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협, 소재부품장비 기업 펀드 준비
공모펀드가 사모펀드에 투자하는 방식
'필승코리아'와 달리 기업에 직접 혜택
애국심 호소 펀드 성과낸 경우 드물어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월 서울 중구 NH농협은행 본점에서 '필승코리아 펀드'에 가입하고 있다. 이 펀드는 소재·부품·장비 분야 국내 중소기업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일본의 수출 규제로 기술 국산화 문제가 대두된 소재ㆍ부품ㆍ장비(소부장)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가 또 나온다. 지난 8월 NH-아문디자산운용이 출시한 ‘필승 코리아 펀드’에 이어 두 번째다.
금융투자협회는 이른바 ‘소부장’ 중소기업의 원활한 자금 조달을 위한 펀드 출시를 자산운용사 등과 추진 중이라고 14일 밝혔다. 1000억원 규모로 조성되는 이 펀드는 공모펀드가 사모펀드에 투자하는 사모투자 재간접펀드 방식이다.
일반인에게서 700억원을 모집하고 나머지 300억원은 한국성장금융이 후순위 투자하기로 했다. 한국성장금융 관계자는 “발생할 수도 있는 손실을 후순위 투자를 통해 커버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30%의 손실이 나면 후순위로 투자한 한국성장금융이 떠안게 되는 것이다.
만기는 3년으로 청약을 받은 뒤 모집을 마감해 폐쇄형으로 운영된다. 최근 사모투자 재간접펀드 최소 투자금액(500만원) 규제가 폐지돼 소액 투자도 가능하다. 환금성을 높이기 위해 펀드 설정 90일 이내에 거래소에 상장할 계획이다.
공모펀드 신상품은 다음달 출시될 예정이다. 사모펀드를 운용할 운용사는 12월에 선정한다. 비상장기업 소싱을 위해 벤처투자조합 참여도 검토하고 있다.
애국심 등에 기댄 ‘소부장 펀드’에 대한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1호 소부장 펀드’이자 문재인 대통령이 5000만원을 투자한 NH-아문디자산운용의 ‘필승코리아 펀드’의 경우 소부장 기업에 투자한다는 취지와 달리 삼성전자 LG화학 등 대형주 투자 비중이 높다. 소부장 기업 투자 비중은 30% 선에 그치고 있다.
수익률도 시장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설정 이후 지난 11일 기준 수익률은 벤치마크인 코스피지수(6.17%)보다 낮은 3.94%에 머무르고 있다. 또 이 펀드가 주식을 산다고 ‘소부장’ 기업이 직접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최근 국감에서 이 펀드 가입자의 30% 이상이 농협은행 직원이라는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신동준 금융투자협회 자산운용서비스 본부장은 “이번에 새로 출시되는 펀드는 필승코리아 펀드와 달리 사모재간접 구조여서 투자금이 사모펀드를 통해 해당 회사 주식 등에 직접 들어간다”며 차별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애국심에 호소하거나 정부 주도로 조성된 관제형 펀드가 성과를 낸 경우는 드물다. 지난해 정부의 코스닥시장 활성화 방안의 일환으로 조성된 ‘코스닥벤처펀드’는 출범 초기 각종 세제 혜택 등으로 설정액이 2조원에 달했지만 현재 5000억원 미만으로 주저앉았다.
증시 부진에 더해 의무적으로 전환사채 등에 15% 투자해야 하는 규정 때문에 운용사들이 공격적으로 메자닌 투자에 나섰기 때문이다. 코스닥시장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유동성 위기가 찾아왔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협회 주도로 펀드를 출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면서도 “일본의 수출규제가 시작된 직후부터 논의해 온 것이지 정부의 제안이나 권고를 받은 적은 없다”고 말했다.
박성우 기자 blast@joongang.co.kr
▶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