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법 형사2부(재판장 정봉기)는 14일 오후 2시 201호 법정에서 고유정에 대한 5차 공판을 진행했다. 고유정은 지난 5월 25일 전 남편 강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살인·사체손괴·은닉)로 구속 기소됐다. 고유정은 이날도 머리를 풀어헤친 채 녹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들어섰고, 바로 검찰과 변호인 측의 증인신문이 이어졌다.
‘제주 전 남편 살해 사건’ 피고인 고유정(36)이 14일 제주지방법원에서 열린 5차 공판을 마치고 교도소로 돌아가는 호송차에 오르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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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최대 쟁점은 고유정의 오른손 상처가 발생한 경위였다. 지난 6월 1일 긴급체포됐을 당시부터 오른손에 흰붕대를 감고 있던 고유정은 앞서, 오른손 등에 대한 증거보전을 신청했다. 이어 지난 6월 10일에는 법원에 허벅지와 왼팔 등에 난 상처에 대해 증거보전 신청을 추가로 했다.
증거보전이란 소송 전 재판에서 증거가 없어질 우려가 있을 때 미리 확보해 둘 필요가 있을 때 신청하는 제도다. 고유정 측은 이 증거를 토대로 "사건 당일 전 남편이 성폭행을 시도하며 휘두른 흉기를 막다 상처가 난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검찰 측 증인으로 나선 강현욱 제주대 의학전문대학원 법의학 교수는 고유정의 상처가 방어흔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감정 결과를 내놨다. 강 교수는 지난 6월쯤 고유정 측이 낸 오른손 상처의 증거보전신청에 대해 감정한 법의학자다.
30년간 부검 업무를 한 강 교수는 "손 바깥쪽에 평행한 상처 세 개가 있으려면 세 번의 공격이 일정한 방향으로 있었다는 말인데, (세 번을 같이 방향을 맞춰 찌른다는 건)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다"라며 "가해자가 극도로 흥분한 상태에서 상대방을 수차례 찌르는 과정에서 뼈 등에 칼날이 부딪히게 되면 자신의 손 바깥쪽에 평행하게 상처가 형성될 수 있다"고 했다.
강 교수는 "피해자를 칼로 공격하는 과정에서 공격자 자신이 부수적으로 입게 된 상처라고 봐도 된다"며 "손 바깥쪽(손날)에 난 상처는 공격흔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왼팔에 난 상처에 대해서는 "상처가 이미 오래 전에 발생한 것으로 아문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사건과 무관하게 발생한 상처로 봐도 무방하다"고 판단했다.
이날 검찰은 강 교수의 증언에 앞서 고유정의 피의자 신문조서 내용을 공개하기도 했다. 조서에 따르면 고유정은 전 남편 살해 직전 "(전 남편이) 임신(유산) 얘기가 나오자마자 ‘너 가만있어라. 다시는 임신 못 하게 해주겠다’면서 골반 쪽을 찔렀다"고 진술했다. 자신의 몸에 난 상처에 대해서는 "범행 직전에 피해자(전남편)가 성행위를 요구하면서 흉기로 피고인의 배 부위를 칼끝으로 닭모이 쪼듯이 찔러 생긴 상처"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강 교수에게 "피고인의 복부에 난 상처가 칼끝으로 찔러서 생길 수 있는 상처로 볼 수 있느냐"고 물었고, 강 교수는 "칼끝으로 찌른 손상이라고 볼 수 없다. 피고인의 몸에 나타난 손상은 긁힌 것이며, 찌르거나 베는 형태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고유정 측의 주장과는 달리 전 남편이 흉기로 먼저 자신을 위협하면서 복부를 찌른 것은 아니라는 취지다.
지난 6월 1일 오전 10시 32분쯤 충북 청주시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제주동부경찰서 형사들에 의해 살인 등 혐의로 긴급체포되는 고유정의 모습.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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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고유정 측 변호인은 이에 대해 사건 발생은 5월 26일이고, 증거보전 신청에 대한 법원의 심문이 이뤄진 건 6월 13일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6월 15일에 내놓은 감정 평가는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고유정 측은 "경찰이 상처를 촬영한 시점도 발생일로부터 수일이 경과됐었다"며 "칼을 들고 있는 상대방으로부터 칼을 빼앗기 위해 칼 손잡이를 잡으려다 생긴 상처"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날 증인신문과 고유정의 이동 동선이 찍힌 폐쇄회로(CC)TV 영상 확인 등 증거조사를 마무리 하려 했지만, 검찰 측 요청으로 CCTV 확인과 피해자 유족에 대한 증인신문을 다음기일에 하기로 했다. 또 고유정 측에서 요구한 범행 펜션에 대한 현장검증 실시 여부에 대한 판단도 다음기일로 미뤘다.
고씨의 다음 재판은 다음달 4일 오후 2시에 열린다.
[박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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