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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장병규·김봉진 실리콘밸리 벤처 거품론에 “한국도 조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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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스타트업포럼 3주년 기념 대담… "한국 규제 많은 건 기업 자율규제 약한 탓"

"창업자들이 회사를 본인과 동일시 하면 안 됩니다. 그러는 순간 확증 편향에 갇히고 거품을 보지 못하게 됩니다."

장병규 4차 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은 15일 서울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에서 열린 코리아스타트업포럼 3주년 기념 대담에서 "한국 스타트업 시장에도 일정 부분 오버 밸류에이션(기업가치 과대평가)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벤처 거품론’과 관련, 한국 시장에도 조정기가 올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최근 실리콘밸리에선 미국 공유 사무실 스타트업 위워크가 막대한 적자와 최고경영자(CEO) 리스크로 상장을 철회하는 등 벤처 거품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위워크의 기업 가치는 470억달러(약 55조7000억원)에서 100억달러 수준으로 폭락했고, 올해 상장한 승차 공유 업체 우버·리프트, 기업용 메신저 업체 슬랙 등 다른 미국 스타트업의 주가도 줄줄이 하락세다.

‘수익도 내지 못하는 스타트업의 몸값이 지나치게 뛰었다’는 비판이 이어지며 9개 유니콘(기업 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 기업)을 가진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에서도 위기감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이날 ‘스타트업이 한국의 미래를 열 수 있는가?’라는 주제로 열린 대담에서 장 위원장은 "다만 2000년 닷컴 버블을 직접 경험한 입장에서 보면 그때만큼의 버블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창업가들이 회사와 본인을 동일시하지 않으면 심각한 사태까지 가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대담에 참여한 김봉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의장(우아한형제들 대표) 역시 "지금은 스타트업 기업가치를 30% 정도 깎고 보는 것이 적정한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 10년 동안 벤처투자가 붐이었기 때문에 조정기가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장 위원장은 내년 경제 둔화에 관해선 다소 낙관적 견해를 내놨다. 다수의 경제학자들이 내년 경기 전망을 어둡게 보고 있기 때문에 실제로 경기가 침체될 가능성이 있지만 개별 기업, 사업체 입장에선 오히려 위기가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국제 정세를 봐도 미·중 갈등, 한·일 문제 등으로 불확실성, 경기 변동폭이 커진 것 같다"며 "위축되지 말고 기회를 적극적으로 노리는 편이 더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했다.

김 의장은 "최악의 상황에 대응할 수 있도록 경영 계획을 짜는 것이 현명하다"며 "현금 자산이 많은 기업은 M&A(인수·합병) 기회를 가질 수 있겠지만, 적자폭이 큰 회사들은 당장 적자 줄이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장 위원장은 집단 소송 및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화를 추진하자는 주장도 내놨다. 한국에 규제가 많은 이유 중 하나는 기업의 자율 규제가 약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장 위원장은 "한국은 기업이 뭔가 잘못했을 때 크게 타격을 입는 장치가 없다"며 "미국에선 기업이 잘못을 저지르면 한 번에 망할 수 있다. 집단 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로 인해 민간 기업이 스스로를 규제한다"고 설명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우아한형제들을 비롯한 50개 스타트업이 모여 2016년 9월 출발한 단체다. 3년 만에 1100개 회원사를 가진 사단법인으로 성장했다. ‘스타트업의 성장을 도와 세상을 혁신한다'는 목표 아래 스타트업을 위한 제도 혁신에 앞장서고 있다. 정부·국회에서 규제 관련 토론회를 26회 개최했고 14개 스타트업이 규제 샌드박스에 지원할 수 있도록 도왔다.

박원익 기자(wipark@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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