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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4 (목)

"성장판 닫힐라"…조단위 회사 일군 게임 창업주들, 잇단 '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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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게임업계 성장 정체에 중국게임·질병코드 '삼중고'

게임산업 밖으로 눈돌린 대형 게임사…중소게임사 투자 위축 우려

뉴스1

웅진코웨이 본사의 모습. 2019.10.14/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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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남도영 기자,이수호 기자 = 넷마블이 렌탈업체 웅진코웨이 인수에 1조8000억원을 쏟아붓는 투자를 추진하면서 대형 게임사들의 '탈게임'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게임 외 사업에 역대 최대 규모의 '빅딜'에 넷마블이 나서자 업계는 최근 정체기를 맞이한 국내 게임산업의 남은 '성장판'마저 닫힐까 노심초사 하는 분위기다.

◇국내 게임업계 '찬바람'…중국게임 공세에 규제까지 사면초가

국내 게임산업은 지난 20여년간 인터넷과 스마트폰 보급을 계기로 고성장을 거듭해왔다. 성장 초기 '코 묻은 돈'이란 선입견을 깨고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 등 조단위 연매출을 올리는 대형 게임사들이 속속 배출되면서 산업으로써 위상도 높아졌다.

하지만 최근 게임산업이 '예전 같지 않다'는게 업계의 중론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18년 국내 게임산업 규모는 전년대비 6.5% 증가한 13조9904억원으로 추정된다. 지표상으론 게임은 여전히 성장하는 산업이지만, 업계에서 느끼는 '체감온도'는 차갑기만 하다.

최근 2~3년간 모바일 게임이 6조원대 규모까지 커지며 시장 성장을 이끌어 왔지만 시장 포화로 성장세가 주춤한 상황이다. 게임은 흥행산업 특성상 소위 '대박'이 난 몇개 게임이 나머지를 먹여 살릴 정도로 흥행작에 의존도가 높지만 중국 시장이 '판호' 문제로 막힌 이후 수출 확대도 신통치 않다. 특히 e스포츠나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을 통한 '보는 게임'이 확대되면서 전통적인 게임 개발사들이 설자리는 점차 좁아지고 있다.

여기에 풍부한 노동력에 개발 역량까지 높아진 중국게임이 국내 차트를 정복하고, 게임 질병코드 등재로 '중독세' 등 새로운 규제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게임업계의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한 게임업체 대표는 "인터넷과 모바일이 확대되던 시기에는 흐름만 잘 타면 고성장을 이룰 수 있었고 힘들어도 망하는 회사가 없었다"며 "이제는 그런 흐름이 끊기며 각자 생존방식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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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성남시 분당 넥슨코리아 본사 2016.7.12/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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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조원 회사 일군 경영자들도 피로감…타 산업으로 눈돌려

게임산업을 둘러싼 국내 환경이 척박해지자 수조원 규모의 회사를 일군 경영자들도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올해 초 김정주 NXC(넥슨 지주사) 회장은 국내 최대 게임사 넥슨 지분을 모두 매각한다고 밝혀 업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김 회장은 매각 추진 이전부터 2013년 블록완구 레고 거래 플랫폼 '브릭링크'를 시작으로 같은 해 노르웨이 유아용품 업체 '스토케', 2017년 암호화폐 거래소 '코빗', 이탈리아 펫푸드 업체 '아그라스델릭', 2018년 유럽 암호화폐 거래소 '비트스탬프' 등 다양한 산업군의 업체들을 줄줄이 인수하며 게임 이외 사업에 관심을 보여왔다. 김 회장이 이미 게임산업에 흥미를 잃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김 회장은 최대 20조원 규모까지 거론되는 초대형 매각을 추진했으나, 이를 떠안을 마땅한 인수자를 찾지 못해 결국 지난 6월 매각 절차를 중단했다. 현재 넥슨은 성공 여부가 불투명한 개발 프로젝트를 정리하는 등 '리모델링'에 매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넷마블 창업주인 방준혁 이사회 의장 역시 국내 게임사를 대표해 넥슨 인수전에 참여했지만, 결국 빈손으로 돌아온 후 눈을 돌린 곳은 안정적인 실적 확보가 가능한 웅진코웨이였다. 투자업계에선 이번 인수가 경영적 측면에선 긍정적이지만 기존 게임사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시너지에 대해선 물음표를 던지고 있는 상황이다.

◇"마땅한 투자처가 없다"…게임업계 투자도 '가뭄'

넥슨에 이어 넷마블까지 업계 '큰형님'들이 게임 밖으로 시선을 돌리자 국내 중소게임사들의 속은 바짝 타 들어가고 있다.

최근 정부의 대규모 정책자금이 풀리며 매분기 역대 최대 규모를 경신하고 있는 벤처캐피털(VC) 투자에서도 게임은 도리어 신규투자 비중이 매년 감소하며 분위기가 위축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배틀그라운드'를 개발한 크래프톤 정도를 제외하면 소위 '대박'을 낸 투자 사례가 없고 스마일게이트RPG, 카카오게임즈 등 게임사들의 상장이 지연되면서 회수가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 등이 이유로 꼽힌다.

여기에 대형 게임사들마저 게임사 인수합병(M&A)에 지갑을 닫으면 중소게임사들이 도약할 기회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 넷마블도 전날 콘퍼런스콜을 통해 게임사에 대한 M&A를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도 "최근 안정적인 수익과 개발력이 확보된 매력적인 투자 대상이 희소한 상황"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hy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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