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17 (월)

[World & Now] 미중 무역전쟁, 휴전이 불안한 이유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미국과 중국이 지난주 말 농산물 구매와 관세 인상 보류를 맞바꾸는 1단계 가합의로 일단 최악의 충돌은 피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 농민들을 위한 위대한 승리"라며 특유의 허풍을 늘어놨다.

하지만 이번 합의를 두고 중국이 먼저 한 골을 넣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한 치의 양보도 없던 양국이 다시 휴전에 합의한 배경에는 미국의 탄핵 정국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대선을 13개월 앞두고 탄핵이라는 늪에 발이 빠졌다. 재선을 100% 자신했던 트럼프와 승리를 장담하지 못하는 트럼프는 천양지차다. 그의 마음속에는 서서히 내년 대선에서 패배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자리 잡는 듯하다. 미국 기업들과 월스트리트, 그리고 팜벨트의 농민들은 장기화된 미·중 무역전쟁에 대한 피로감을 호소해왔다. 미국의 지난 2분기 성장률은 2%에 턱걸이를 했다. 지난 3월만 해도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내 3%대 성장을 지속할 수 있다"고 큰소리를 쳤다.

과감한 감세, 제조업 부활, 규제 완화 등을 내세웠던 트럼프 정부의 경제 방향타는 옳았다. 하지만 미·중 무역전쟁이 글로벌 경기 둔화로 이어지면서 결국 호황을 구가하던 미국 경제에도 '부메랑'이 되고 있다. 중국이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란 예상도 빗나갔다. 중국은 성장률이 27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지만 오히려 장기전을 불사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4년마다 선거를 치러야 하는 미국과 달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마오쩌둥 이후 가장 강력한 권력을 손아귀에 쥐고 있다. 지난 5월 양국이 150쪽에 달하는 합의문 초안까지 만들었다가 결렬된 것은 중국의 전략 선회 때문이었다. 시 주석의 속내는 내년 대선까지는 협상 국면을 이어가되 중국이 손해 보는 합의는 해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 중국의 성장 경로 자체를 전복하려는 시도를 계속할 것이란 판단이다. 몇 년 안에 끝날 싸움이 아니라면 지연 전술을 통해 미국을 지치게 만드는 게 낫다는 의미다.

만약 민주당이 승리한다면 차기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보다는 상대하기 쉬울 것이라는 계산도 섰다.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상대로서는 최악의 인물이었다. 일단 최대치의 공격을 한 뒤 합의를 유도하는 전략은 피도 눈물도 없던 부동산업자 시절에 체득했다. 과거 백악관은 중국과 대화를 시도할 때 '막후 외교'를 즐겨 활용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로 경적을 울리며 막무가내로 돌진하고, 참모 조언보다 자신의 직감을 신뢰하는 스타일이다.

그런 트럼프 대통령도 탄핵이란 장애물 앞에서 일단 급회전을 택하긴 했지만 시장 불안감은 여전하다. 이번 합의가 언제 뒤집어질지 모르는 데다 기존 관세의 철폐까지 포함하는 최종 합의는 아직 기약이 없다. 게다가 유럽과도 개전 전야다. 미국은 18일부터 유럽연합(EU)산 와인 등에 25% 관세를 부과한다. 11월 중순에는 무역확장법 232조에 의한 자동차 관세 부과 여부도 결정한다. 시장이 가장 싫어하는 '불확실성'은 쉽게 걷히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 = 신헌철 특파원 honzul@mk.co.kr]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