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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8 (수)

이슈 고유정 전 남편 살해 사건

고유정 5차 공판서 ‘오른손 상처’ 놓고 공방…법의학자 “방어흔 아닌 공격흔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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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고유정(36)의 5차 공판에서 고유정의 ‘우발적 범행’ 여부를 놓고 검찰과 고유정 측 간 공방이 벌어졌다. 이날 공판에서는 고유정 측이 증거로 제시한 ‘오른손 상처’가 방어흔이 아닌, 공격흔일 가능성이 크다는 법의학 교수의 판단이 나왔다.

제주지법 형사2부(재판장 정봉기)는 14일 오후 2시 201호 법정에서 고유정에 대한 5차 공판을 진행했다. 고유정은 지난 5월 25일 전 남편 강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살인·사체손괴·은닉)로 구속 기소됐다. 고유정은 이날도 머리를 풀어헤친 채 녹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들어섰고, 바로 검찰과 변호인 측의 증인신문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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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전 남편 살해 사건’ 피고인 고유정(36)이 14일 제주지방법원에서 열린 5차 공판을 마치고 교도소로 돌아가는 호송차에 오르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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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최대 쟁점은 고유정의 오른손 상처가 발생한 경위였다. 지난 6월 1일 긴급체포됐을 당시부터 오른손에 흰붕대를 감고 있던 고유정은 앞서, 오른손 등에 대한 증거보전을 신청했다. 이어 지난 6월 10일에는 법원에 허벅지와 왼팔 등에 난 상처에 대해 증거보전 신청을 추가로 했다.

증거보전이란 소송 전 재판에서 증거가 없어질 우려가 있을 때 미리 확보해 둘 필요가 있을 때 신청하는 제도다. 고유정 측은 이 증거를 토대로 "사건 당일 전 남편이 성폭행을 시도하며 휘두른 흉기를 막다 상처가 난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검찰 측 증인으로 나선 강현욱 제주대 의학전문대학원 법의학 교수는 고유정의 상처가 방어흔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감정 결과를 내놨다. 강 교수는 지난 6월쯤 고유정 측이 낸 오른손 상처의 증거보전신청에 대해 감정한 법의학자다.

30년간 부검 업무를 한 강 교수는 "손 바깥쪽에 평행한 상처 세 개가 있으려면 세 번의 공격이 일정한 방향으로 있었다는 말인데, (세 번을 같이 방향을 맞춰 찌른다는 건)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다"라며 "가해자가 극도로 흥분한 상태에서 상대방을 수차례 찌르는 과정에서 뼈 등에 칼날이 부딪히게 되면 자신의 손 바깥쪽에 평행하게 상처가 형성될 수 있다"고 했다.

강 교수는 "피해자를 칼로 공격하는 과정에서 공격자 자신이 부수적으로 입게 된 상처라고 봐도 된다"며 "손 바깥쪽(손날)에 난 상처는 공격흔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왼팔에 난 상처에 대해서는 "상처가 이미 오래 전에 발생한 것으로 아문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사건과 무관하게 발생한 상처로 봐도 무방하다"고 판단했다.

이날 검찰은 강 교수의 증언에 앞서 고유정의 피의자 신문조서 내용을 공개하기도 했다. 조서에 따르면 고유정은 전 남편 살해 직전 "(전 남편이) 임신(유산) 얘기가 나오자마자 ‘너 가만있어라. 다시는 임신 못 하게 해주겠다’면서 골반 쪽을 찔렀다"고 진술했다. 자신의 몸에 난 상처에 대해서는 "범행 직전에 피해자(전남편)가 성행위를 요구하면서 흉기로 피고인의 배 부위를 칼끝으로 닭모이 쪼듯이 찔러 생긴 상처"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강 교수에게 "피고인의 복부에 난 상처가 칼끝으로 찔러서 생길 수 있는 상처로 볼 수 있느냐"고 물었고, 강 교수는 "칼끝으로 찌른 손상이라고 볼 수 없다. 피고인의 몸에 나타난 손상은 긁힌 것이며, 찌르거나 베는 형태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고유정 측의 주장과는 달리 전 남편이 흉기로 먼저 자신을 위협하면서 복부를 찌른 것은 아니라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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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일 오전 10시 32분쯤 충북 청주시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제주동부경찰서 형사들에 의해 살인 등 혐의로 긴급체포되는 고유정의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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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고유정 측 변호인은 이에 대해 사건 발생은 5월 26일이고, 증거보전 신청에 대한 법원의 심문이 이뤄진 건 6월 13일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6월 15일에 내놓은 감정 평가는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고유정 측은 "경찰이 상처를 촬영한 시점도 발생일로부터 수일이 경과됐었다"며 "칼을 들고 있는 상대방으로부터 칼을 빼앗기 위해 칼 손잡이를 잡으려다 생긴 상처"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날 증인신문과 고유정의 이동 동선이 찍힌 폐쇄회로(CC)TV 영상 확인 등 증거조사를 마무리 하려 했지만, 검찰 측 요청으로 CCTV 확인과 피해자 유족에 대한 증인신문을 다음기일에 하기로 했다. 또 고유정 측에서 요구한 범행 펜션에 대한 현장검증 실시 여부에 대한 판단도 다음기일로 미뤘다.

고씨의 다음 재판은 다음달 4일 오후 2시에 열린다.

[박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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