같은 클럽 소속 학생으로만 구성된 팀과 서로 다른 클럽에 소속된 학생으로 구성된 팀을 만듭니다. 각 팀에 미스터리 살인 사건 문제를 해결토록 합니다. 다른 클럽 소속 학생으로 이루어진 팀이 두 배 이상의 문제 해결 능력을 보여주었습니다.

실험 후 이루어진 설문조사 결과가 몹시 흥미롭습니다. 서로 다른 클럽 소속 회원으로 이루어진 팀은 팀 내 의사 소통이 원활하지 않았다고 평가합니다. 함께 내놓은 대답에 대해서도 자신감이 부족합니다. 다양성은 더 나은 의사 결정을 만들었지만 구성원은 자신의 성과를 과소평가하고 불협화음과 갈등을 경험했다고 기억합니다.

또 다른 실험은 참가자에게 어떤 토론의 녹취록을 읽도록 하고, 토론에서 드러난 갈등 수준을 평가하라고 요청했습니다. 세 그룹으로 나뉜 참가자에게 토론자 네 명이 누구인지를 서로 다르게 알려줍니다. 네 명 모두가 백인이나 흑인이라고 들은 이들은 갈등이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고 평가합니다. 반면 백인과 흑인이 섞여 있다고 들은 이들은 갈등 수준이 더욱 깊었다고 평가합니다. 이처럼 우리는 다양성을 갈등의 원인으로 생각하는 심리적 편향도 가지고 있습니다.

'정부 경제팀의 불협화음' '둘로 쪼개진 나라'와 같은 수사법을 자주 쓰는 이유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획일성을 효율성으로 착각하고, 다양성을 비용으로 오해합니다. 이것은 집단사고(groupthink)라는 극단적인 형태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누구나 맞힐 수 있는 퀴즈를 실험 참가자에게 묻고, 순서대로 소리 내어 답을 말하도록 합니다. 먼저 대답을 하는 참가자 몇 명은 줄곧 틀린 답을 말합니다. 사실 이들은 몰래 실험자를 돕는 가짜 참가자입니다. 이들의 행동은 집단압력으로 작동하고, 뒤에 답하는 실제 참가자 상당수도 틀린 답을 따라 합니다.

우월의식에 사로잡혀 있고 응집력이 강한 조직은 집단사고에 꽁꽁 묶여 있기 쉽습니다. 강한 자기검열 때문에 다른 목소리를 내지 못합니다. 폐쇄성이 낳은 만장일치를 절대 틀리지 않았다는 증거라고 과신합니다. 조직을 동일체로 여기며 자랑스러워합니다. 우리 주변에 이런 조직 한둘은 있지 않습니까?

[김재수 美인디애나-퍼듀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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