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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법원 결정, 행정처 지시로 취소…현직 법관 "대법원장에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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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받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양승태 사법부 시절 법원행정처가 일선 법원의 결정을 취소하도록 했다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현직 판사의 법정 증언이 나왔다.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심의관 출신 문모 판사는 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박남천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양 전 대법원장 등의 속행 공판에 증인으로 나와 이렇게 증언했다.

문 판사는 행정처에 근무하던 2015년 서울남부지법이 한정위헌 취지의 위헌법률심판 제청 결정을 내리자 관행에 따라 이를 상부에 보고했다고 했다.

한정위헌은 법률을 특정한 방향으로 법원이 해석하는 경우에 한해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의 한 형태다. 양 전 대법원장 등 당시 사법부 고위 구성원들은 헌재의 한정위헌 결정이 상대적으로 대법원의 위상을 떨어뜨린다며 우려했다.

이런 사정 속에서 한정위헌 취지의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한 남부지법의 결정은 법원행정처에 보고됐다. 검찰은 이 결정과 관련한 문 판사의 보고를 받은 법원행정처가 남부지법의 위헌법률심판 제청 결정을 취소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파악했다.

문 판사는 이날 법정에서 남부지법의 결정이 어디까지 보고됐느냐는 질문에 "제가 직접 경험하지는 않았지만 대법원장에게도 보고된 것으로 안다"며 "관행적으로 법원행정처장이 결정할 사안은 아니라고 이해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시 상황에 대해 "너무 짧은 시간에 일이 커져 마음이 안 좋았다"면서도 "직권 취소는 법률적으로 불가능하고, 윤리적으로도 일선 재판에 개입하는 것이라 안 된다"고 말했다.

다만 문 판사는 해당 재판부의 위헌제청 결정을 두고는 "법률의 위헌성이 문제가 된 사건인데 재판부가 착오로 한정위헌 취지로 결정했다"며 "보고할 것인지 말지 고민을 했지만, 실제로 한정위헌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없다는 판단에(보고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양 전 대법원장 측은 "증인의 진술대로면 하루 사이에 위헌제청심판 직권취소 결정이 모두 이뤄진 것"이라며 "사흘 뒤 증인이 작성한 보고서는 결국 양 전 대법원장에게 사후 보고한 것일 뿐 정책 결정을 받기 위한 것은 아니지 않으냐"고 반박했다.

이날 재판부는 문 판사에 대한 증인신문이 오후 10시를 넘겨서까지 이어지자 재판을 중단하고 공동 피고인인 박병대·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 측의 신문은 11월에 이어 진행하기로 했다.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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