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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일본 독점 ‘바이오 폴리카보네이트’ 국산화 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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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화학연구원, 日 미쓰비시케미컬 독점 바이오플라스틱 대체 기술 개발

조선비즈

영국왕립화학회의 ‘그린케미스트리(IF:9.405)’ 10월호 표지논문. 한국화학연구원 바이오 폴리카보네이트 개발 논문이 영국왕립화학회 그린케미스트리 2019년 주목할 논문(Hot Article)에 선정됐다. /한국화학연구원 제공



국내 연구진이 일본이 독점한 ‘바이오 폴리카보네이트’를 개발하고 국산화에 시동을 걸었다.

한국화학연구원 울산 바이오화학연구센터 박제영‧오동엽‧황성연 박사팀은 식물성 성분인 아이소소바이드와 나노셀룰로오스를 이용해 바이오 폴리카보네이트를 개발했다고 15일 밝혔다. 아이소소바이드는 글루코스(포도당)에서 유래한 화합물로 친환경 물질이다. 글루코스를 수소화하면 소르비톨이 되며, 이 소르비톨을 탈수화한 게 아이소소바이드이다.

바이오 폴리카보네이트는 환경호르몬 유발 물질 비스페놀A(BPA)가 포함된 폴리카보네이트를 대체할 친환경 바이오 플라스틱이다. 현재 상용화에 성공한 건 일본 미쓰비시케미컬이 유일하다.

한국화학연구원 연구진이 아이소소바이드에 보강재 역할을 하는 나노셀룰로오스를 섞어, 석유 폴리카보네이트보다 뛰어난 바이오 폴리카보네이트를 만드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번에 개발된 바이오 폴리카보네이트는 투명도와 강도 등에서 우수해 자동차 선루프와 고속도로 투명 방음시설 등 유리 대체용 플라스틱 및 가정용 생활용품 등에 쓰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진은 유사한 화합물끼리 서로 잘 섞이는 원리를 적용했다. 즉, 물에 잘 섞이는 ‘친수성’을 지닌 아이소소바이드와 나노셀룰로오스를 섞은 것이다.

나노셀룰로오스를 아이소소바이드 액상에 미리 분산시킨 후, 나노 복합체 플라스틱 중합 과정을 진행했다. 콘크리트의 철근처럼 보강재 역할을 하는 나노셀룰로오스의 분산도를 극대화한 것이다.

박제영 한국화학연구원 박사는 "바이오플라스틱은 물성이 떨어지고 가격이 비싸다는 편견을 깨고 싶었다"면서 "식물성 원료 간 시너지를 극대화해 석유 플라스틱보다 우수한 플라스틱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연구를 통해 바이오플라스틱 한계점으로 지적됐던 강도와 투명도 등 플라스틱의 특성이 크게 개선됐다. 이번에 개발된 바이오 폴리카보네이트의 인장강도(튼튼한 정도)는 93MPa(메가파스칼)을 기록했다. 현존하는 석유 및 바이오 폴리카보네이트를 통틀어 가장 높은 수치다. 석유 폴리카보네이트 인장강도는 55~75MPa이며, 일본 미쓰비시케미컬 바이오 폴리카보네이트 인장강도는 64~79MPa이다.

특히 장기간 자외선에 노출되더라도 변색될 우려가 없다. 바이오 폴리카보네이트에는 석유 폴리카보네이트와 달리 벤젠고리가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자동차 선루프 및 헤드램프, 고속도로 투명 방음시설, 스마트폰과 같은 전자기기 외장재 등 산업용 소재로 사용될 수 있어 기존 폴리카보네이트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생산량 기준 석유 폴리카보네이트 시장은 연간 500만톤 규모에 달한다.미쓰비시케미컬의 바이오 폴리카보네이트 연간 생산능력은 2만톤 수준이다. 아직 바이오 폴리카보네이트 시장이 걸음마 단계이지만, 이번 성과가 상용화로 이어지면 향후 바이오플라스틱 시장을 선점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황성연 바이오화학연구센터장은 "폐플라스틱 문제, 케모포비아 현상 등으로 플라스틱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면서 "국민들이 안심하고 쓸 수 있는 바이오플라스틱을 국내 독자기술로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성과는 영국왕립화학회의 ‘그린케미스트리(IF:9.405)’ 10월호 표지논문과 2019년 주목할 논문(Hot Article)에 동시에 선정됐다.

장윤서 기자(panda@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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